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세계5강한국’ 만들기에 30년 정치인생 바치겠습니다”

 

‘원래 부드러운 사람’인데 모략을 받아 왜곡된 모습으로 비쳐졌다는 김대중 총재.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급식을 돕고 있다.
‘원래 부드러운 사람’인데 모략을 받아 왜곡된 모습으로 비쳐졌다는 김대중 총재.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급식을 돕고 있다.
<여성신문>이 이번주에 만난 대선주자 부부는 새정치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와 이희호 여사 부부이다. 부부 명패가 나란히 붙어 있는 평등부부 가정으로 유명한 일산의 김총재 자택에서 오전7시부터 인터뷰가 시작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김총재는 대통령 준비가 가장 철저하게 되어 있는 정치인, 여성의 권리 회복에 가장 우호적인 정치인으로서의 자질을 강조하면서 여성들의 정치력 발휘를 당부했다.

- 다음 정권이 이루어야 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다양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지만 핵심적인 과제는 경제회생과 통일·안보 등 남북관계라 할 것입니다. 경제회생을 위해서는 우선 물가안정을 토대로 경제기초를 안정으로 이끌어가야 하며, 일부 주력품목의 가격경쟁력에 기초한 수출전략이 한계에 다다른 이상 과학기술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기초해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산업구조를 조정해야 합니다. 남북관계 역시 전환점에 서있습니다.

북한으로 하여금 식량난과 경제난을 극복하고 남북간 화해와 협력속에 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급작스런 붕괴나 모험적 도발에 대비한 튼튼한 안보태세를 기초로 국제적 관계속에서 북한을 관리하여 점진적 통일의 길로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 대통령의 자질 면에서 볼 때 김총재님의 장점은 어떤 점이라고 보십니까?

“세계사적으로 지금과 같은 격변기가 없습니다. 21세기로 가는 역사와 흐름, 세계적인 흐름을 정확히 파악해서,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고 어디로 지향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가지고 모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적으로는 개인이나 지역이 전세계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지방자치체제를 대폭 강화해서 지역과 지방에 행정권을 대폭 이양해야 합니다.

경제면에서는 21세기의 1사분기 2025년 내에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 중국, 독일을 포함해 세계5강에 들어갈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자면 그에 상응하는 경제정책이 필요합니다.

사회적으로는 국민이 주역인 사회가 되어 정직하고 부지런한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돼야 합니다. 남북문제에 있어서는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야 합니다. 지금 북한의 전쟁도발 가능성이 염려되는데 그것은 북한이 하고 싶으면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하는 상황이 되지 않도록 우리가 주도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미국, 일본, 중국, 소련 등 주변의 국가들이 전쟁을 반대하기 때문에 주변 국가와의 관계를 통해 북한을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는데 이 정권이 이걸 못합니다.

노태우 정권은 소련하고 교류하고 국교를 맺어 한반도에서 남한의 우위를 확보했고 남북 합의서를 만들어 국제 조약에 준하는 것으로 인정받았습니다. 합의서의 내용은 한반도에서의 평화 유지, 이산가족과 경제교류를 포함한 남북교류, 그리고 해외문제까지 전부 합의되고 분과위원회까지 구성됐습니다. 이런 것을 김영삼 정권이 맡아가지고 제대로 관리를 못했습니다.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정치 경제 사회 문제를 풀어갈 철학과 정책과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할 때 다음 정권이 우리나라를 비약시킬 수 있는 굉장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총재님은 대통령의 자질로는 늘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것이 선거결과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군사정권 아래서 수십년 동안 끈질기게 되어온 악선전의 결과입니다. 30년 40년 두고 한사람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공격 해오는 동안, 국민들의 머리 속에 거의 고정관념이 돼버린 겁니다. 그동안 정부가 외국과 군대와 공무원과 언론까지 동원해서 얼마나 악선전을 해왔습니까? 지금 내가 이렇게 살아남아있다는 것만도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그런데, 사상문제도 나같이 검증받은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선거 때만 되면 사상문제로 음해하고 선거 끝나면 사과하고 선거때면 또 그렇게 하고…. 지역문제도 그래요. 지역문제로 가장 피해를 본 사람이 바로 나입니다. 영남에서 표가 안 나오는 원인이 지역감정 때문이었습니다. 나는 공정한 평가를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게임판이 공정해야 능력이 제대로 평가되는 것인데, 게임판 자체가 불공정한데 어떻게 합니까?

그런데 요즘은 좀 달라졌습니다. 이번 선거에서는 용공조작이나 지역감정 모략에 과거보다는 덜 영향을 받을 거라고 봅니다. 국민의식도 변했고 이제는 나도 TV 나가서 할 말 한단 말입니다. 지난번 선거 때도 TV 토론회를 했으면 지역감정과 용공조작으로 그렇게 왜곡시키지는 못했을 거고 김영삼씨가 나와 맞붙어서 토론 했으면 국민들이 비교 했을 겁니다.”

- 이번 TV 토론회에서 김총재는 상당히 부드러운 모습으로 비쳤고 그에 대한 좋은 반응이 있었지요?

”원래 부드러운 사람입니다. 그동안 보도 할 때는 좋지 않은 모습만 골라서 보여주었어요. 우리 당에서도 내가 제일 많이 웃겨요. 우리 집에서도 내가 말하면 다 웃어요(웃음).”

- 지역감정의 피해자이신데 호남에서 태어나신 걸 후회해 보신 적은 없으십니까?

“어떤 때는 잠깐 잠깐 그런 생각도 들어요. 너무 힘이 드니까요. 그러나 그것보다는 부당하게 차별받는 사람들이 희망을 걸 수 있는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 대통령이 된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지금도 호남사람들이 원하는건 제가 집권을 해서 호남이 모든 것을 차지해보자는 게 절대로 아니에요. 이런 부당한 차별이 없어진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지요. 김종필씨한테 다줘도 좋으니까 이번에야말로 정권교체를 이루어보자는 희망이 간절해요.

이제 민족주의 시대가 가고 있습니다. 과거 민족주의는 민족 단위의 경제가 중심이었지만 이제 경제단위가 세계로 가니까 민족주의가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겁니다. 이젠 국산품 애용이 애국이 아니에요. 세계에서 제일 싸고 좋은 물건 만들어 내야지 안 그러면 망하는 거예요. 앞으로 WTO체제가 시작되고 10년 내에 경제적 국경이 완전히 없어집니다. 이런 세계적인 시대가 왔는데 만일 국내에서 어느 ‘도’다 어느 ‘도’다 하고 있으면 발전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거예요. 세계가 변하니 국민의식도 당연히 변해갈 것입니다.”

- 세계화시대의 경제구도에서는 중소기업의 비중이 커지지요?

“중요한 것은 소위 지금과 같이 PK 정권 TK 정권 아래서 부산과 대구가 잘 살았냐 하면 그렇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대구가 전국에서 국민소득이 최하고 부산이 그 다음 최하입니다. 오히려 전라도, 충정도가 더 나아요. 왜 그러냐면 대구나 부산은 중소기업 도시인데 정부정책이 대기업 중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지금 중소기업 시대로 가는데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으로 끌어왔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가 이 고생을 하는 겁니다. 대기업 중에서도 반도체,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이 다섯개 품목에 매달리다가 이 꼴이 된 겁니다. 중소기업을 등한시한 결과 그렇게 세계에서 붐을 일으켰던 신발, 섬유, 완구 등의 산업이 전부 몰락해 버렸습니다.

정부는 말하기 쉬워서 그런건 ‘사양산업’이라고 하지만 왜 사양산업이란 말입니까? 세계 사람들이 구두를 신고 다니는데 신발산업이 왜 사양산업이고 세계사람들이 전부 옷을 입고 다니는데 섬유산업이 왜 사양이며 어머니들이 아이를 낳는데 완구가 왜 사양산업입니까? 문제는 우리가 과거에 노동 집약적인 싸구려 제품을 만들다가 후발 국가들이 더 싼 제품을 만드니까 쓰러지는 겁니다. 그동안 우리가 기술개발을 해서 후발국가들이 따라올 수 없는 고급품으로 경쟁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습니다.”

- 앞으로 정보화 시대에서 문화산업이 중요해지고 국가경쟁력은 문화경쟁력으로 판가름 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비책은 어떻게 세워야할까요?

“중요한 질문을 했어요. 경제가 발전하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쌍두마차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대기업은 지금 클 만큼 커 있어서 이제는 규제를 풀어서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해주면서 독과점과 불공정 거래만 막으면 됩니다. 앞으로는 중소기업에 집중해야 하는데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고부가가치가 벤처기업이고 문화산업입니다. 20세기까지는 경제와 군사가 국력이었지만 21세기에는 경제와 문화가 국력입니다.

20세기를 육체와 자본을 가지고 공장에서 생산하는 공업 사회, 하드웨어 사회라고 한다면 21세기는 지식이 중요한 사회이고 거기에서 문화가 중요합니다. 문화가 경제발전에 얼마나 공헌하는가를 보여주는게 쥬라기 공원 영화 한편이 8억5천만 달러를 벌었다는 사실이지요. 우리나라 자동차 1백50만대를 수출해야 벌 수 있는 돈이에요.

영상매체, 관광사업, 각종 예술 등의 문화는 단지 삶의 질을 높일 뿐 아니라 경제적인 수입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문화적인 잠재성이 풍부한 나라입니다. 아시아의 여러나라가 전부 중국화되는데도 우리나라는 끊임없이 중국의 영향을 받았으면서도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습니다. 불교에서도 해동불교, 유교에서도 해동유교로 독특하게 우리것으로 재창조했습니다.

문화의 경쟁력 시대가 온다는 것은 우리로서는 ‘물고기가 물만난 듯’좋은 조건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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