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겸 (주)탑드릴 대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게 성공 비결”
김정겸 (주)탑드릴 대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은 게 성공 비결”
  • 이하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5.28 12:44
  • 수정 2010-05-28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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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계 여성CEO…과감한 설비 투자·기술 개발
전 세계 40개국 50개 업체에 수출하는 ‘히든 챔피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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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겸 (주)탑드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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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제조업체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 CEO가 업계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바로 국내 굴지의 토종 DTH 함마(Hammer) 및 비트(Bits) 전문기업인 ㈜탑드릴 김정겸(51·사진) 대표. 대중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내실 있는 기업이다. 김 대표는 제3회 씨티-코스비 여성기업인상 시상식에서 기업가정신상을 수상했다.

탑드릴에서 생산하는 함마와 비트는 건설현장에서 기초공사 시 반드시 필요한 굴착기에 쓰이는 핵심 부품. 특히 제품의 60% 이상을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칠레 등 전 세계 40여 개국 50개 업체에 수출하고 있는 작지만 강한 ‘히든 챔피언’(hidden champion)이다.

김 대표는 흔히 ‘남성들의 고유 영역’이라고 불리는 제조업계에서 탑드릴을 보란 듯이 탄탄한 기업으로 키워냈다.

거친 제조업 환경에서 여성이 경영하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는 “회사를 세운 1999년 당시에는 ‘여자가 뭘 할 수 있겠느냐’며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남성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런 오해는 오히려 성장하게 만든 약이 됐다”며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더 노력한 것이 지금을 만들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고비는 적지 않았다. 1996년 현재 사업 파트너이기도 한 남편이 운영하던 함마 비트 생산업체가 부도가 났다. 흑자 상태에서 맞은 부도였지만 이로 인해 김 대표의 가족은 이제껏 쌓아온 많은 것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거기서 그대로 주저앉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렇게 그는 다시 일어나 새로운 회사를 세울 준비를 시작했다. 엔지니어였던 남편을 대신해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김 대표가 동종업계에서 2년간 감사를 맡았던 경험을 토대로 2년간의 공부 끝에 전면에 나서 지금의 탑드릴을 세웠다.

하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전체 직원은 기계를 움직일 기술자 3명과 김 대표, 남편이 전부였다. 해외 영업을 하고 싶어서 인재를 구하려고 해도 200평의 땅을 빌려 컨테이너 박스를 사무실로 사용하는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2002년에는 법을 위반해 벌금을 무는 일이 발생했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시설로 지정되어 있는 소둔로(전기가열로)를 신고허가를 받은 후에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몰라 고발을 당한 것이다. 김 대표는 “기업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법률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CEO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공부를 쉼 없이 해야 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게 됐다고 한다. 현재 김 대표는 사이버대학에 등록해 경영에 필요한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김 대표는 “어려움을 딛고 일어나는 것 또한 경험이며 공부”라고 말했다. 그는 소음과 진동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저진동·저소음 함마를 비롯해 4종의 특허를 따내면서 시장에서 인정받기 시작했다. 현재 탑드릴이 가지고 있는 특허와 실용신안 등은 총 26개. 탄탄한 기술력과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며 바우마 뮌헨 건설기계 박람회 등 해외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해 지금의 탑드릴을 일궈냈다.

하지만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그가  가정에 소홀할 거란 생각은 오산이다. 그는 “모든 일에 가장 기본이 되는 초석은 가정”이라며 “일과 가정이 균형을 이루지 못한 채 성공하는 것은 완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또 “CEO를 꿈꾸는 직장 여성뿐만 아니라 전업주부들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고 도전조차 하지 않는다”며 “도전하지 않으면 성공도 얻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여성이기에 더 섬세하게 챙기고 배려할 수 있는 부분이 강점이 된다”고 말하는 김 대표. 이런 섬세함 속에 배짱 두둑함이 느껴지는 그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 소둔로(燒鈍爐): 금속을 녹는점보다 약간 낮은 온도로 가열한 다음 천천히 식히는 데 쓰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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