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 정부청사 1818호실 떠나 전전

정무장관(제2)실은 발족해서 폐지될 때까지 10년간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업무를 총괄하는 정무조정실은 18층 18호실에 있었다. 하필이면 사무실이 1818호실이라서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다. 내심 여성정책에 반감과 저항을 가지고 있던 다른 부처 사람들은 회의다 협의다 하여 1818호실 정무조정실을 드나들 때마다 “그러니까 여성정책은 ××정책”이라고 냉소적으로 비꼬기 일쑤였다. 정부종합청사 1818호실은 초창기 여성정책의 산실이었다.

그러다가 1998년 정무장관(제2)실이 폐지되고 여성특별위원회가 신설되었다. 그런데 여성특위는 국무총리 소속이던 정무장관(제2)실과는 달리 대통령 직속이라 정부종합청사에 자리할 수 없다고 하여 인근 문화부 청사 일부를 임대하여 새로 둥지를 틀었다. 당시 정부청사를 관리하는 행정자치부의 기준에 따르면 정부종합청사에는 국무총리 소속 기관만 배치된다는 것이었다. 여성특위보다 기관장 서열이 높고 조직 규모도 훨씬 큰 문화부의 단독 청사에 더부살이하게 된 여성특위는 대통령 직속임에도 한없이 작고 낮은 조직이라는 현실에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그래서 여성특위는 반포로에 위치한 서울지방조달청 청사로 이사하여 문화부청사 더부살이를 면하게 된다. 마침 조달청 반포청사에는 기획예산처도 자리한 터여서 예산협의와 조달 협조가 공간적으로 수월하다는 이점이 있었다.

3년 뒤 여성특위는 여성부로 승격 개편되고서도 반포청사에 머물렀다. 여기에서 여성부는 예산과 조달의 이점을 살려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하여 공무원 자녀들을 보육하고 일하는 인근 주민들의 자녀들에게도 직장 어린이집을 개방했다. 2003년 참여정부의 등장과 함께 존치된 여성부는 예전 정무장관(제2)실이 자리하였던 세종로 정부종합청사로 이사해 명실 공히 정부부처로서의 위상을 확인하게 된다. 2005년 6월 여성가족부로 확대되고서도 세종로 청사를 고수한다.

그러나 2008년 실용정부에서 존폐의 논란 끝에 되살아난 여성부는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밀려나 청계천로 한 빌딩에 입주하게 된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여성가족부로 확대되고서도 여전히 청계천로 빌딩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기왕이면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 여성가족부가 들어갈 수 있다면 좋겠거늘. 정부종합청사가 지니는 상징성과 대표성이 크기에 욕심을 내어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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