2010 남아공 월드컵이 6월 11일 개막한다. 지구촌이 축구 열기로 뜨겁다. 우리나라도 월드컵 열기가 최고조를 향해 치닫고 있다. 월드컵 때문에 뜨거운 곳이 또 있다. 기업들이다.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후원사인 현대·기아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고 전자, 유통, 금융, 식품 등 거의 모든 업종에서 월드컵 열기를 판촉으로 연결하고 있다.

얼핏 보면 다 같은 ‘월드컵 응원광고’지만 속사정은 하늘과 땅이다. 우선 광고에서 ‘월드컵’과 ‘FIFA’라는 단어를 쓰고 있는 곳은 한 곳밖에 없다. 현대·기아자동차다. 이 회사가 2010 남아공 월드컵 공식 후원사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공식 후원사는 월드컵 기간 중 선수를 포함한 모든 관계자가 현대·기아 자동차만 이용한다. 현대는 얼마 전 800대가 넘는 후원 차량을 제공했다. 삼성전자와 KT는 대한축구협회 공식 후원사(13개)로 국가대표 선수들의 얼굴이나 유니폼을 이용한 광고를 한다. 그러나 SK텔레콤, 광동제약, 하이마트 등의 광고는 붉은 색일 뿐 국가대표와는 관계가 없다. 이미지만 만들 뿐이다. 붉은 색이라도 차이가 크다.

많은 기업이 월드컵을 이용한 판촉과 광고를 하고 있다. 이때 공식 후원사가 까다롭게 나서면 월드컵을 이용한 판촉 활동을 하기 힘들다. 공식적으로는 ‘월드컵’이란 말조차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식 후원사들은 국가적인 월드컵 축제 분위기에서 ‘엄격한 잣대’는 자칫 역풍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웬만하면 눈을 감는 분위기다. 이처럼 공식적으로는 자격이 없지만 기업을 알리는 활동을 ‘앰부시 마케팅’(ambush marketing 매복 마케팅)이라고 한다. 지금 기업들이 펼치는 월드컵 경품 마케팅이나 광고는 대부분 ‘매복 마케팅’이다.

월드컵, 올림픽 등 국제행사에 꼭 등장하는 게 ‘보상 마케팅’이다. 스포츠 경기 결과에 따라 경품이나 상금을 지급한다. ‘16강 진출’이란 전제를 달고 고객을 유혹한다. 이때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해당 기업은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이를 위해 나온 게 ‘상금보상보험’.

대표적인 예가 롯데백화점이 베이징 올림픽에서 벌인 경품 이벤트다. 롯데는 한국 대표팀이 금메달 12개를 따면 추첨을 통해 기아자동차 ‘모닝’ 88대를 주겠다고 했다. 결과는 금메달 13개. 롯데는 8억8000만원을 써야 했지만 미리 보험에 가입해 별 손실을 보지 않았다. 그럼 보험사는? 재보험이 있어 역시 위험을 분산시킨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보상마케팅이 활발하다.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소비자들도 좋고, 기업들은 매출을 늘리면서 보험료를 받아 손실을 메우고, 보험료는 확률에 따라 결정된다. 확률이 높으면 그만큼 보험료도 높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 보험사들이 정한 우리나라의 16강 진출 확률은 48%, 8강은 16%, 4강 진출은 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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