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시장이 다소 나아지고 있는 것도 내수부진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급격히 줄어 남아있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렸기 때문

요즈음 정치도 답답하지만 경제 돌아가는 꼴은 더욱더 답답하다. 지리하게 계속되는 불황의 터널이 과연 언제쯤 끝날 것인가. 모든 사람들이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최근들어 우리경제에 희망이 보인다는 보고서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재정경제원은 국내경기가 2·4분기 중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하고 연말이나 내년 이후에는 본격적인 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삼성·대우·LG 등 민간 경제연구소에서는 올해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연초의 5%대에서 6%대로 상향조정하였다. 아울러 관변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6월 16일 ‘하반기 산업별 경기전망’이란 자료를 통해 올 4·4 분기에는 자동차, 조선, 가전, 반도체등11개 주요업종의 생산과 수출이 증가세를 회복하여 경제활력을 찾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내놓았다.

이를 반영하듯 증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도 지난 1월 7일 611.05를 기록했던 악몽을 잊고 800선에 접근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꼽고 있는 경기회복의 원인은 일본 엔화의 강세, 국내금리의 하락 그리고 물가 안정 등이다. 우선 일본의 경상 수지흑자에 따라 G7국가들의 엔화절상압력이 계속되어 왔고 일본정부도 대외통상마찰을 피하기 위하여 국내시장개방보다는 엔화강세를 정책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따라서 엔-달러 환율은 5월 이후 110엔대로 급격히 하락해 우리 경제에 반사적 이익을 주고 있다. 엔화강세에 따라 국제시장에서 일본의 상품은 값이 비싸지고 우리나라 상품은 상대적으로 값이 싸져 수출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또한 수출회복과 동시에 6월 9일에는 시중 실세금리가 11.38%를 나타내어 지난해 6월 7일의 11.2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편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의 안정, 국내농산물의 작황호조, 그리고 임금상승률의 둔화 등으로 인해 물가도 어느정도 안정되어 있다.

이와 같은 요인들로 인해 국내생산과 수출이 늘어나고 경기회복의 조짐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수출입뿐만 아니라 소비와 투자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현재 명예퇴직과 감원풍조속에서 많은 소비자들은 어쩔수 없이 소비를 줄이고 있고 살아남은 월급쟁이들도 낮은 임금상승률 때문에 소비욕구가 위축되어 있다.

그렇다고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된 것도 아니다. 대기업들은 정국의 불안과 경기전망에 대한 비관 때문에 설비투자를 늘리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경기회복의 징후로 보는 국내금리의 하향안정화 추세도 시중에 돈이 남아돌아서가 아니다. 차라리 금융기관의 자금운용방식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한 것이다. 기업들의 부도가 5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기관은 기업대출을 꺼리고 채권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실제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물가 또한 마찬가지이다. 최근의 물가안정은 경기가 워낙 바닥인데다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되어 나타난 결과일 뿐이다. 증권시장이 다소 나아지고 있는 것도 내수부진으로 기업의 자금수요가 급격히 줄어 남아있는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수출입동향도 제대로 볼 필요가 있다. 2·4분기 이후 경상수지 적자폭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지만 수출증가에 의했다기 보다는 불황으로 인한 수입증가세 감소가 그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지금 엔화강세나 금리의 하락 그리고 물가의 안정만 가지고 경기회복을 논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엔화강세는 국제경제여건상 어느정도는 계속되리라고 보지만 그것도 우리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국내실세금리도 6월부터 완화되기 시작한 회사채 발행 불량조정 제도가 10월부터 완전폐지되면서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물가 안정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올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기부양책과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면 물가안정기반은 깨뜨릴 가능성도 있다.

이제 우리 경제도 근본체질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간의 경기침체도 우리상품의 국제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요

인에 의해 유발된 만큼 엔화강세 등에 따른 반짝 경기회복을 기대해서는 곤란하다.

우리의 취약한 산업구조를 그대로 둔 채 외생적 요인에 의한 어부지리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차라리 엔화강세의 호기를 적절히 이용하여 경제전반에 깔려있는 거품을 제거하고 우리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산업구조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행운에 의한 일시적 경기회복이 아니라 자력에 의한 지속적 경기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