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담’ 토론?…반복된 흠집 내기 ‘눈살’
시장 토론회가 전·현직 대통령 대결로 비쳐져

지난 17일, 18일 밤 ‘2010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 초청 TV토론’이 잇따라 방영됐다. 20대 여성들의 눈으로 본 서울시장 후보들의 TV토론 관전평을 싣는다.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을 시청한 소감은 ‘실망’이었다. 마치 정글을 방불케 했던 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 이렇다 할 소득을 남겨주지 못하고 끝났다.

먼저 진행 방식이 문제였다. 후보자들에게 할애된 시간이 너무 짧았다. 시간적 제약을 감안해도 1분으론 후보자들에게 충분한 답변을 뽑아내기 어려웠다. 찬스를 통해 보완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물론 제한된 시간에 능력을 발휘하는 것 역시 후보 자질의 하나로 평가돼야 한다. 하지만 시간에 쫓기는 토론회는 유권자를 오로지 후보자의 입담만으로 그의 자질을 평가해 버리는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한 또 하나의 원인은 헐뜯기에 있다. 공약의 잘못이나 모순을 지적하는 것은 토론의 본질이다. 하지만 이번 토론회는 흡사 전·현직 대통령의 대결처럼 느껴질 만큼 각 후보들의 화살은 상대방이 아닌 그 너머를 향했다. 오세훈 후보와 이명박 대통령과의 연관성을 끊임없이 지적했고, 한명숙 후보의 공직 시절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유권자들이 토론에서 원하는 것은 악의적으로 흠을 들춰내는 모습이 아니다.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주체로서 나의 삶에 도움이 되는 공약을 내세우는, 그리고 그것을 실현시킬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골라내기 위한 검증자료로 삼기 위해 토론회를 보는 것이다. 그런 지적은 청문회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후보자들의 반복되는 ‘상대방 깎아 내리기’는 한숨만 자아냈다.

중간에 과열된 토론의 긴장을 푸는 질문시간은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한명숙 후보에게 주차를 정말 잘하느냐는 질문, 지상욱 후보에겐 유명한 아내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 등은 토론의 주제에선 벗어났지만 후보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조금이나마 확인케 해줬다.

프로그램 진행이나 후보들의 태도에서 전체적으로 미흡하다고 느껴지는 토론회였다. 이런 식의 진행방식이 다른 토론회에서도 계속된다면 결국 후보들이 토론회에서 하는 역할은 공약을 말하는 앵무새에 불과할 뿐이다. 유권자들의 소중한 한 표를 올바르게 쓰기를 위한다면 의무적이고 형식적인 토론회가 아닌 양질의 토론회를 기획하고 정착시키는 게 급선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