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 청소년 해리상태 심각하다
가출 청소년 해리상태 심각하다
  • 김수희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5.14 12:08
  • 수정 2010-05-14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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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금요일 저녁 8시. 서울시 관악구 신림역 근처는 대낮보다 밝은 조명 아래 주말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신림 사거리 주변 좁은 인도를 오가는 사람들 중에는 교복을 입거나 사복을 입은 앳된 청소년들이 유독 눈에 많이 띄었다. 먹거리, 놀거리가 많은 신림역 일대는  가출 청소년들이 많이 모이고, 그만큼 아이들이 쉽게 ‘비행’에 빠지는 지역이기도 하다.

신림역 3번 출구 24시간 패스트푸드 점 앞에 멀리서도 눈에 띄는 대형 버스 한 대가 정차돼 있었다. 서울 시립 ‘이동청소년쉼터’다.

탁자와 의자, 텔레비전과 DVD, 여러 보드 게임과 만화책까지 구비되어 있는 버스 안에서는 쉼터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청소년들을 위한 물품을 챙기느라 분주했다.

2명씩 짝을 이룬 봉사자들은 청소년들에게 나눠줄 전단지와 사탕을 챙기고, ‘2010 이동 청소년 쉼터 자유롭고 주체적인 청소년의 친구’라고 적힌 명찰도 목에 걸었다. 자원봉사자들은 저녁 8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신림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가출 및 위기 청소년들에게 정보 제공과 상담을 진행한다.

밤 9시가 넘은 시각. 교복을 입은 여자 중학생 두 명이 성큼성큼 버스에 올랐다. “우와~ 신기하다” “구경하고 가야지” 아이들을 탁자로 안내한 상담선생님은 간식거리를 내밀며 자리에 동석해 아이들의 수다에 참여했다. 아이들과 친해진 다음 거부감 없이 정보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스스로 가출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언제든 위기상황에 처할 수 있으므로 예방 차원에서 대화를 나눈다고 한다.

밤이 더 깊어지자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 익숙한 듯 버스에 올랐다. 트레이닝복 바지에 슬리퍼를 신은 아이들은 짙은 눈화장에도 불구하고 한눈에 초췌해보였다. 오자마자 밥을 찾는 아이들을 위해 상담선생님은 분주하게 식사 준비를 했다. 인스턴트식품을 데우며 상담선생님은 영양 상태가 좋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양질의 식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가출 청소년들은 돈이 없어 굶거나,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음주까지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하다고 한다.

일각에선 가출 청소년을 위한 이러한 쉼터와 지원이 청소년들의 가출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지만 청소년 쉼터 관계자는 심각한 편견일 뿐이라고 못 박았다.

서울시립 청소년 일시 쉼터 이윤정 실장은 “가출 청소년의 대부분이 방임, 폭력에 시달린 해체가정의 아이들입니다. 사람들은 청소년들이 반항해서 집을 나온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은 생존을 위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쉼터 시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잠시 쉬어가는 곳에서 아이들이 안정감을 갖지는 않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살기 위해 집을 ‘탈출’했지만 청소년들이 사회에서 살아가기란 막막할 뿐이다. 남학생들의 경우에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지만 가출 청소년이란 걸 업주가 알고 착취하는 사례가 많다. 여학생은 아르바이트에서도 취약한 위치라 쉽게 성매매의 덫에 빠지게 된다.

이윤정 실장은 “가정폭력, 성폭력, 가출, 성매매가 모두 하나로 연계돼 있다”고 지적한다. “거리에서 오래 지낸 아이들은 생존 본능이 대단하긴 하지만 자존감이 낮고, 자기를 거부하는 해리상태에 많이 빠져 있습니다. 가출한 아이들은 자신이 사랑받지 않고 있다고 생각해요. 몸과 마음 모두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합니다.”

여성가족부(장관 백희영) 여성·청소년 보호 중앙점검단은 6일부터 8일까지 3일간 전국 대도시 지역에서 가출 청소년 구호활동을 실시했다. 가출 청소년에 대한 효과적인 현장 상담·지원을 위해 청소년 쉼터(4곳), 청소년상담지원센터(9곳)의 상담 전문가와 지역 청소년 단체가 민·관 합동으로 참여한 이번 활동은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대전, 울산, 경기에서 총 152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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