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적 가부장제 사회가 앗아간 인간본성
‘성욕’‘백마 탄 왕자’신화로 해체, 재구성

현재 대학로에서는 가부장제도에 대한 대공세가 한창이다.

얼마전 토종암탉 시리즈 첫번째 작품〈이혼해야 재혼하지〉로 화제를 모았던 극단 이다는 그 2편으로 지난 7월 11일부터〈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8월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02)762-0010)을 무대에 올렸고, 극단 사조에서는 동화 <신데렐라>를 재해석한〈동화본색〉을 지난 6월 20일부터 8월 3일까지 바탕골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작품은 가부장제 혹은 남성 중심의 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자본주의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제기한다.

우선〈생과부 위자료 청구소송〉은 제목부터가 센세이셔널한데 유경자(이혜은·김선화분)라는 고등교육을 받은 여자가 회사원인 남편이 과중한 업무로 성생활을 하지 못하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어 재판을 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다룬 작품이다.

회사측 변호사와 판사에 의해 유경자는 색마 내지는 정신이 어떻게 된 여자로 매도당하는데, 이유인 즉슨 그가 ‘여자도 성욕이 있다’는 주장을 펴기 때문이다. 남자 변호사와 판사는 자신들이 존경해마지 않는 어머니에게, 즉 여자에게 성욕이 있고, 그들의 몸을 빌려 자신들이 탄생했다는 사실에 몸서리치며 유경자를 나무란다.

산업사회에서 집의 가장인 남편은 돈을 벌어 가사노동과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아내와 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는 경쟁력을 강화할 수밖에 없고, 경쟁에서 이겨야만 살아남는 사회에서, 희생시킬 본능 중에 가장 손쉬운 것은 정력이다. 그보다 덜 경쟁적이고 가족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가사노동을 선택하는 아내들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한다. 그러다보니 성욕과 성생활의 불일치를 경험하게 되고 다른 대안이 없는 사회에선 참는 생활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일부일처제인 사회에서 아내들의 성상대는 오로지 남편밖에 없으므로 남편이 성생활에 의욕을 보이지 않으면 자신의 성욕도 강제적으로 억압을 받게 된다.

이런 현실을 직시한 유경자는 남편의 정력을 급격히 줄인 주범이 사회라고 보고 당사자인 남편 회사의 그룹 총수에게 위자료 청구소송을 걸기에 이른다.

연극을 통해 작가는 성에 대해 솔직하고 새로운 생각을 가지고 있는 유경자의 입을 빌어 우리가 얼마나 성에 대한 무지와 몰가치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한편 결혼을 통해 신분상승을 꿈꾸며 여성의 허위의식을 조장해왔던 동화〈신데렐라〉의 구조를 해체하고 그 실상을 낱낱이 폭로한〈동화본색〉은 남성중심의 사회 속에서 여성의 신분상승이 도달할 수 있는 한계와 백마 탄 왕자의 추악함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충격적인 작품이다.

계략에 말려 자신의 유모를 죽일 수밖에 없었던 신데렐라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이때 신분상승을 꿈꾸던 둘째 계모는 신데렐라의 죄책감을 교묘히 이용, 그를 정신병자로 몰아 감금시키고, 신데렐라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자신의 발은 물론, 딸의 발마저 도끼로 자른다. 큰 딸을 신데렐라로 착각한 왕자는 한동안은 행복해하지만 곧 음모를 알아차리고 진짜 신데렐라를 구해내 청혼하지만, 신데렐라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편 가짜 신데렐라의 썩어가는 발은 온 성에 악취를 진동케하고….

연극은 여성의 허황된 신분상승 욕구를 파헤치기보다는 신데렐라를 탄생시킬 수밖에 없었던 사회구조에 주목한다. 왕자는 사랑하는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구비해야 할 품목으로서 신데렐라에 집착한다. 상징적으로 ‘몇 백 몇 번째 신데렐라’라는 호칭이 등장한다.

이들 작품들은 기존 사회에 대한 뒤집어 보기를 시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며 관객에게 웃고 넘겨버릴 수만은 없는 무거움을 선사하며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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