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첫 주말 아침 서울방송의 ‘행복찾기’란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순간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1부에서 초대되어 나온 부부 두 쌍 중 나중 사례의 경우 참으로 경악할 만한 끔찍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 TV에서 방송되는 모든 방송물들이 다 합법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정말 항의하고 싶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그 일의 처음은 이미 18년전, 개인의 이력으로 친다면 오래된 과거사로 돌아가는 일이었지만, 한 남자가 한 여대생을 사랑해서 여관방에 감금했다가 결국 부부가 되어 이제는 행복한 것처럼 잘 살아오고 있다는데, 전혀 행복과는 무관해 보이는 아내의 표정이나 대사는 그만 두고라도 그 때 그 사랑의 현장을 찾아 추억의 여행을 떠난 장면은 그야말로 범죄의 현장에서 범인을 통해 생생히 현장검증이 진행되고 있는 실황 같았다.

남편은 못 박은 문의 자리며, 짜장면을 들여다보낸 창의 위치 등을 너무도 뻔뻔스럽게 장황한 손짓까지 해가며 설명했고, 돌을 들고 자해행위를 하며 여자를 협박했던 재현까지도 마치 지금 다시 또 그럴 수 있다는 듯한 눈빛으로 자세를 취하고 동작연기를 했다.

사랑이라는 이유의 범죄였기에, 다만 지난 날들의 상처일 뿐이라는 식의, 되도록이면 가벼운 멘트로 게스트들은 ‘행복찾기’에다 포커스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랑이라는 허울을 쓰고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에 시달리고 얼마나 많은 여성들의 인생이 구금당하고 있는가? 이것은 이미 지나버린 범죄가 아니라 현재 진행중인 범죄 상황의 무단노출로 비추어졌다. 어이없게도 이러한 행위들이 목숨을 건 사랑으로 미화될 때 생방송이면 뭐든 통과할 수 있는 듯 한 방송매체의 해악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한 여성의 인권이 강제에 의해 감금되는 상황이 TV를 통해 방영되는 것을 보고, 여성의 인권 회복에 대한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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