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WBC 개최 이후 여성 팬 늘어
‘여심’ 잡기 위한 구단 이벤트 흥행몰이에 한몫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가 열린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여성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들고 응원을 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 경기가 열린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여성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의 유니폼을 들고 응원을 하고 있다.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1회초 두 번째 타자 추승우가 공을 오른쪽 깊숙이 보내는 안타를 치고 3루까지 달려 나갔다. 이어 4번 타자 전근표가 왼쪽으로 공을 보내는 안타를 쳤다. 추승우가 홈 플레이트를 밟고 선취점을 따자 한화의 주황색 유니폼을 입고 주황색 응원 막대풍선을 손에 든 관중들은 얼싸안으며 기뻐했다. 초반부터 시작된 거센 공격에 관중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8일 서울 양천구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현장. 개막 2시간 전부터 응원 도구를 손에 쥔 팬들로 야구장이 북적거렸다. 가족 단위 관중과 남성 팬들, 커플 팬들이 대다수였지만 여성들의 모습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남자친구를 따라 억지로 야구장에 간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프로야구는 지난 2일 1982년 프로야구 개막 이후 역대 세 번째로 최소 경기(93경기) 100만 관중을 돌파하는 등 12일 현재 173만7160명의 관중을 모으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구단 내 마케팅 관계자들은 “20대 여성 관중의 증가가 흥행몰이에 큰 역할을 했다”고 입을 모았다.

여성 야구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국제대회에서 보여준 우리 야구의 선전에 있다. 당시 경기를 보며 열광했던 이들이 자연스레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는 분석이다.

목동야구장에서 만난 이경민(26)씨는 여성 팬들의 유입과 관련, “2009년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과 2008 베이징 올림픽의 영향이 가장 크다”며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고, 좋은 성적을 거두자 여성들이 야구에 호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야구가 여성들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정착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험이나 취업 준비로 쌓인 고민을 쇼핑으로, 음주가무(?)로 풀었던 여성들이 야구경기 관람과 응원을 통해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풀 수 있게 된 것이다.

여성 팬들의 등장은 구단뿐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반가운 일이다. 여성들이 선수 생일과 기념일에 선물을 보내며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요즘 야구선수들은 아이돌 못지않은 대접을 받고 있다. LG 트윈스의 이대형이나 SK 와이번스의 김광현은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기량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은 ‘야구계의 2PM’으로 불리며 여성 팬들을 야구장으로 부르는 데 한몫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한화 팬이었다는 이성숙(27)씨는 여성 관중과 남성 관중의 차이에 대해 “야구를 좋아하는 마음은 차이가 없지만 남성 팬들은 경기에 집중하는 반면, 여성 팬들은 선수 개개인에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구단들도 ‘여심’을 잡기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 두산은 매달 특정 목요일에 ‘퀸스 데이(Queen′s Day)’를 운영한다. 지난 시즌부터 시작된 ‘퀸스 데이’는 여성 관중을 대상으로 다양한 특별 이벤트와 경품을 제공한다. LG트윈스는 10일 서울여대, 12일은 숙명여대에서 여대생 야구특강 ‘여자가 사랑한 다이아몬드’ 행사를 열었다. 야구 기초 상식부터 LG트윈스 선수 소개까지 다양하게 진행됐다. LG트윈스는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야구 규칙 해설서 ‘볼수록 만만한 야구’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날 친구와 함께 처음 야구장을 찾았다는 하지연(24)씨는 “재미있다. 야구는 남성만 즐기는 스포츠라고 생각했는데 경기장에 여성이 많아 놀랐다”며 “경기를 즐기는데 2002년 월드컵 응원을 하는 듯 짜릿했다. 그동안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앞으로 종종 찾아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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