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6일 막을 내린 제7회 서울환경영화제에는 ‘함께 사는 지구를 위한 영화’들이 풍성했다. ‘여성’이자 ‘농민’으로 살아가는 세 여성 농민운동가들의 1년여간의 행보를 그린 권우정 감독의 ‘땅의 여자’는 땅과 사람을 사랑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다.

영화가 중반부를 달리고 나서야, 이 영화가 지난 몇 년 사이 유행을 일으켜온 ‘귀농’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녀들이 선택한 길은 단순한 농사가 아니라, 삶의 전선을 농촌운동으로 체득화하기 위함이었다.

수십, 수백 년간 아니,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된 자연에 대한 갈취와 억압은 콩 심을 틈만큼도 줄어들지 않았다. 척박하고, 메마르지만 언제나 작고 여린 생명을 움 틔우는 그 땅에, 농촌이라는 공간을 선택이 아닌 ‘운명’으로 받아들인 세 여성이 서있다.

세 여성은 각기 개인이면서 동시에 농촌에서 살아가는 모든 여성을 대변한다. 그녀들이 밞고 선 그 땅은 시멘트보다 차갑고, 도시의 회색빛 하늘보다 더 암담하다. 여성에게 농촌이라는 공간은, 도시의 무지와 가부장이라는 단단한 벽들이 잡초처럼 피어있는 곳이다. 그곳은 유토피아도, 귀농의 달콤한 꿈도 아닌, 치열한 생존의 나날인 것이다.

그러나, 한 줌의 흙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던 아지매, 할매들의 호미질과 괭이질은 자기 것을 지키려 하기보단, 땅을 지키고, 사람을 지키고자 함이었다. 거칠고, 드세고, 목소리 크고, 뙤약볕에도 맨얼굴을 고스란히 드러낸 그녀들은 온실 속 화사한 꽃다발은 아니어도, 바람과 비를 견디어내고 마는 볏잎과도 같다.

씩씩하게 오늘을 살아내는 언니들의 거친 손마디에서, 땅을 보고, 벼이삭을 보고, 하늘을 본다. 그녀들이 지켜내고자 했던 것은, 비단 땅으로 끝나지 않는다. 한낱 나락 한 알이라도, 그 안에 담긴 생명이 고마운 줄 아는 그 마음을 지키고자 하는 것이리라.

오늘도 고군분투하며 들녘의 축제를 벌이는 언니들을 당장이라도 만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편을 일렁이게 했다. 낯선 빈손으로 찾아가도 환한 이를 내보이며 등을 쓸어줄 것만 같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