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바리스타 한아네스 "매장이 내 무대고 커피는 내 작품이죠"

무용학도에서 바리스타로 변신

아네스씨는 스타벅스 코엑스점 부점장이다. 지점장과 부지점장 2명을 포함해 총 13명의 파트너(직원)들과 함께 일한다. 매장 규모가 크진 않지만 전국 매출 순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지점이라 하루에도 1000명이 넘는 손님들과 마주하게 된다고. 이곳에서 그는 ‘밍키’라는 닉네임(별명)으로 불린다. “수많은 고객들의 각기 다른 입맛에 최대한 만족을 줄 수 있도록 ‘요술공주 밍키’처럼 변신하겠다”는 의미에서 3년 전 결정한 것이란다.

사실 아네스씨는 20대 초·중반에 처음 일을 접하는 여타 스타벅스 바리스타와 달리 시작부터 남달랐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대학원 때까지 무용만을 공부한 무용학도였다. 국악고등학교와 경희대 무용학과를 거친 그야말로 정통파. 그런 그가 바리스타 세계에 발을 디딘 일은 아직까지 지인들 입에 오르내린다.

대학원 시절, 하루에 한 번씩 꼭꼭 들르던 역삼동 캐피탈타워에 있는 스타벅스가 인연이 됐다. 2007년, 단골 고객이던 그는 그곳 매장 분위기와 서비스업이 가진 특성에 매료돼 파트타이머가 됐고 또다시 직원(슈퍼바이저)이 됐다. 쉼터였던 스타벅스가 그의 일터가 된 것. 특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연을 맺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갖는 유대감은 점점 더 바리스타라는 직업에 빠져들게 하는 가장 큰 매력이었다.

출근하자마자 백룸(back room 매장 뒤 공간)에서 새로 들어온 물건들을 정리하고 매장 내부 준비가 끝나면 오전 7시 20분 매장의 하루가 시작된다.

원래 오픈 시간은 7시 30분. 하지만 10분 일찍 일을 시작하고 10분 늦게 문을 닫자는 ‘10분 규칙’으로 7시 20분이면 코엑스점의 문이 활짝 열린다. 백룸에서 앞치마를 두르고 바(bar)에 들어서면 새로운 무대가 펼쳐진다. 이때부터 9시까지는 주변 직장인들의 주문이 끊이질 않는다.

아네스씨는 원두를 갈고 뜨거운 물에 내려 만들어진 에스프레소를 컵에 담아 다시 뜨거운 우유와 적당한 거품을 섞은 후 캐러멜 시럽을 뿌려 캐러멜 마키아토를 만들어낸다. 계산대 앞에서 손님의 주문을 받기도 한다. 바쁜 시간이 폭풍처럼 지나가면 11시까지는 부점장으로서 업무를 봐야 한다. 2시간 일하면 15분을 쉬는 업무 규칙에 따라 직원들 쉬는 시간도 분배해주고 전날 올린 매출금 입금을 위해 은행도 다녀온다.

이후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인 점심시간을 준비하기 위해 11시 30분쯤 점심을 먹는다. 하지만 코엑스라는 입지 여건상 언제 많은 고객들이 올지 몰라서 보통은 백룸에서 도시락이나 간단한 요깃거리로 식사를 해결한다.

정오가 되면 모든 파트너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고객을 맞을 준비를 한다. 12시 30분부터 2시까지는 눈코 뜰 새 없다. 하지만 아무리 바쁘더라도 손님을 맞이할 때마다 “안녕하세요. 스타벅스입니다”라고 외치는 밝고 경쾌한 ‘솔’톤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다. 언제나 명랑, 쾌활한 아네스씨의 성격 덕분에 버디(buddy 단골 고객)도 늘었다.

오후 3시가 되면 업무가 끝난 파트타이머들을 퇴근 시키는 것도 아네스씨의 일이다. 퇴근 시간인 오후 5시까지는 계산대를 맡는 포스(pos) 업무와 커피를 만드는 바 업무뿐만 아니라 현재 담당하고 있는 위생관리 업무를 위해 직원들의 청소 스케줄도 짠다. 직원이나 파트타이머의 업무 범위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이제 갓 스무 살이 된 직원부터 매장을 이끄는 점장까지 모두 같은 일을 하고 어려움도 함께 나눈다. 아네스씨는 “가족 같은 팀워크가 우리 매장의 가장 큰 자랑”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꿈에 도전한다

다시 버스를 타고 집에 도착한 시간은 8시. 집에 도착하자마자 TV를 틀었다. 4년 전 필리핀에 12주간 영어연수를 다녀오긴 했지만 아직 부족한 부분은 영어교육방송과 개인 공부를 통해 채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모범 파트너로 뽑혀 다녀온 열흘간의 시애틀 연수는 아네스씨에게 바리스타로서의 열정과 영어 공부의 욕심에 불을 댕겼다. TV 영어방송을 보는 동안에는 쉬지 않고 훌라후프를 돌리고 30분 정도 스트레칭을 꼭 하는 것도 그의 오랜 습관이다.

현재 그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사내 서비스 강사에 곧 지원할 계획인 것. 사실 체육교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는 그는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가르치는 일에 행복감을 느낀다고. 그래서 서비스에 대해 학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아보고 있다. 11시가 넘어가는 한밤중에도 틈만 나면 인터넷으로 자료를 검색해보는 것이 아네스씨의 가장 큰 낙이다. 한참이나 인터넷 서핑을 한 후에야 잠자리에 든다.

아네스씨는 “아직도 왜 바리스타가 됐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며 “무대는 끝나고 나면 허무한 기분이 몰려오지만 지금은 무대가 끝나도 파트너와 고객들이 있어 힘든 부분이 있어도 잊힌다”고 했다.

“더 공부하고 더 많은 경험을 쌓아 언젠가는 대외적으로도 활동하는 서비스 강사가 되고 싶어요.”

그는 쉬는 날에도 정자동 카페거리를 찾고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기도 한다. 또 경험을 쌓기 위해 인터넷을 뒤진다. 일과 사람을 좋아하는 그는 현재 커피와 연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