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사회학과 김호기 교수는 “학벌이 계급을 넘어 신분을 결정짓는 사회가 되면서 ‘교육 매니저’가 된 엄마들이 늘었다”며 “엄마들이 자녀 입시뿐 아니라 취직, 결혼까지 개입하는 것은 서구와 다른 우리나라 고유의 가족주의적 전통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자식농사를 잘못 지으면 엄마 인생에 리스크가 되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사업하는 자녀가 가장 무서운 자녀’라는 말이 유행하듯 결혼 후 수십 년간 애프터서비스를 해주지 않으려는 엄마들이 ‘취업 총력전’에 나섰다는 얘기다.

자녀의 수가 줄면서 ‘모성이 강화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으나 김혜영 중앙대 영어교육학과 교수의 견해는 다르다. 모성이 아니라 소유욕의 강화라는 일침이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딸을 키우는 ‘워킹맘’인 김 교수는 “과도한 경쟁사회가 되면서 자녀가 직업을 못 가질까 우려하는 엄마들의 ‘강박증’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고학력 엄마들의 사회참여가 적은 것도 원인이다. 여성 고용에 대한 편견이 심해 3040세대의 사회진출이 활발하지도, 지속성을 띠지도 못 했다. 현모양처가 되는 일에 자기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시간과 물질적 여력이 남자 자식 성공을 일구는 데 엄마들이 몰두하게 됐다.”

김 교수는 “자녀를 성공적으로 키운 엄마가 매스컴을 통해 칭찬받고 미화되면서 대다수 엄마는 심한 압박감에 빠졌다”며 “학원가의 비즈니스 마케팅도 불을 지폈다”고 지적했다.

“학원 설명회를 가면 ‘엄마는 교육 매니저’라고 부추긴다. 정보력이 중요하다며 매니저 역할을 학습시키는 것이다. 여기에 ‘동료 집단으로부터 받는 사회적 압력(peer pressure)처럼 옆집 엄마로부터 받는 압박이 거센 것도 이유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20대 여성들이 엄마가 되는 시대가 되면 ‘엄마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윗세대만큼 자녀에 애착이 없는 데다 일을 안 하면 살 수 없는 여유 없는 사회이므로 ‘학습 매니저’의 길을 걷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돈희 세계화교육재단 이사장(전 교육부장관)은 “21세기에 새롭게 부상한 분야에선 학벌보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같은 창의력 있는 인재가 중시되므로 엄마 역할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