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잉어 코이와 마음의 넓이
비단잉어 코이와 마음의 넓이
  • 문용린 /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 승인 2010.05.20 12:15
  • 수정 2010-05-20 1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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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성숙, 가족관계 통해 깊어진다
5월엔 연못의 비단잉어도 한층 활기차다. 겨우내 얼음장 밑에서 꼼짝 않고 동면하듯 지내던 그 물고기들도 5월엔 에너지가 충만해 얕은 물가에서 우당탕 부딪치며 놀고 있다. 그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의 마음이 푸르러지고 신선해진다.

코이(koi)라는 비단잉어가 있다. 관상용으로 키우는 비단잉어의 한 종류다. 붉은 몸체에 커다란 흰 반점이 듬성듬성 박혀있는 잉어로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잉어다. 아마 5월에는 이 잉어도 자랄 것이다. 초목과 사람처럼 이 물고기도 5월엔 무럭무럭 자랄 것이다.

코이는 환경에 적응하며 자라는 방식이 특이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는다. 바로 태어난 치어(稚魚)를 집안의 자그마한 어항에 넣어 기르면 최대 5∼8cm밖에 자라지 않는다. 그런데 커다란 수족관이나 연못에 넣어 기르면 15∼25cm까지 자라고, 만약 이 치어를 강물에 방류하게 되면 90∼120cm까지 성장한다고 한다. 코이는 자기가 숨 쉬고 활동하는 세계의 크기에 따라 조무래기가 될 수도 있고 대어가 될 수도 있는 특이한 물고기인 것이다.

어항에서 기르면 조무래기가 되지만, 강물에 놓아 기르면 대어(大魚)가 된다는 말을 우리는 어떻게 범상히 흘려듣고 말 것인가. 우리 아이들을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시켜주는 일만큼 중요한 것이 어디 있는가. 부모가 하기에 따라서, 어른들이 하기에 따라서 우리의 자녀들은 조무래기가 되기도 하고 대어가 되기도 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신체적 성장이 가정에서의 부모의 역할에 따라 촉진되기도 하고 지체되기도 한다는 것은 이미 오래 전에 밝혀진 이야기다. 태어나서부터 사춘기 시기까지 그 빠른 신체적 발달을 주도하는 것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 호르몬(GH) 덕분이다. 이 호르몬은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 사이 깊이 잠든 시간에 아이의 머릿속에서 분비된다.

그래서 야간에 충분히 깊게 잠을 자는 아이들은 자랄만큼 충분히 자란다. 유전으로 물려받은 키만큼 자라서 대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고민이 많고, 스트레스가 많고, 부모가 아이를 편안하게 못해줘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아이는 그만큼 성장호르몬의 분비가 적어진다. 그래서 신체적 성장이 충분하게 이루어지지 못한다. 부모가 하기에 따라서 아이들은 타고난 자신의 키와 몸무게와 체형을 유전 받은 만큼 키울 수도 있고, 턱없이 모자르게 빈약해 질 수도 있다. 비단잉어 코이에만 놀랄 일이 아니다.

정신적 성숙, 즉 마음의 성숙은 어떨까? 마음의 성숙은 신체적 성숙보다 훨씬 복잡하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부모가 하기에 따라서 마음의 좁고 편협함 그리고 넓고 관대함의 폭이 달라지는 것은 마찬가지다. 마음의 성숙이란 무엇인가? 다른 사람의 처지와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이에 맞추어 조정할 줄 아는 능력이다. 배고픈 자기만을 생각하다가 배고픈 남도 생각할 줄 알게 되는 것, 자기 고통에만 주목하다가 남의 고통에도 눈을 돌리게 되는 것 등은 모두 마음이 성숙해가는 증거다.

이런 마음의 성숙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대뇌의 편도체(아미그달라)에서 분노, 욕구(식욕, 성욕, 갈증 등), 짜증, 두려움, 공포, 사랑 등의 감정이 생기면 이것이 대뇌피질 상의 감각연합령 분야로 전달되어 감소, 억제, 상승, 연합, 조절 등의 변화를 일으키게 되고, 이 변화된 내용에 따라 이에 상응하는 행동이 나타나게 된다. 어릴수록 대뇌피질의 역할이 불충분하거나 서투르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세련되고 유능해져서, 감정의 조절이 잘 이루어진다. 어린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떼쓰는 모습은 바로 편도체에서 발생한 욕구를 대뇌피질이 잘 조절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래서 편도체에서 발생하는 욕구와 감정을 대뇌피질이 성숙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바로 정신적 성숙 또는 마음의 성숙을 촉진하는 중요한 과제다. 이 과제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는가. 주사나 약물로 해결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불행하게도 아직 의학적으로 정신의 성숙을 촉진하는 약물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즉, 의사나 약사가 주사나 약으로 마음의 성숙을 이루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가정에서의 부모의 역할이 편도체와 대뇌피질의 긴밀한 연결에 중요하다. 가장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이 주시하는 앞에서 두려움과 공포에 맞서는 체험을 하는 게 중요하고, 부모 앞에서 화를 참는 체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편도체의 욕구를 제어하는 기술은 사랑하고 신뢰하는 사람을 통해서 가장 잘 학습되는 때문이다. 어른들 앞에서 술을 배운 사람이 술버릇이 좋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타당하다.

그래서 마음의 성숙은 가정에서 부모, 할머니, 할아버지를 통해 가장 잘 이루어진다. 당신의 가정은 자녀의 마음의 넓이를 얼마나 넓히고 있는가. 어항의 넓이인가, 연못의 넓이인가, 아니면 흐르는 강물의 넓이인가. 당신의 자녀는 코이처럼 당신이 제공하는 가정의 심리적 넓이에 따라 서로 다른 크기의 마음을 갖게 될 것임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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