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한국판은 지난 4월 ‘물: 지구는 목마르다’ 특집호를 발간했다. 부록으로 수자원공사의 협조로 만든 세계의 강 지도를 보자니 그야말로 필자가 앞서서 지적했듯이 땅도 물에 의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진리를 보는 듯하다. 전 지구의 지표면을 강들이 속속들이 파고들어간 형상이다.

사람들은 이렇게 지표면을 뒤덮은 물가에 정착하여 물고기와 해산물로 먹거리 삼고, 농사를 지으며 삶을 이어왔다. 잉여생산물을 자연에서 얻게 되자 인구도 증가했고, 교역도 하게 되면서 도시에 밀집해 살면서 물의 사용 능력을 발휘하여 로마제국처럼 가는 곳마다 안정된 수로를 만들면서 삶의 기반을 확장해 갔다. 이 지도에 의하면 강이 땅 위에 계곡과 협곡을 만들고, 강을 따라 운반되어 온 모래와 진흙이 호수나 바다 등의 물 흐름이 완만한 곳에 퇴적되어 기름진 땅을 선물했으리라는 자연현상을 읽을 수 있다. 긴 강들이 흐름의 긴 여정을 끝내고 바다와 합치는 부분에 나일강같이 거대한 삼각주가 형성되기도 한다.

강과 흙이 어울리고, 강은 물을 담고 흘러서 전 지구 곳곳에 그 양상을 드러낸다.

아시아 지역에 10개의 긴 강 중 6개가 위치하는데 그 중 예니세이-앙가라강, 오부-아르티슈강, 레나강은 러시아의 북극지역으로 합류되고, 아무르강이 극동 러시아의 최동단에 위치하여 태평양으로 흘러든다. 이들 최북단부의 강들은 강물의 절반 이상이 눈 녹은 물이며 3분의 1 이상이 빗물이고, 그 나머지는 지하수라고 한다. 북극해로 유입되는 이들 강은 10월 초에 얼기 시작하여 5월에야 완전 해빙이 되어 강 유역에 이끼가 끼고 숲이 우거지는 타이가 지역으로 형성되어 있다.

우리에게는 흑룡강이라고 더 잘 알려진 아무르강도 수량이 풍부하고 몬순의 영향을 받는 여름에서 가을에 걸쳐 고수기(高水期)를 맞이한다. 겨울철인 10월 상순부터 4월 하순에 걸쳐 결빙하고 최저 수위가 된다.

중국대륙의 양쯔강과 황허강도 10대 강에 들어간다. 수력발전의 용량으로 최대인 싼샤댐에 동력을 주는 양쯔강은 중국의 긴 역사의 중심에 있다. 중국 북부의 수많은 인구들을 살리고, 건조함을 막기 위하여 양쯔강의 물길을 북쪽으로 돌리는 공사도 진행되고 있다. 북중국의 황허강은 관개와 농업용수로 소진되어 하구인 바다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아프리카 대륙의 나일강과 콩고강은 아프리카 고지대에 자리 잡은 거대한 호수들이 수원으로 각기 지중해와 대서양으로 흘러든다. 미국의 미시시피강과 그 지류인 미주리강은 미국 31개 주와 캐나다 2개 주에서 물을 모아 요사이 한창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는 석유시추선 딥워터 호라이즌의 화재로 인하여 석유 범벅이 되어 버린 멕시코만으로 흘러간다.

세계 10대 강 중에서도 가장 큰 강을 꼽으라면 유량이 방대하고 유역 면적 705만㎢인 아마존강이다. 안데스산맥에서 내려오면서 호주만한 방대한 지역에서 물을 모아 대서양으로 흘러보내는데, 이 물의 양이 전 세계 모든 강이 바다로 방출하는 수량의 15%에 달한다. 이산화탄소가 날로 늘어나 병들어 가는 지구에 엄청난 산소를 뿜어주는 빽빽한 숲, 세계의 허파라고 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을 보존할 수 있는 물을 이 강이 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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