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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막연한 기다림.

그리고 기다리는 사람으로부터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그를 그리워하는 일. 그것은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앉는 일 이외에는 어떤 것으로도 달랠 수 없는 질긴 허기증과 갈증에다나 비유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 망연한 기다림에 대한 기대는 다시금 무위로 끝난 것이었다. 재회할 기회를 잃은 민홍은 예상치 못했던 상실감을 맛보며 김성직과 만났던 사연을 새삼스레 되새기면서 박탈감을 삭였다. 그러나 취업 공부에 눈을 부릅뜨기는커녕 한 남자와의 사귐에 연연해하고 있는 자신이 얄미웠기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허나 감정의 조화속은 이성의 통제를 번번이 벗어나는 법, 속수무책이었다.

김성직의 맑은 저음을 귓전에서 되살려내던 민홍은 다음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단지 도서관에 죽치고 앉아 있다고 묘수가 나올 성싶지 않아서였다. 이런 날은 차라리 일찌감치 집에 돌아가 따끈한 방에서 잠이나 실컷 자두는 것이 상책일 터였다. 도서관 벽에 걸려 있는 거대한 괘종시계를 보았다. 어느새 밤 9시가 넘어서 있었다. 그녀는 잰 걸음으로 도서관을 나섰다. 그녀는 도서관 앞 잔디밭을 걸어 내려온 다음 갈랫길에 이르자 잠시 망설이다가 차도로 들어섰다. 비교적 학생들과 자동차 왕래가 잦은 차도를 택하는 것이 밤길에는 보다 더 안전할 것 같았다.

그녀는 오버 코트의 후드를 이마까지 당겨 쓴 다음 머플러로 후드를 동여 맨 즉시 교문을 향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혹한을 동반한 밤바람의 위세가 오늘 밤에 더욱 매서웠다. 간사직 낙방 통보를 받은 뒤 한달 가까이 지속되는 독감 때문에 그녀는 홀로 걷는 일과 김성직과의 엇갈린 만남에 더욱 심란해 하고 있었다. 그녀는 김성직에 대한 알싸한 그리움과 밤길의 적적함을 잊을 양으로 겨울의 교정을 걸으며 싯귀를 떠올렸다.

아, 누구였더라. 실의의 감옥에 갇혀 있었건만 참 자유에 대한 갈망을 아름다운 시문(詩文)으로 읊었던 반(反)나치 시인의 이름은, 그녀는 미처 그 독일 시인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한 그대로 <자유에의 도상(途上)의 정류소>라는 그의 싯귀를 나직이 중얼거렸다.

그대가 자유를 찾아서 떠나려고 하거든,

욕망과 그대의 지체가 그대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않도록,

먼저 그대의 감각과 영혼을 훈련하는 것을 배우라…

자유의 비결을 맛본 자는 없다. 그것은 다만 훈련에 의할 뿐…

그러나 자유를 갈구했던 저항 시인의 시문은 독감으로 저하된 그녀의 형편없는 체력과 혹한 앞에서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대퇴부의 감각이 추위에 무디어진 탓인 듯 걷는 일조차 수월치 않았다.

밤바람에 흔들리는 그녀의 그림자마저 마고 할미가 흔들어대는 차일마냥 섬뜩한 귀기(鬼氣)와 무섬증을 떠안겨 주었다. 요즘 들어서 상승일로로 치닫고 있다는 캠퍼스 내의 야간 폭력에 대한 매스컴의 보도 역시 발치를 붙잡고 늘어졌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치한이 그녀를 덮칠 것 같은 공포심마저 가세하자 민홍은 머리칼이 곤두섰다.

그녀는 절감했다. 많은 남성들 특유의 여성을 향한 우월감은 결국 체력이 약한 여성들에 대한 그들의 상대적인 힘의 우세에 뿌리를 박고 있음을. 아울러 그들의 잠재 의식 깊은 곳에 숨겨진 수성(獸性)과 공격욕구 또한 여성의 무서운 적으로 군림할 터였다. 결국 사람들의 갈등이란 원초적인 무기인 한판의 힘겨루기로 판결이 나기 십상이어서 남성들은 언제나 자신들의 능력을 과신하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어느새 민홍의 이마와 콧등에 식은 땀이 배어 들고 있었다.

그녀는 위축된 심기를 추스릴 셈으로 교문께를 바라보았다. 대명천지로 나가는 이정표처럼 교문의 등불이 빛살을 흩뿌리고 있었다. 어두운 바다에서 표류하다 등대불을 발견한 조각배 마냥 그녀는 그 불빛을 향해서 걸음을 재촉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젠 다 왔다 싶어서 그녀가 막 안도의 숨을 내쉬던 찰라였다. 교정에 내려앉은 정적과 어둠을 찢어 가르는 자동차의 경적이 헤드라이트와 함께 그녀의 뒤통수를 난타했다. 위기에 내어 몰린 그녀는 냉큼 보도로 올라 선 즉시 교문을 향해서 냅다 뛰기 시작했다.

허나 야밤의 무례한 운전자는 주행속도를 늦춘 채 계속 그녀를 따라붙었다. 치사한 추적자에 대한 적개심과 추위에 그녀는 입술을 떨었다. 그러나 더 이상은 달릴 수 없을 만큼 숨이 턱에 차올랐을 때였다. 다시금 경적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승용차가 그녀 바로 옆에 멈춰섰다. 승용차 문이 벌컥 열리며 남자의 얼굴이 민홍의 옆에 나타났다.

“어이, 학생. 실례합시다. 지금 여학생을 찾고 있는데. 하!”

하하하! 탄력이 느껴지는 남자의 웃음과 음성이 귀에 익다고 생각한 순간 민홍은 달리던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충격의 와중에서 이를 정확히 기억해 내기는 불가능했다. 그녀는 기침을 하면서 옆을 돌아다보았다. 언젠가 마주친 적이 있는 남자의 얼굴을 주시하던 민홍은 그가 여학생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기억했다. 평온한 음성을 가장한 채 그녀는 그에게 반문했다.

“누… 누구를 찾으시는데요?”

“어이, 후배 됐어요. 나는 불과 수초 전에 목적을 달성했으니까.”

“네에?”

“후배, 놀라지 말아요. 설마 내 얼굴은 잊었다손 쳐도 간담회 자리에서 후배를 나무랐던 선배의 근엄한 질책까지야 잊진 않았겠지? 하하하.”

일순 자동차의 미등(微騰) 아래 눈앞에 드러난 호남형의 남자의 얼굴을 주시하던 민홍은 온몸에서 힘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는 바로 철옹성을 연상시켰던 같은 과 선배인 강한성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그는 선배라기보다는 선후배들이 어울렸던 간담회 자리에서 대뜸 민홍의 가시돋친 말투를 붙잡고 늘어졌던 무서운 대적자가 아니었던가. 허나 그는 여전히 낯선 타인으로 그녀에게 다가서고 있었다. 이번에는 다만 예전과는 달리 그녀에 대한 호감으로 온통 풀어져 내린 마음씨 좋은 남자로 변신한채….

“이봐요, 후배. 장승처럼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어서 차에 올라 타요.”

민홍은 서슬이 퍼렇던 그의 기세를 기억하자 그의 호의가 전혀 고맙게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저의마저 미심쩍게만 느껴졌기에 망설였다.

“어… 여학생을 찾으신다고 하셨는데….”

“아, 글쎄, 그 문제의 여학생을 찾았다고 방금 밝히지 않았소? 학생이 입고 있는 그 진초록색 후드 달린 오버 덕분에 난 지금 그 여학생을 쉽사리 찾아내는데 성공했단 말이요. 자, 내 옆자리에 올라앉아요. 성깔이 유난한 후배를 찾아 나섰던 사연도 얘기해 줄테니까. 어서요.”

“괜찮습니다. 교문만 나서면 금방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거든요.”

민홍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바람에 고개를 저으며 교문쪽으로 향했다.

“아니 선배의 호의조차도 거절하다니! 전번에 선배들에게 호통을 치던 대단한 기세는 어떻게 된 거요? 어서 올라 앉아요. 감기 탓에 찬바람을 오랫 동안 쐬고 있을 처지도 못 되니 날 좀 봐주는 셈치고 어서 차에 올라요.”

선배는 한바탕 재채기를 하면서 그녀를 강제 승차라도 시킬 것처럼 안전 벨트를 풀기 시작했다. 그것은 협박처럼도 보였고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의 몸짓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의 기세에 떼밀린 그녀는 그의 옆자리에 올라 앉았다.

“지난 번 간담회에서 후배의 주장이 제법 맵다 싶어서 줄곧 지켜보았는데 눈깜짝할 새에 꽁무니를 빼고 도망쳐 버렸더군. 어떻든 겁쟁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터수에 무얼 그리 망설이는거요? 그래 후배 집은 어디에 있소?”

민홍은 이제는 후원자로 변신한 그의 제의를 선뜻 받아 들이기가 어려웠다.

“이렇게 춥고 어두운 밤은 불량배들이 날뛰는 날이라는 걸 몰라요? 오직 강자만이 남의 호의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당당하게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쯤은 상식 아니오? 그래 후배는 유독 강한 여성이 아니던가. 어떻든 잡아먹진 않을 테니 겁내지 말고 집이 어딘지 얘기해 줘요.”

그녀는 상대방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선배의 화법에 말린 채 수유리 시장통 어귀에 있는 집의 위치를 대었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는 실언을 한 듯한 불안감을 떨치기 어려웠다. “좋아요. 그럼, 갑시다.”쾌재를 부르며 교문앞에서 자동차의 주행 방향을 돌린 그는 수유리 쪽을 향해서 자동차를 몰기 시작했다. 주행 속도의 상승과 더불어 그녀의 불안감 역시 급속도로 치솟았다.

<다음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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