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부가 지난 6월 초 21세기를 카운트다운하는 전광판을 설치한 후 각계의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는데….

사연인 즉슨, 전광판에 ‘문화의 세기가 오고 있다. 2천년 9**일 전’이라고 쓰여 있어 마치 2000년부터 21세기가 시작 되는 것처럼 오해하기 쉽기 때문. 사전을 찾아보면 세기란 ‘서력에서 1백년을 1기로 연대를 세는 구획. 즉 1년부터 1백년까지를 1세기, 1백1년부터 2백년까지를 2세기….’라고 나와 있어 21세기는 2천1년 1월1일부터 시작되는 것이 정확한 답.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과학적인 시작 기점보다 세계 각국의 관례를 따랐다. 오해를 막기 위해 날짜 앞에 2천년을 써넣었다.’고 해명. 그러나 2천년을 써 넣은 것은 오히려 21세기가 2천년부터라고 잘못 알 소지가 크고, 특히 학생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선생님들이 우려를 표시.

아무튼 21세기라는 새로운 세기를 앞두고 요즘 서점가에는 ‘신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소식. 19세기 말에도 ‘세기말 사조’라는 인간정신의 퇴폐적인 경향과 탐미주의가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 전역에 퍼졌었고, 그 유명한 독설가 철학자 니체가 ‘신은 죽었다’고 선언했던 것도 바로 이때. 니체 이전의 세상은 신들의 세상이었고, 그 이후는 인간이 신을 배반하기 시작한 시기였다는 주장도 있다고. 하지만 니체 이후 1백년이 지난 20세기 말은 다시 어떠한 신이든지 신에게 의지하고 싶은 연약한 인간의 마음을 보여주는 ‘경외자로서의 신’이 아니라 ‘친근한 이웃 같은 신’으로 돌아가는 시기인 듯.

한편 2천년은 새로운 밀레니엄이 시작된다는 의미에서 많은 집단적인 갈등, 불안이 인류를 사로잡고 있다는 분석도 있는데. 1천년을 앞둔 시기와 2천년을 앞둔 현재와의 가장 큰 유사점은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것.

당시 유럽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던 페스트, 나병에 필적할 만한 재앙이 바로 에이즈,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라는 지적. 1천년이라는 세월동안 경이로운 성장을 거듭한 인류에게 쏟아지는 또 다른 두려움이 다시 ‘신으로의 회귀’를 가져오리라는 진단.

어쨌든 2천년 1년 동안 우리는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희망의 시기인지, 새로운 세기를 앞둔 말기적인 시기인지 혼란스러운 한해를 보내야 할 것 같은 느낌. 아무래도 폭죽은 2천년 1월1일에 터지고 그 이듬해 정초는 김빠진 ‘세기의 시작날’이 될 것 같은 예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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