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당선되면 공식사과·재발방지 의지 표해야”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도 ‘묻지 마, 성희롱 전력’이 통할 것인가. 총선, 지방선거 등 매번 선거철마다 여성계는 성희롱 전력이 있는 후보들에 대한 “공천·출마·당선 절대 불가!”를 외치지만, 이를 비웃듯 논란이 됐던 후보들 중 상당수가 무소속으로라도 출마해 당선 배지를 달고 금의환향, 역으로 자신을 내쳤던 정당에 복귀하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번 6·2 지방선거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여성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대법원 판결로 성희롱 전력을 ‘인정받은’ 우근민 전 제주도지사는 민주당에 복당했다가 공천 구설에 휘말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방송 3사가 지난 14~1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어 당선이 유력시 되고 있다. 역시 2005년부터 성희롱 논란이 일었던 한나라당 송명호 평택시장 후보도 당의 유야무야 태도 속에 여론조사 2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성명을 통해 “우근민 전 지사가 제주도지사 후보로 공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여성폭력 전력을 가졌다는 이유도 있지만,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거나 반성하는 태도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3월 7일 민주당 복당을 위해 마지못해 사과를 하는 듯 했으나, 결국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검찰이 성희롱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결백하다’라고 주장하며 ‘마녀사냥’ ‘정치적 음해와 테러’ 등 격한 표현을 동원해 안하무인 적반하장격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묻지 마 성희롱 전력’이 있는 후보들이 아웃되지 않는 현실 정치에 여성계는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김민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한국 사회 성희롱, 성폭력 사건 고소율이 7.1%에 불과한 현실에서, 가해자가 정치인이거나 고위직이라면 자신의 피해 사실을 드러내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해석한다. 그는 이어 “지역에서 지지율 1위라고 해서, 지역 주민들이 성희롱 문제를 ‘자신의 삶의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 게 아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지지율이나 표 개수로만 민심을 파악해 마치 성희롱 문제는 그냥 넘어가도 될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불가피하게 이 같은 성희롱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엔 “주민들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앞장서서 성희롱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자성’의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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