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여성정책, 세계가 알아줘 뿌듯”
2년간 ‘여행프로젝트’ 진두지휘
민선 5기엔 창동 여성건강증진타운 설립
무슨 일이건 언제나 처음은 어려운 법. 선례가 없는 새로운 개념의 정책을 추진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하지만 내리막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막이 있는 롤러코스터처럼 2년여 동안 그가 흘린 땀과 눈물이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다음달 2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2010년 유엔공공행정상(Public Service Awards:UNPSA) 시상식에서 여행프로젝트가 대상을 수상하게 된 것이다. 저소득층 저축 지원 정책인 ‘희망플러스 통장’도 우수상을 받게 됐다. 조 정책관은 “우리가 만든 여성정책을 국제사회에서 먼저 인정해주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엔은 지난 2006년부터 매년 전 세계 공공기관의 행정서비스와 정책 가운데 우수 사례를 선정해 유엔 공공행정상을 수여해왔다. 서울시는 지난해 수돗물인 ‘아리수’와 실시간 수질공개 온라인 시민아이디어 접수창구인 ‘천만상상 오아시스’, 2008년 ‘사이버정책토론방’ 등이 우수 사례로 채택돼 공공행정상을 받았다.
올해 대상을 받게 된 여행 프로젝트는 여성 전용 주차장과 화장실 등 도로와 교통, 문화에 이르는 전 범위에 여성을 배려한 시설을 확대하자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특히 성차별 극복이나 남녀평등 등 거창한 담론을 뛰어넘어 실생활에서 여성이 느끼는 불편함을 바로잡자는 취지로 시작한 ‘생활 밀착형’ 정책이다. 여성이 서울에서 생활하면서 피부로 느끼는 불편함을 개선하고 나아가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여성 친화적 도시정책을 펼침으로써 이름 그대로 여성이 행복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08년 5월, 여성가족정책관으로 임명되고 임명장을 받던 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조 정책관에게 “여행프로젝트를 살려달라”고 말했다. 당시 시행초기 단계였던 여행프로젝트는 개념만 있을 뿐,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날 한 고위 관계자는 “여행 프로젝트는 ‘호치키스(스테이플러) 프로젝트’”라는 뼈있는 농담도 던졌다. 150개가 넘는 서울시 각 실국에서 낸 단순한 자료들을 스테이플러로 ‘쿡’ 찍어낸 허울만 있는 프로젝트라는 의미였다. 그는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컸지만 개념 정립부터 브랜딩 작업과 9대 대표사업을 선정해 내실을 기하는 과정을 거쳐 불과 2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여행 프로젝트를 본격적인 순항 궤도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조 정책관은 “아직은 멀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그는 “앞으로 밥을 먹고 숨을 쉬듯 여성정책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여행 프로젝트라는 말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바람을 전했다.
조 정책관은 앞으로 다가올 민선5기에는 건강검진부터 요가와 헬스, 교양강좌까지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여성 건강 휴양지’인 여성건강증진타운을 창동에 건립하는 등 여행 프로젝트 사업들을 차례차례 펼쳐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