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변에서 접하게 되는 화학약품의 이름은 생소한 것이 대부분이다. 혹시 들어본 물질이라고 해도 화학을 전공한 본인도 실제로 학부에서 많은 실험을 하지는 않기 때문에 위험성에 대해 잘 모르는 것도 많다. 그 중에서 21세기의 화두 ‘미(美)’와 관련된 얘기를 해 볼까 한다. 과연 아름다움 속에 감춰진 화학적 사실은 무엇일까?

최근에 있었던 사건을 인터넷에서 발췌한 글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04년 4월부터 2008년 3월까지 기미 등을 제거하기 위해 찾아온 여성들을 상대로 심부피부 재생술을 시행, 1명에게 안면부 4급 장애를 입히는 등 모두 10명의 환자들에게 심각한 수술 후 후유증을 초래한 혐의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심부피부 재생술은 페놀 박피로 말 그대로 페놀 성분이 함유된 시약을 사용하여 피부를 벗겨내는 것이다. 페놀은 일종의 독극물로 소량이 입으로 투여된 경우, 구토증과 호흡 곤란이 일어나고 간질 발작과 유사한 증상도 나타날 수 있으며 입안에 궤양(파인 상처)을 일으키거나 소변에서 특이한 냄새가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약물이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고 잘 사용하면 유용한 것처럼 페놀이 피부 치료에 사용된 것은 이미 오래된 일로 특정한 경우에 효용성이 분명 있는 약물인 것은 사실이다.

1882년 독일의 피부과 의사인 Unna는 피부에 대한 페놀의 효과를 연구하였고 제1차 세계대전 때 프랑스의 Lagasse가 화상을 입은 환자의 치료에 페놀을 사용하면서 화약에 대한 문신의 제거와 얼굴이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보고되고 좋은 결과가 나타나면서 페놀이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후 1920년부터 1900년대 후반까지 Gurdin, Urkob, Brown, Arosohn 등의 성형외과 의사들과 제약회사들은 자신만의 성분 구성과 혼합 비율에 따른 공식(fomula)을 만들었고 이러한 약품을 이용하여 개선, 흉터 치료, 색소 치료 등에서 수천 건 이상의 치료 효과가 발표되면서 의사와 환자의 관심을 끌게 되었다.

페놀 박피의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하면 페놀을 함유한 박피 시약을 면봉이나 다른 도구로 치료 부위에 발라주고 마스크나 반창고로 덮어준 후에 페놀이 피부 진피층에 도달하여 피부를 깎아내면 진물이 나는 상처를 딱지가 자연스럽게 제거될 때까지 연고를 바르거나 다른 처치를 하면서 잘 재생되게 하는 것으로, 새로운 콜라겐 조직이 규칙적으로 배열되면서 자라나서 (새 살이 잘 자라나서) 주름과 흉터, 모공, 색소 등이 개선되어 젊고 예쁜 피부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페놀 박피는 일반 다른 박피와 달리 진피의 일부까지 손상을 입히게 되어 피부 조직의 재배열이 이루어지므로 색소, 주름 등을 눈에 띄게 개선할 수 있다고 한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것과 같이 페놀 성분을 이용한 화학 박피 자체가 불법적인 시술은 아니다. 또한 국내에서도 이 시술을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은 환자들도 많이 있다.

문제는 페놀 박피는 다른 화학 박피와는 달리 박피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가 없는 시술 방법상의 문제가 있고, 이 박피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피부 타입이 있으므로 환자를 잘 선택해야 한다는 것과 박피의 강도가 강력하다는 점, 그리고 일단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 정도가 너무 심하여 중증의 장애를 남긴다는 문제들이 있다. 또한 서양인보다 동양인의 피부 타입에서 부작용이 더 잘 일어날 수 있다고 하니 매우 주의 깊은 선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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