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곁에 와서 누군가 투덜거린다.

“쟤는 코가 납짝해서 싫어. 탱크가 지나갔나봐.”

“쟤는 피부가 굴껍질 같애. 드러워 죽겠어.”

“쟤는 키가 너무 작아. 앉으나 서나 똑같지 뭐야.”

나는말한다.

“그 사람인들 그러고 싶겠냐? 왜 껍질만 보고 본질은 못보냐?”

또 누군가 투덜거린다.

“쟤는 너무 새다리야. 끊어질것 같애.”

“쟤는 왜 저렇게 까맣지? 연탄집 딸인가?”

“쟤는 운동신경도 너무 없어. 달리기도 맨날 꼴찌야.”

나는말한다.

“그 사림인들 그러고 싶겠냐?”

그렇다. 우린 그런 것에 대하여 투덜거리면 안된다.

그것도 말도 안된다.

두 팔이 있는데 빈둥빈둥 노는 사람, 능력은 있는데 죽어도 노력 안하는 사람, 돈은 있는데 사사건건 빈대 노릇 하는 사람, 참 말을 할 수 있는데 거짓말 하는 사람, 자기 힘으로 살 수 있는데 남의 힘에 기대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나쁘다.

껌은 씹지 않고 사람들만 질겅질겅 씹어대는 사람,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도 있는데 기필코 나쁜쪽만 생각하는 사람, 태양이 떠오르면 “왜 달이 아니냐”고 불평하고 바다에 가서 산 칭찬만 하는 사람.

남자앞에서는 여성숭배자가 되고 여자앞에서는 남성숭배자가 되는 사람, 7평 독신자 아파트에 초대받고 와서는 70평 빌라에 사는 자랑만 잔뜩 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문제다.

또 누군가 말한다.

“그 사람 너무 멍청해. 매력없어.”

“그 여잔 왜 전라도에서 태어났지?”

“그 팔뚝은 소말뚝인가. 왜 그렇게 두껍지?”

이제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를 말끔히 쳐다보기만 할 뿐.

과연 그는 자기가 하고 있는 말의 내용이나 알고 있을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된다고? 우리가 진정 이상하게 여겨야 할 것은 그런 것들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것들.

대형 승용차 혼자 타고 가면서 우리나라 교통문제 큰일이라고 걱정하는 사람.

책 살 돈은 아까워 죽으면서 술집에 가서는 팁, 팍팍 주는 사람.

쓸개 같은 인간들 천지라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

믿을 사람 아무도 없다고 말하면서 정작 자기는 남을 배신하는 사람.

고향에 가서는 서울이 그립다 하고 서울에 와서는 고향이 그립다 하는 사람.

신토불이를 강조하면서 틈만 나면 외제물건을 사들이는 사람.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15박 16일 MT를 가서 세미나해도 끝이 안날 만큼 많다. 이런 사람들은 욕을 먹어도 싸다.

그러나 눈에 쌍거풀이 안졌다고, 키가 크지 않다고, 능력이 없다고, 너무 착해 빠졌다고, 3남2녀중 장남이라고, 무지랭이 촌사람이라고, 다리가 짝짝이라고, 손가락 6개라고, 우리는 그를 욕해선 안된다.

머리숱이 없어서 대머리라고, 기미 주근깨가 많다고, 음식솜씨가 형편없다고, 선천성 빈혈이 있다고, 지능지수가 낮다고, 패션감각이 없다고, 젓가락질을 잘못한다고, 혀가 짧아 말을 더듬거린다고, 우리는 그를 흉봐선 안된다.

우리가 그냥 무심히라고 이런것들을 투덜거린다면 우리가 나쁘다.

자기 스스로 그렇게 만든 것과 태어날 때부터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

그것은 엄연히 다르잖겠는가.

전자는 책임이 있고 후자는 책임이 없다.

오히려 태어날 땐 똑같이 천진무구한 마음으로 공평하게 분배된 우리.

살아가면서 때 묻고 영악스러워진다.

책임을 지울 일에 책임을 지우자.

우린 더이상 그런 일에 투덜거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이렇게 말해야 한다.

넌 대단해.

위크 포인트(약점)를 스트롱 포인트(강점)로 이겨냈으니!

넌 정말 의지의 한국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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