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는 “먼 이웃보다 가까운 이웃이 낫다”라는 속담이 있다.

한국에서도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에는 동네 이웃끼리 사이좋게 지냈다고 한다. 요즘에도 시골에 가면 아직도 인심이 좋은 동네사람들이 이집 저집 다니면서 인사도 하고 맛있는 것을 나누어 먹고 이웃의 어려움에 발 벗고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도시 아파트에서는 그런 광경을 보기가 힘들다.

같은 층에 살거나 옆집에 누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조차 알기 힘들다. 인사하려고 초인종을 누르면 오히려 그 집에 부담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서로 어색하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복도식이라 같은 층에 여덟 가구가 살고 있다. 한국에 갓 입국했을 때 남편은 일찍 회사에 나가고 혼자 지내기가 심심해 복도에 나가 있었는데 옆집에서 아주머니가 나왔다. 이웃이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에 인사를 했는데 그 분은 “안녕하세요”라고 똑같이 인사하고는 들어갔다. 먼저 말을 건 내가 오히려 바보같이 보인 것 같았다.

중국은 21세기에 들어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추세다. 몇 년 전만 해도 주택들이 빼곡하게 들어 차 있던 곳은 고층빌딩이 우뚝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집이 높아졌다고 인심이 변한 건 아니다. 56개 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은 한족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한족 사람들은 중국의 전통명절인 음력 5월 5일 단오절에 대나무 잎으로 찹쌀, 대추 등을 꽁꽁 싸서 찌는 ‘종자’라는 음식을 먹는다. 조선족 사람들은 이런 풍습이 없다. 그래서 단오절이 될 때마다 같은 라인에 살고 있던 이웃들은 항상 집에서 찐 종자를 먹으라고 우리 집으로 보내주곤 했다.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집에서 선풍기, 에어컨으로 더위를 식히는 한국인들과 달리, 중국인들은 저녁밥을 먹고 나서 항상 과일, 해바라기씨 등 먹거리를 가지고 와 아파트 아래에서 자리를 마련하여 같이 앉아 먹으며 얘기도 나누고 포커, 마작 등 게임을 하면서 저탄소 피서를 한다.

아기를 출산하고 2년 만에 중국 친정을 찾았다. 공항에서 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니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 반갑다고  인사를 하며 아주머니들이 오래간만이라고 안아주기도 했다. 옆집 할머니가 집에 있는 동안 잘 먹고 잘 쉬라면서 과일을 안고 오기도 했다.

요즘에는 뉴스에서도 매일같이 아기 실종, 아동성폭력 등과 같은 안 좋은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보도를 볼 때마다 우리 이웃들이 서로 조금만 관심을 가져 주었더라면 이런 불행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이 많은 중국사람’ ‘정을 베풀고 싶은 중국사람 아닌 한국사람’. 대한민국에 정착한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웃과 정을 나누고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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