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문화 ‘선진화’ 시급
여행 문화 ‘선진화’ 시급
  • 홍승기 /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승인 2017.09.27 13:55
  • 수정 2017-09-27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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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관련기관 과다덤핑 규제 필요
쇼핑관광에서 문화관광으로 변화해야

7월에 접어들면서 해외여행이 성수기를 맞고 있다. 유럽·미주·동남아·태평양 휴양지로 여행을 떠나는 국내관광객들로 김포공항은 연일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올 들어 3월이후 엔고현상과 국제반도체 가격의 인상 등으로 무역수지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해외여행 수요가 워낙커서 무역외 수지 적자폭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국내의 빈약한 관광자원과 낮은 관광서비스로 인해 외국인들의 발길은 뜸한 반면 내국인들은 전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돈을 물쓰듯 하고 있으니 여행수지가 적자인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정부는 여행수지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해외여행객들의 과다한 쇼핑을 규제하고 있다. 김포공항에서의 개별 짐검사를 강화한다든지 해외에서의 과다한 신용카드 사용을 체크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외 과소비여행을 억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실시된지도 몇년 지났고 1인당 여행경비도 1만달러 수준으로 책정되어 있다. 그러나 해외여행 문화가 아직도 정착되지 않아서인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큰 것도 사실이다. 유럽지역에 가면 여행객들은 문화관광보다는 쇼핑에 더 열을 올린다. 영국의 버버리코트, 프랑스의 향수와 까르띠에 제품, 이태리의 피혁제품, 베르사체 선그라스, 까메오, 그리고 스위스의 로렉스시계를 사느라고 돈을 마구 쓰고 있다. 얼마나 많은 한국사람들이 호기있게 돈을 썼던지 유명관광지의 상인들도 간단한 한국말은 상식이다. 더구나 한국돈이나 수표까지 받고 있는 경우도 있으니 원화의 국제화가 이루어졌다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로마의 어느 호텔바에서는 한국사람들이 오면 이태리가수가 ‘칠갑산’, ‘사랑으로’등의 한국노래를 부른다. 한국사람들이 오면 며칠 매상을 하루저녁에 다 올려주기 때문이다.

동남아지역또한 예외는 아니다. 태국의 보신관광, 필리핀의 골프·섹스·도박관광, 홍콩의 싹쓸이 보석관광이 문제가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천만다행히 최근 들어서는 과소비 해외여행이 줄어들고 있다. 정부의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경기침체로 주머니에 돈도 많지 않고, 돈 있는 사람들은 이제 거의 한번 이상 나갔다 온 탓에 처음가는 사람들이 여행객의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공직자나 교육자 그리고 금융인들은 남의 눈을 의식해서 벨트 등의 가벼운 선물을 사들고 오는 것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해외과소비여행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여행알선기관들의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

현재 여행알선기관은 국내여행사-국내랜드사-해외랜드사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고객이 국내여행사에 해외여행을 맡기면 그 여행사는 국내랜드사에 하청을 주고 국내랜드사는 다시 해외랜드사에 하청을 준다. 최근에 여행알선기관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엄청난 덤핑이 이루어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형편없이 싼 가격으로 해외여행을 알선하자니 여행알선기관들은 여행객들을 해외의 상점으로 안내하여 싹쓸이 쇼핑을 유도하든지, 많은 옵션투어를 제공하여 과욋돈을 남기는수 밖에 없다.

여기서 남은 이익금은 여행알선기관들과 가이드가 나누어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여행가이드의 경우에는 정식직원이 아니라 회사로부터 낮은 일당을 지급받는 파트타임 고용자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다보니 수입을 확보하기 위해서 손님들이 주는 팁과 쇼핑에서의 이익금 일부를 나눠 갖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더욱이 몇몇 여행사에서는 하청을 주는 국내랜드사와 해외랜드사에 제때에 돈을 결제 해주지 않고 몇달씩 끄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 기간동안 해당 여행사는 고객들로부터 받은 여행경비를 가지고 돈놀이를 하게 된다. 여행객들은 전체 경비를 모두 여행사에 지불하고 해외여행을 하지만 현지의 해외랜드사에서는 대금을 못받아 여행객들을 호텔방에 계속 머물게 하면서 국내 여행사에 경비지급을 요구하는 일까지 생기게 된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해외여행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행관련기관들의 과다한 덤핑행위를 규제하고 정상적인 가격을 매기도록 해야 된다. 그리고 하청기관에 대해 대금지불을 앞당기고 가이드에 대해서도 적정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덧붙여 일본의 경우처럼 똑같은 지역을 여행하더라도 여행상품과 옵션투어를 다양화시켜 손님 스스로가 여행계약시에 미리 선택하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관광일정보다는 상점에 들르는 기회가 더 많아지고 좋지도 않은 구닥다리 물건을 고가에 팔면서 바가지 씌우는 행태는 좀처럼 사라지기 어려울 것이다.

해외여행 초기단계라서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해외여행객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서울에서는 특급호텔만 드나든다고 거들먹거리면서 자기가 지불한 경비생각은 않고 현지 호텔수준에 트집을 잡는 사람, 골프여행을 가서 캐디에게 거액의 달러를 꺼내 돈자랑 하는 사람, 촬영이 금지된 공공장소에서 버젓이 사진찍는 사람, 외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고 아무 식당에서나 고추장, 된장을 풀어 놓고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사람, 동남아골프장에서 아무 곳에서나 방뇨하는 사람, 해외상인들에게 상스런 한국말을 가르쳐주는 사람, 비행기 안에서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어 발냄새를 진동시키는 사람 등 온갖 사람들이 한국의 인상을 추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적 면에서는 선진국 문턱에 와 있는지 몰라도 국제예절이나 국민의식 면에서는 아직도 후진적인 구석이 많다. 마치 돈만 가지고 거들먹대는 ‘말죽거리 땅부자’의 모습들이 해외에서도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시험쳐서 선발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하겠는가.

요컨대, 해외 과소비쇼핑을 줄이고 건전한 여행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여행알선기관 체계 및 관행의 개선, 요금의 현실화, 여행상품의 다양화, 그리고 국민의식의 향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과제이다. 김포공항 짐검사의 강화 정도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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