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워터스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두 국가 이상의 영토를 흐르는 공유 하천은 263개에 이른다. 지난해 8월 스웨덴 구스타프 국왕이 주관한 제19차 스톡홀름 물 주간의 주제는 ‘전 지구적 변화에 대응하여: 공공재로서의 물, 특히 공유 하천을 중심으로’였다. 회의가 진행된 일주일 내내 물 관련 분쟁을 해결하려고 전문가들은 진지하게 노력했다. 물 분쟁을 미리 방지하고 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말씨를 어떻게 하고 어떤 단어를 써야 하는지부터 서로 양보해야 하는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다뤘다. 

인간의 삶을 주도하는 물은 귀한 자원이기에 인류는 강물을 둘러싼 분쟁에 휘말리며 살아 왔다. 미국 오리건주립대 연구팀에 따르면 1950년 이후 생긴 물 분쟁은 37건이었다. 놀랍게도 이 가운데 32건이 중동에서 생겼고, 그 중 30건이 이스라엘과 주변 아랍국가 간 분쟁이었다. 물 분쟁이 이 지역에 집중된 이유는 물의 발원지가 모두 이스라엘 밖에 있는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다.

요르단강의 상류는 시리아와 레바논에 있고, 지류들도 이웃 나라를 거쳐 들어온다. 시리아가 골란고원에 있는 요르단강 상류 중 하나인 바니야스강 물줄기를 돌리려 하자 이스라엘이 폭격을 가했고, 아랍국들이 이스라엘의 국가 수로를 공격하자 촉발된 전쟁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인 6일 전쟁이다.

이스라엘의 승리로 요르단강 주변과 수원지인 골란고원 등을 점령해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하면서 분쟁 조정이 이뤄진 셈이다. 이스라엘-요르단-레바논-시리아 등 4개국이 속한 이 지역은 전 세계 인구의 5%가 살고 있는데 수자원은 1%에 불과해 이 지역의 물 분쟁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지역의 분쟁은 1979년, 2002년에도 전쟁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

필요 수량의 97%를 국제 공유 하천에 의존하는 이집트도 만만치 않다. 1994년 8월 나일강 상류에 수단이 댐 건설 움직임을 보이자 이집트는 폭격을 단행했고, 나일강 유량 감소를 우려해 에티오피아를 지원하려는 아프리카 개발은행의 계획도 무조건 반대했다.

물 분쟁은 때론 생명을 위협한다. 2009년 9월 6일 북한의 임진각 댐 방류로 임진강 하류 지역인 연천, 파주 일대의 갑작스러운 수위의 상승으로 6명이 목숨을 잃고 재산 추정 피해액이 2억원에 달한다는 보도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이는 임진강 상류 지역에 위치한 황해북도 토산군에 위치한 팔당댐 저수량의 1.5배 규모인 황강 댐에서 아무 예고 없이 방류한 물의 양이 급증해 벌어진 사건이었다. 황강댐 근처에 만든 ‘4월5일댐’ 4개가 동시에 방류될 경우 임진각 유역의 전진부대와 비룡부대, 김포반도, 일산지역의 청룡부대, 백승부대, 백마부대 등 5개 사단이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는 물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2주일 전 울산시에 지속가능발전 교육 강의를 위해 내려갔다. 지역민들은 태화강은 울산 서부지역 산지에서 발원해 동쪽으로 흘러 울산만을 거쳐 동해로 나가기 때문에 울산시 안으로만 흘러 태화강을 정화하고, 정비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고 전했다. 흐르는 강이 이렇게 한 지방행정구역 안에만 머물기는 쉽지 않다. 물 분쟁에 휘말릴 까닭이 없는 울산 시민들에겐 태화강이 크나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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