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위기
‘보금자리’ 위기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5.14 12:39
  • 수정 2010-05-14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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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근로여성임대아파트 매각 추진
“복지한다면서 왜 수익성 따지나”

“이 지역은 여성 근로자가 집단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입니다. 관계자 이외에는 출입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위반 시는 주거침입에 의한 형법 제319조 제1항에 의거, 처벌을 받게 되오니….”

10일 저녁 찾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 근로복지공단 구로여성임대아파트 출입구에는 금천경찰서 가산경찰소장 명의의 명판이 걸려 있었다. 서울 도심에서 보기 힘든 5층의 낡은 아파트 3동은 다소 을씨년스러웠다. 입주자들과 동행해 들어간 내부는 방 2개와 화장실이 있는 13평(42.9㎡) 공간으로, 아파트 1세대에 2∼3명이 살고 있었다. 입주자들은 대부분 지방에서 올라온 월 소득 100만원 이하의 저소득층 독신 여성들이다. 월 임대료와 관리비가 3만∼5만원에 불과해 생산직 종사자나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주로 산다. 고시원이나 쪽방촌에서 월세로 살다 들어온 30대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곳에서 자립 기반을 다지던 여성 근로자들이 근로복지공단의 매각 결정으로 쫓겨날 위기에 처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단이 ‘국민주택기금사업과의 중복’ ‘노후화에 따른 개·보수 예산 과다 소요’ 등을 거론하며 정부가 매각을 권고했다는 이유로 2004년부터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것. 공단은 2011년까지 6개 지역 아파트 입주자들을 퇴거시킨 후 임대사업자에게 매각, 487억 원의 자금으로 저금리 대부사업 등을 할 계획이다.

근로복지공단 여성임대아파트는 1988∼90년 부천, 인천, 춘천, 대구, 부산 등 전국 6곳에 건립돼 4월 현재 총 820세대 입주자 1687명이 살고 있다.

그러나 저소득 근로 여성들이 빌려 쓰던 이같은 임대아파트들은 ‘효율적인 투자’와 ‘경제성’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한국수출산업공단이 운영하던 초원임대아파트(서울 구로구 가산동)는 매각된 후 현재 서울디지털드림타운이라는 오피스텔로 재건축돼 근처 직장인들이 입주해 있다.

매각 논란을 빚고 있는 공단 여성임대아파트 입주자 중 한 사람인 최희영(34)씨는 전남 함평군에서 고교를 졸업한 후 스무 살 때 서울로 올라왔다. 최씨는 “미싱 시다로 일하며 6000만원을 모아 전셋집을 구해 나가고, 야간대학을 다니며 주경야독하는 이웃 언니와 동생을 보며 희망을 키웠다”며 “당장 전세금 마련할 돈이 없는데 매각된다니 눈앞이 캄캄하다. ‘친서민 복지 정부’라면서 돈못 버는 여성들이 사는 집은 왜 자꾸 없애는지 모르겠다”고 항변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 등은 “근로여성임대아파트는 정부 재정과 국민주택기금이 지원된 공공건설 임대아파트로 법적으로 50년 동안 매각이 제한되고, 아파트를 매각할 때는 임차인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며 공단과 매각 승인을 한 노동부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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