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문화 개혁 계기 됐다”
정병국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병국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당협위원장의 불만을 힘으로 밀어붙이다보면 본선에서 당협위원장의 협조를 받기 어려워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점도 감안해야했다”며 “의견 조율하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당 최고위에서도 제동이 걸렸다. 선거의 목표는 ‘승리’인데 ‘콘셉트형’으로 선거를 치러서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 위원장은 “어렵지만 결국은 선거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진척이 있다면 성공한 선거라고 생각한다”며 “욕먹을 각오를 하고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정 위원장의 걱정은 본선 경쟁력이다. 이번 지방선거가 선례가 돼 차기 모든 선거에서 여성 공천의 본보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후보는 당선이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에 실패하면 어느 사무총장이 여성전략공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나.”
때문에 정 위원장은 여성계가 여성후보 당선에 총력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정 위원장은 “여성단체가 피케팅이나 여성 할당 등 제도화 노력에만 힘을 쏟는 것은 쇼”라며 “여성단체도 여야를 막론하고 여성 정치인 당선에 힘을 써달라. 그게 여성 정치인이 재선, 삼선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여성 후보자에 대한 당내외 여성들의 ‘견제’에도 쓴소리를 했다. 정 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 “전반적으로 여성이 여성 후보의 가장 큰 적이었다”고 상기시키며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며 여성계의 대승적인 의견 합의를 요구했다.
정당에 대해 정 위원장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의 제도를 만들어 놓고 막상 제도를 운용해야 할 국회의원들은 ‘왜 내가 해야 하나’란 분위기가 강하다”며 “이런 분위기를 깨고 타율보다는 자율적으로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 정치인 가능성 봤다”
이미경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
이미경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우선은 “수도권과 당선이 유력한 광주에서 여성을 전략공천해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서는 단 한 곳도 여성전략공천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서울지역에서도 여성 공천을 위해 노력했지만 워낙 남성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출마 후보가 많았기 때문에 힘들었다”며 “다만 경선에서 여성이 스스로 경쟁에서 올라왔다는 점에서 여성 정치인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여성의 경쟁력은 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한 덕이었다는 것이 이 위원장의 평가다. 민주당은 여성 및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가 공천을 신청할 경우 심사과정에서 20%의 가산점을 부여하도록 당헌·당규에 명시했다.
또 기초의원에 출마한 여성 후보자가 우선 순번을 배정받을 수 있도록 순위배정에서도 여성에게 20% 가산점을 주도록 당헌·당규에 못 박았다. 중앙당 차원에서는 여성을 단수공천하거나 기초의회의 경우 ‘가’번에 여성을 우선 배정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했다.
공천 중에 중앙당 여성위와 공심위가 지역으로 내려보낸 지침과 감시 등에 대해 이 위원장은 “실제로 당협위원장이 여성을 우선 배정할 수 있는 명분이 됐고, 그렇지 않은 경우 당협위원장은 부담을 안고 공천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헌·당규나 지침을 통한 여성 후보 지원에 의미를 둔 이 위원장은 여성 후보자 스스로에 대한 노력도 당부했다. 이 위원장은 “지역사회에서 정치인으로서 홍보하는 일에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중요 선거에서 당에 기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자신의 선거를 위한 노하우를 숙련시켜 놓는 일도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공천이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이 위원장은 다음 선거를 위해 “당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여성 단체장 후보를 길러내고 약한 지역에서는 당선 가능성이 높은 비례대표에 출마할 여성 정치인을 준비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