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시대 여성정책 도약단계”
서울시 여성행정 30여년 경험,‘여자아닌 조직원으로 능력 발휘’당부

-서울시 여성정책의 단계적 발전상을 말씀해 주십시오.

“서울시 여성정책은 크게 4단계로 발전해왔습니다. 초기 단계는 미군정시대부터 1950년대로 47년 6월 내무국에 부녀과를 설치하는 것을 효시로 합니다. 6.25이후에는 전쟁미망인, 윤락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응급 구호사업을 집중적으로 전개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5.16 이후 시대인 60-70년대로 요보호여성의 보호시책이 예방사업과 자립갱생 시책으로 전환하였고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생활환경 개선, 도시질서 확립, 근검절약 운동 등 여성들이 지역사회 발전에 참여하도록 지도, 지원했습니다.

세번째 단계인 80년대부터 민선자치 이전으로 취업여성과 영세가정 자녀를 위한 탁아사업과 여성사회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시책들이 추진되기 시작 했습니다. 처음으로 일반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여성정책이 시작된 것입니다. ‘여성정책’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여성정책 주무부서인 정무장관(제2)실과 가정복지국이 생기는 등 여성정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민선시장 취임 이후 최근의 여성정책은 여성의 사회참여와 여성의 지위향상으로 방향을 정하고 새로운 시책들을 개발하여 활발히 추진 중입니다. 여성의 취업과 사회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보육시설의 확충, 여성정책의 개발과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서울여성위원회 설치, 여성단체 지원을 위한 여성발전기금 조성, 여성발전센터 건립, 서울여성플라자 건립 등이 그 대표적인 사업이랄 수 있습니다.”

-여성정책 내용의 변화에 따라서 행정조직도 변화해왔지요?

“47년6월 내무국에 부녀과가 설치된 게 효시입니다. 부녀과에는 부녀보호계와 부녀지도계가 있었는데 부녀보호계가 주무부서였습니다. 부녀보호계는 불우여성계몽사업을, 부녀지도계는 일반여성지도계몽사업을 업무로 하고 있었으니 우리 여성정책의 출발은 ‘보호여성’에 중점을 두고 시작되었다고 할수 있겠습니다. 그 이후로 71년 구청에 부녀계 설치, 72년 아동과 신설, 81년 부녀과 아동과를 통합하여 부녀청소년과가 되고 그 아래에 가정복지계, 부녀계, 청소년계, 시설지도계가 설치 되었습니다.

88년 가정복지국이 신설되고 부녀복지과 아래 부녀행정계, 교육개발계, 부녀보호계가 소속되면서 처음으로 아동 청소년 업무가 떨어져 나가며 여성정책을 전문화 하는 단계로 접어들게 됩니다. 96년 부녀복지과가 여성복지과로 명칭을 변경하고 그 아래 여성행정계, 교육개발계, 보호사업계가 설치됩니다. 여성복지과로의 명칭 변경은 우리나라 여성정책이 보호행정에서 일반여성으로 행정대상을 넓혔다는 걸 의미합니다. 96년 1월에는 여성정책보좌관이 신설돼 1급 공무원이 나오게 됩니다. 이와 함께 시정개발 담당관실에는 여성정책계가 신설됐습니다.”

-21세기의 여성정책의 방향에 대한 의견을 말씀해 주십시오.

“여성들의 활약이 활발해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21세기는 여성의 시대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사회 각분야의 여성지도자 배출을 위한 지원과 여성의 사회참여를 뒷받침 할 수 있는 보육시설을 양적 질적으로 확대해나가야 할 겁니다. 특히 정보화 시대에 맞는 여성관련 정보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2천년 완공을 목표로 하는 서울여성플라자는 국가-서울시-구-사회복지시설을 연결하는 종합정보망을 구축하여 여성을 정보화 시대의 주역으로 만드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서울시 공무원 중 여성공무원의 분포 상황은 어떻습니까?

“중앙정부의 여성공무원은 전체의 27.8%를 차지하는데 서울시는 20.5%입니다. 수치상으로는 전체 통계보다 낮게 나타나지만 5급이상(일반직 별정직포함)에서는 2.7%와 3.8%, 6급에서 9급까지는 21.2%와 24.6%로 각각 중앙정부보다 높습니다. 기능직은 중앙정부가 31.6% 서울시가 18%로 중앙정부가 많습니다. 서울시가 행정 사무직에 종사하는 여성공무원이 전체평균보다 높다는 것입니다.”

-서울시의 여성관련 예산 현황은 어떻습니까?

“어디까지를 여성관련 예산이라 해야할 지는 어려운 문제입니다. 모든 정책에 여성이 관련돼 있기 때문입니다. 편의상 여성복지과의 예산만 말씀드리자면 93년 95억원이었던 것이 97년에는 2백73억원으로 지난 5년간 287%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93년에는 일반여성을 대상으로 한 예산과 요보호여성 대상 예산의 비율이 39:61이었던 데서 97년에는 52:48로 내용상의 변화를 보이고 있어서 최근 5년동안 여성정책이 양적 질적으로 크게 발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성발전기금은 원래 목표는 내년까지 60억이 목표였으나 올해로 목표를 조기달성해서 9월부터 지원사업 신청 접수를 받을 예정이고 내년 목표를 1백억으로 상향조정했습니다.”

-서울대 법학과 출신이시면서 공무원의 길을 걸어오신 점이 특이합니다. 가정복지국장에 이르기까지 어떤 경로를 거치셨습니까?

“65년 서울대법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그야말로 우연한 기회에 9급 공무원 시험에 응시했습니다. 경험삼아 한 1년 다니면서 고시 준비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오늘날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말단부터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셈인데 한동안은 이 사실을 남에게 밝히기를 부끄럽게 생각해 왔었습니다. 그러나 말단부터 체험했기 때문에 행정경험이 많고 하위직의 애로사항을 잘 이해할수 있고 일의 흐름을 잘 파악할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많은 여성공무원들에게 밑에서부터 시작해도 올라갈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말단부터 시작한 저의 이력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서 쭉 근무하다가 92년부터 정무장관(제2)실 조정관으로 한 4년 근무했습니다. 시에만 있었던 것보다 대인관계와 여성계의 흐름, 여성정책과 정치적 감각을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다시 가정복지국장으로 시로 돌아와 1년 반이 지났지요. 친정이나 고향을 찾은 친근한 느낌입니다. 정무장관(제2)실에서 배운 것과 서울시 행정경험을 종합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32년 공무원 생활에서 보람을 느꼈던 때는 언제입니까?

“참으로 많은 일들이 생각납니다만 몇가지만 소개하죠. 70년 시청 부녀과 근무시 ‘학교 어머니 교실’을 신설했던 일, 72년 종로구청 부녀계장 시절에 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 꽃놓기 사업을 실시 했던 일, 79년 시청 아동과 복지계장 시절에 세계 아동의 해 행사를 주관했던 일, 83년 구로부녀복지관장 재임시 기술을 배우려는 주부들이 구름떼 같이 몰려들었던 일, 해외근로자 아내 교육을 할 때 그 남편들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았던 일, 청소년 과장 재임시 청소년회관에 디스코 텍을 설치했던 일, 89년 가정복지과장으로 재임시 노인복지 사업으로 골목 할아버지, 교통할아버지, 할아버지 선생님 사업을 실시했던 일, 정무장관(제2)실 조정관 재임시 세계여성대회의 우리나라 주관 국장을 했던 일 등입니다. 95년에는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올해의 공무원상’을 받았을 때도 기뻤지요.”

-고위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크게 영향을 준 사람은 있나요?

“영향을 준 사람이라면 제가 모셨던 상관과 기관장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두 남자들이었는데 그분들이 저를 도와주고 끌어주었어요. 저는 열심히 했을 뿐이예요. 지시한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남자보다 더 열심히 했지요. 그래서 저는 누구나 성공하고 싶다면 첫단계로 자기가 모시고 있는 상관에게 최선을 다해 인정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합니다.”

-여성이었기 때문에 승진에서 더 유리하셨나요?

“여성이기 때문에 빨랐던 편이지요. 정무장관(제2)실 조정관 되는 과정이 빨랐어요. 여성공무원 중에도 고위직이 있어야 한다는 문제가 현안으로 등장하면서 고위직으로 충원시킬 여성공무원이 필요한데 훈련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제게 기회가 온 거예요. 제 경우를 봤을 때도 후배들에게 ‘여자를 무기 삼지 말라’고 조언해요. ‘여자’가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능력을 발휘하면서 최대한으로 노력하라는 말입니다. 또 ‘기회가 올 때 놓치지 말라’는 얘기도 합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겁니다.”

-유능한 공무원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할까요?

“제가 늘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일하는 기본자세로 ‘기초튼튼, 계획치밀, 추진과감, 마무리 꼼꼼’이라는 얘기를 하지요. 크든 작든 어떤 일이나 이4단계를 거치면서 일하라는 얘기입니다. ‘기초 튼튼’이란 자료를 충분히 수합하라는 얘깁니다. 전례는 어땠나, 외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이 일을 왜 하는가, 목표는 무엇인가 등등 자료를 수합하는 과정에서 일에 대한 이해를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계획을 세울때는 치밀하게 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문제점까지 예상하면서 대비를 해야지요. 일단 방침이 결정되면 과감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문제점에 부딪치면 보충은 하되 일단 성안된 사항은 과감히 추진하는 겁니다. 다음 결과가 나오면 꼼꼼히 평가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는 겁니다.”

-제5회 평등부부상 선정위원을 하셨는데 사회생활을 하시는 동안 남편(박동식, 65세, 기업체 임원)의 협력을 많이 받으셨나요?

“우리세대에서는 평등부부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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