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마야의 슬픔
입양아 마야의 슬픔
  • 배수아 / 소설가
  • 승인 2010.05.28 12:08
  • 수정 2010-05-28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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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화가 난다, 그녀가 수출품이라는 것이.”

“그녀는 화가 난다, 그녀가 수입품이라는 것이.”

나는 한국계 덴마크인 마야 리 랑그바드가 시를 낭송하는 콘서트에 왔다. 남성적이고 깊은 음성에 성량이 풍부한 그녀의 목소리는 콘서트장을 가득 채우고 울린다. 단지 풍부한 성량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는 분노가 있기 때문에 그 목소리는 더더욱 주저함을 모른다. 예전에 마야는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도 너처럼 오스트리아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를 좋아해. 그의 작품 ‘소멸’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았지. 자신에게 뼈와 살을 준 조국에 대한 처절한 증오의 마음, 나는 그것을 너무나 잘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그녀는 화가 난다. 그녀의 친부모가 그녀가 딸이라서 포기하고 입양시킨 것에.”

입양아인 마야의 시 ‘그녀는 화가 난다’는 매우 정치적이고 선언적인 의미의 문장들로 이루어진 장시다. 모든 문장은 “그녀는 화가 난다” 로 시작한다. 이 시는 정치적이면서 동시에 더할 수 없이 개인적이다. 왜냐하면 한 문장 한 문장이 그녀의 자서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 내용에 의하면 마야는 아마도 딸이 많은 여유롭지 못한 집안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성별을 갖고 막내로 태어난 듯하다.

“그녀는 화가 난다, 그녀가 친부모보다 훨씬 더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

“그녀는 화가 난다, 그녀가 가난한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그녀는 화가 난다, 그녀가 부유한 사람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해외 입양을 찬성하는 한국인이든 반대하는 한국인이든 우리는 그녀의 시 앞에서 부끄럽고 미안할 수밖에 없다. 마야가 덴마크에서 행복하고 부유한 성장기를 보냈다고 해도, 그녀가 지금 가지는 분노와 슬픔은 당연하고도 정당할 것이다. 입양이 결국 상호 윈윈(win-win)인가 아닌가, 고아를 위해 부모를 찾아주는 것이 입양인가 아니면 자식 없는 부모를 위해 적당한 고아를 찾아주는 것이 입양인가를 따지기 이전에, 그것은 우리 모두의 영원한 질문, 정체성에 관련되어 있으므로 그녀는 세상에 대해 분노할 자격이 있었다. 

그런데 누구나 나처럼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마야가 무대 위에서 시를 낭독하는 사이 내 바로 뒷자리에서는 여러 명의 남성 노인들이 굵직한 목소리로 문학적인 비평을 늘어놓고 있었으니까. 마야는 보이시한 복장을 하고 있으며 태도 또한 여성스럽다기보다는 아주 당당하고, 마야의 시 도입부에는 부계만이 중시되는 한국 사회의 가부장제를 비판하는 발언이 강하게 들어가는데, 어쩌면 그것이 그들의 비위를 거슬렀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들의 수준 높은 의견에 의하면-듣기 싫어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들은 적어도 콘서트 도중에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상식 따위에는 전혀 얽매이지 않았으니까-입양아는 괜히 부모를 찾는답시고 설치지 않는 편이 좋으며, 게다가 마야의 시는 사실의 나열에 불과하므로 예술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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