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마지막 하루
‘이방인’의 마지막 하루
  • 박윤수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5.28 12:33
  • 수정 2010-05-28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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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디자이너 톰 포드의 자작 게이소설 영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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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로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조지(콜린 퍼스)는 매일 아침 악몽에 시달리다 잠에서 깨어난다. 그리고 출근 전에 그는 거울 앞에 서서 ‘조지’가 되는 연습을 한다. 16년간 사랑했던 연인 짐의 자동차 사고 소식을 들은 후 그는 더 이상 ‘조지’로서의 존재감을 잃어버렸다. 무의미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조지는 어느 날 연인의 곁으로 가겠다는 결심을 하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하루를 시작한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포드가 영화감독으로의 변신을 선언했을 때 사람들은 큰 기대를 갖지 않았다. ‘패션 피플’의 이야기를 담은 스타일리시한 영화이겠거니 했던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그가 데뷔작으로 선택한 프로젝트는 소설 ‘싱글맨’의 영화화였다. 스스로가 게이인권운동가이기도 했던 영국 작가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1963년작 ‘싱글맨’은 게이인권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이렇게 탄생한 영화 ‘싱글맨’은 베니스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대되고 ‘타임’지 선정 ‘올해의 10대 영화’에 선정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뿐만 아니라 주연 배우인 콜린 퍼스에게 베니스 영화제, 영국 아카데미 등 각종 영화상의 남우주연상을 안겨주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미국에 사는 영국인이자, 이성애자 세상에 사는 동성애자인 조지는 사회적 지위와 재산을 가졌지만 이 사회에서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언젠가 짐과 함께 영국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꿈을 가졌던 것일지도 모른다. 쿠바 미사일에 대한 공포가 한창이던 1962년, 미·소 냉전이 최고조에 이르러 세계를 흑백의 이분법으로 판단하던 시대에 이방인이 살아가기란 쉽지 않았다. “아빠가 아저씨도 검투장에 집어넣어야 한대요. 밝은 구두를 신는다고요”라는 이웃집 소녀의 대사는 게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섬뜩하게 드러낸다.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한 조지의 대학 강의 장면에는 성과 젠더, 소수자의 삶과 인권에 대한 감독의 주장이 시대적 흐름에 대한 고찰과 세련되게 어우러진다. “나치가 유대인을 싫어했듯이 다수가 소수를 미워하는 이유는 공포심에서 기인한다. 소수란 다수로부터 어떤 위협이 가해짐으로써 생기는 개념이고 그리고 거기에는 두려움이 존재한다. 결국 공포심이 우리의 진짜 적이다.”

디자이너 출신의 감독답게 영상미가 뛰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1960년대 영화의 분위기를 구현한 예스러운 화면이 눈길을 사로잡으며 존재감을 잃은 조지의 시선에서 보이는 세상을 일렁이는 슬로모션으로, 연인과의 과거를 흑백 처리한 화면 구성이 인상적이다.

‘싱글맨’은 ‘게이 영화’의 편견을 깨는 작품이다. 영화에는 충격적인 사랑의 이야기도, 정사장면도 등장하지 않는다. 동성애 코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이의 상실감과 고립감, 그리고 극복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사랑과 이별의 상처는 성정체성을 떠나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임을 이 영화는 보여준다. 감독 톰 포드, 출연 콜린 퍼스·줄리안 무어,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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