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이 토론·비판 중심의‘에세이 소설’로 민주주의 실체 모색

“이 글을 처음 쓰기 시작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이었습니다. 한창 문민정부다, 개혁이다, 요란하던 시기였죠. 하지만 저는 그때 내용은 없고 말만 앞서는 개혁에 대해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60년대 이후 정치사에 대한 회고를 인류학적 시각에서 꾀하게 된 것이죠.”

박정진(47) 씨의 소설〈왕과 건달〉의 형식은 독특하다. 굳이 명명하자면, 작가가 밝힌 대로 에세이소설이라 부를수 있다. 또한 소설로서는 독특하게 인류학적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

에세이소설은 사건을 전개하기 위한 방식을 택하기보다는 지식을 전달하고 토론을 불러일으키는 대화에서 실마리를 찾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극적인 면이 부족하고 요설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또 인물묘사나 장면묘사, 심리묘사, 정감, 정서의 표출에 치중하지 않고, 저자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학문적, 철학적 비판과 감상에 치중하게 된다.

〈왕과 건달〉은 작가가 기획한 인류학적 에세이소설의 ‘권력’편이다.

박정진 씨는 이후 ‘사랑’편으로〈옥수동 황진이〉와 ‘문화’편으로〈루브르의 눈물〉을 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어언 20년을 인류학과 연관을 맺어온 작가는 권력을 집단적 차원의 권력지향의 표출이라 보고, 또 사랑은 개인적 관점에서의 그것이라 파악하고 있다. 그에 의하면 이 둘을 곱한 것이 바로 문화다. 이들은 모두 모순을 내포하고 있고 이 모순이야말로 인간의 모순에 다름 아니다. 박정진 씨의 일련의 작업, 즉 인류학적 패러다임에 의한 분석은 그러나 이 모순에 대한 대안은 아니다. 그는 각 시기마다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라고 믿는다.

그의 작품〈왕과 건달〉은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대중적 지지를 얻고 있는 지금, 어찌 보면 그런 분위기를 공고히 하려는 보수적 시도로 읽힐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꼼꼼히 읽다보면 작가의 주장, 즉 사회를 구성하는 상부구조와 하부구조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상보적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이때, 관념적 이데올로기를 벗어나 무엇이 실질적인 민주인가를 고민하고 현실에 기반을 둔 수요자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자는 염원이 담겨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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