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법·경제 등 6개 영역 평가, 여성현실 ‘희생양’ 여전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은 지난 6월 30일과 7월 4일 두 번에 걸쳐 중국 연변대학과 북경대학에서 ‘한중여성 국제학술 대회’를 개최하였다. 이 행사는 1993년 서울에서의 학술교류를 시작으로 그동안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지속적으로 수행해 왔다.

북경대학과는 다섯 번째 한중여성학술대회로서 매년 한·중 여성에 관한 비교연구를 심화시킴으로써 학문적 축적에 기여하고 있으며, 연변대학과는 ‘제3차 한민족여성학술대회’로써 학술활동을 통해 통일에 대비한 한민족 여성의 역할모색과 함께 보다 구체적이고 총체적인 통일의 기반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현대사회의 변화와 여성의 역할변화’라는 대주제 아래 한국과 중국, 그리고 조선족 여성의 경험을 비교분석함으로써 현재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더 나아가 미래의 여성상을 도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를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갖는다. 본 학술대회에서는 교육, 법, 경제, 일, 광고, 가족 등 6개영역으로 나누어 사회변화에 따른 여성의 자유와 역할변화에 관한 연구논문이 발표되었다.

경제발전의 영향으로 생활과 의식상의 변화는 법제정과 취업구조 등 사회제도의 재편성을 수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더욱이 중국의 경우 개혁개방 이후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한 이래 발전과 부작용이 공존하는 속에서 다방면에 걸쳐 변화를 겪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가부장적 남성중심 사회의 전통적이고 보수적 사고방식인 ‘남존여비의식’과 ‘공사 영역의 성별 역할 분리’에 대한 관념이 뿌리 깊게 남아 있기 때문에 자유경쟁 속에서 능력에 따른 취업으로 노동시장의 재편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여성은 여전히 사향산업(농업)의 남성 대체 노동력 역할을 담당하는가 하면 경공업 부문의 제조직공등 하위직에 대거 참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남녀동등권에 대한 의식이 확산되고 있으나 경제적인 이유로 학교를 중퇴하는 여학생 수가 조선족의 경우 80%로서 압도적인 희생양으로 살고 있다. 또한 자본축적의 원리는 개별 가족생활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쳐 가족의 소규모화, 가족구성원의 해체화 등과 같은 가족관계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또한 사회제도적으로 남녀평등에 대한 법체계를 두고 있으나 실생활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극복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동안의 중국측 연구결과는 대체로 사회주의 체제의 이념적 수준에서 서술되는 데 그쳤던 것에 반해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은 적어도 이념형에서 벗어나 현실에 기초한 솔직한 연구가 소개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소산이 아닐 수 없다.

1994년 여름 중국에서 학술대회를 개최할 당시 중국의 사회 문화는 근대와 전근대가 명백히 혼재해 있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오늘은 근대사회의 모습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었으며 학술회의에 참석한 학자들의 토론 수준 역시 눈부신 발전의 상태를 보여주었다.

이렇게 우리가 중국사회를 읽어내고 우리와 비교하는 가운데 이상과 현실의 조화 속에서 학문적인 발전도 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한중학술교류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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