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더 서러운 쪽방촌 노인들
어버이날 더 서러운 쪽방촌 노인들
  • 박길자 /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0.05.07 11:10
  • 수정 2010-05-07 1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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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쪽방촌의 1.5평짜리 ‘방집’에서 10년째 혼자 살고 있는 이남순 할머니. 아랫니가 한 개도 없는 이 할머니는 “잇몸으로 먹고 산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 http://lensbyluca.com/withdrawal/message/board gabapentin withdrawal message boardsumatriptan patch http://sumatriptannow.com/patch sumatriptan patch
동자동 쪽방촌의 1.5평짜리 ‘방집’에서 10년째 혼자 살고 있는 이남순 할머니. 아랫니가 한 개도 없는 이 할머니는 “잇몸으로 먹고 산다”며 덤덤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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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서울 용산구 동자동 7-10번지, 일명 ‘쪽방촌’에 사는 김영자(64) 할머니는 3일 밤 친손자가 보고 싶어 몸을 뒤척였다. 초등 3학년생 손자는 2박3일간 학교 수련회를 갔다. 돌이 갓 지난 아기를 쪽방촌에 데려온 후 떨어져 지내긴 이번이 처음이다. 문득 손자가 한 말이 떠올랐다.

“할머니, 내가 보고 싶으면 사진 봐.”

김 할머니는 옆방으로 건너갔다. 2평짜리 쪽방에선 주기선(74) 할아버지가 잠을 자고 있다. 기다란 방을 갈라 할머니와 손자, 할아버지가 따로 산 지 오래다. 벽에 걸린 사진 속 손자는 사각모를 쓰고 졸업가운을 입은 채 의젓하게 웃고 있다. 유치원 졸업식 때 사진이다. 김 할머니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3대 독자인 손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다. 친가를 빼닮은 외모지만, 언제나 예쁘고 사랑스럽다. 아이가 귀여울수록 핏덩이를 내버린 뒤 얼굴 한 번 비치지 않는 며느리가 괘씸하다. 몇 달에 한 번씩 손님처럼 쪽방에 드나드는 아들 역시 마찬가지다.

1.5평 고단한 삶

쪽방촌서 40년 넘게 살아

광주가 고향인 할머니는 1967년 동자동 쪽방촌에 들어왔다. 한 해 전 이곳에 터를 잡은 할아버지와 쪽방촌에서 만나 결혼했다. 전남 해남이 고향인 할아버지는 서울에 일가친척이 없다. 1남2녀도 ‘방집’에서 키웠다. 다섯 식구가 누우면 돌아눕기도 불편한 이곳에서 아이들은 무럭무럭 컸다. 그리고 이젠 손자가 쪽방촌에서 미래를 꿈꾸고 있다.

쪽방촌을 벗어나길 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딴 데로 가고 싶어도 돈이 있어야지.” 김 할머니는 체념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떠나려야 떠날 수가 없다. 40년 넘는 세월을 동자동에서 살았다. 이웃도, 친구도, 추억도 여기에 있으니 누가 등 떠민다 해도 ‘삶터’를 바꾸긴 쉽지 않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세 식구 앞으로 한 달 70만여 원이 나온다. 보증금 없는 사글세 방 값이 15만원. 베니어판을 덧댄 부엌은 비가 내리면 줄줄 샌다. 그래도 방에 부엌이 붙어 있어 한결 편하다. 시멘트가 죄다 떨어져 나가 허술한 부엌이지만 말이다.

천장엔 선풍기가 달려 있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 쪽방에 바람이 통하지 않아 선풍기를 틀지 않으면 답답해서 못 산다. 장롱 한 칸 없이 행거에 걸려 있는 옷가지들과 정돈 안 된 살림살이가 김 할머니의 고단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세 식구의 서울살이는 늘 팍팍했다. “두부 넣고 동태찌개 하나 끓여도 1만원은 들어. 전기세에 물 값 나가고….” 할아버지 담뱃값에 손자 학용품 구입비와 용돈을 빼면 “10원 한 장 저축 못 한다”며 김 할머니는 혀를 찼다. “손자가 생김치를 좋아해. 근데 배추 값이 비싸. 내가 아프니까 (김치를) 담가주지 못해. 반찬 없이 먹이니까 마음 아파….”

키가 150cm도 안 되는 단신의 할머니는 손자가 자라지 않을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할머니는 손자만 보면 늘 미안하다. 돌 사진 한 장 없어 미안하고, 성장기에 영양가 있는 음식을 못 먹여 또 미안하다.

골다공증 환자인 할머니 약값은 꿈도 못 꾼다. 한 달에 4만~5만원씩 하는 약값을 부담할 살림 규모가 안 된다. 의료비는 가난한 할머니의 발목을 저승사자처럼 잡아챈다.

김 할머니는 지난달 27일 중앙대 부속 용산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오른쪽 눈이 충혈된 채 “얼굴이 다 베려버렸어. 사람 꼴이 말이 아니야”라고 말했다. 방에는 약봉지가 수북이 쌓여 있었다. 퇴행성관절염으로 무릎 수술을 한 할머니는 약과 함께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뇨 약부터 다리 아플 때 먹는 약, 파스, 혈압 약까지 먹는다. “무릎수술 하면서 골다공증에 걸렸어. 보험 안 되는 약이라 먹을 수가 없어. 보건소에서 확인서를 떼 와야 약 준다던데….”

외아들 이혼 후 손자 떠맡아

아픈 몸 이끌며 생계벌이

쪽방살이지만 딸 둘을 강원도 원통으로, 광주로 시집보내고 아들을 군대 보낼 때만 해도 손자까지 떠맡아 키울 줄 몰랐다. 홍천에서 군인생활을 한 아들은 신혼살림도 그곳에서 꾸렸다. 결혼생활은 4년 만에 끝났다. 며느리의 빚을 감당하지 못해서다. “한 달 월급을 153만원 받았는데 이자 내기도 모자랐대요. 빚쟁이들이 집까지 전화해대고….”

아들은 ‘타의’로 군대에서 제대했다. 퇴직금도 빚잔치하느라 다 썼다. 둘은 이혼했다. 주 할아버지가 기자에게 모자 하나를 자랑스레 건넸다. 중사 계급장이 달린 아들의 모자였다.

김 할머니의 소원은 손자가 총명하게 크는 것이다. “시방은 공부방에 다니거든. 태권도도 가르치고 다 해….” 손자는 할머니가 스트레스 받을까봐 부모 얘기는 꺼내지도 않는다. 9살배기의 마음씀씀이가 크고 넓다. “엄마 보고 싶은데 말은 못 하고…. 그러다 탈모가 됐어. 몇 번 깎아줬더니 괜찮아.”

할머니는 기자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집 얻어준다고 해도 관리비가 비싸니까 살기 힘들어. 임대아파트에 가서 산대도 손자 키울 수가 없어. 있는 사람 주변에 가면 사람 취급도 안 해. 손자가 기죽지.” 할머니의 얘기가 이어졌다. “애가 어려서 심장병을 앓았어. 병원에도 입원했고. 시방은 그렇게 아프진 않아. 건강하게 컸으면 소원 없겠어.”

독거노인의 팍팍한 삶

쪽방엔 볕도 들지 않는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이혼한 아들 대신 손자를 돌보는 김영자 할머니. 김 할머니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못 먹여 손자에게 늘 미안하다”고 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서 이혼한 아들 대신 손자를 돌보는 김영자 할머니. 김 할머니는 “영양가 있는 음식을 못 먹여 손자에게 늘 미안하다”고 했다. ⓒ정대웅 / 여성신문 사진기자 (asrai@womennews.co.kr)
김 할머니가 사는 곳에서 새꿈어린이공원 방면으로 가파른 길을 내려가면 쪽방건물 4개 동이 나온다. 한 동에 쪽방 50∼70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9-20번지. 지하로 내려가니 파리가 들끓는 공동화장실이 나타났다. 계단을 내려가니 화장실과 맞닿은 공동세면장에서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지하엔 쪽방이 11개 있다. ‘001’ ‘002’ ‘003’…. 방문마다 호수가 표기돼 있었다. 독거노인인 이남순(57) 할머니의 ‘방집’은 006호실이다.

이 할머니의 방은 불이 꺼져 있었다. 지하라서 햇빛도 잘 들지 않는 1.5평짜리 쪽방엔 할머니 혼자 외롭게 앉아 있었다. TV에선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가 방영 중이었다. “어젯밤 2시에 잤어. 이제 막 일어났어.”

살림살이는 냉장고와 TV가 전부다. 이불 한 채만 덜렁 놓여 있었다. 가스버너로 밥을 해먹는다는 이 할머니는 술을 즐기고, 담배도 하루 한 갑 피운다. 경기 포천시 출신인 이 할머니는 10년째 쪽방촌에서 아침을 맞는다. 정확하겐 “낮을 맞는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보통 새벽 5시가 훨씬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포천엔 작은아버지와 사촌이 살고 있다”며 “왕래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할머니는 한 달 42만원으로 생계를 꾸린다. “심야전기라 한겨울에도 찬물만 나오는 게 힘들어….”

이 할머니는 지난해 4월 당한 사고의 악몽을 지금도 꾸고 있다. 술을 마신 후 주차 중인 트럭에 부딪치는 바람에 어깨뼈가 부러진 것이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 한 달간 입원해 인공뼈 삽입 수술을 받았다. 한 뼘도 넘는 시뻘건 흉터가 당시의 고생을 말해준다. 이 할머니는 아랫니가 한 개도 없다. 치아 4개만 할머니 것이고, 윗니는 틀니를 끼고 있다. “잇몸으로 먹고 사는 거지”라며 이 할머니는 쓸쓸하게 웃었다.

동자동 쪽방촌이 생긴 것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들이 장기 체류자들을 위해 여관이나 여인숙을 만들고, 윤락가로 활용한 것이 시초다. 윤락가가 용산역이나 청량리로 옮겨간 후 가난한 사람들이 쪽방으로 흘러 들어왔다. 동자동사랑방 엄병천 대표는 “동자동 쪽방에 1000여 가구쯤 산다”며 이들 중 절반은 50대 이상 여성 노인들이라고 말했다.

엄 대표는 “5년 이상 장기 거주하는 이들도 80% 이상”이라며 “죽어서나 나갈까, 쪽방에 한 번 들어오면 못 나간다”고 덧붙였다.

취재를 마친 밤, 동자동 쪽방촌에서 갈월동 방면으로 걸어 내려갔다. 대형 건설사가 짓고 있는 도심복합단지 공사장이 눈에 띄었다. “당신이 새로운 상류사회의 가치를 첫 번째로 누린다고 상상해 보십시오” 가림막 위엔 이 같은 글귀와 함께 ‘SOUL OF ASIA’라는 장식물이 형형색색의 전등불을 밝히고 있었다. 호텔 같은 오피스 빌딩과 독거 할머니들이 사는 쪽방이 공존하는 동자동. 서울의 빛과 그림자가 모두 여기, 동자동 쪽방촌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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