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신데렐라는 유리구두를 찾아 길을 떠났다.

분수가 솟아오르는 어느 광장에서 약간 띨띨해 보이는 남자를 만났다.

“어머, 너누구니?”

“난 공주를 찾아가는 바보온달. 그래서 부마가 될거야. 근데 넌 누구지?”

“어머, 날 모르다니 너 정말 바보구나? 난 지금 왕자님을 찾아가고 있어. 반짝이는 유리구두를 신으려고 말야. 왕자님을 만나면 난 멋진 춤을 출거야.”

“그래? 그럼행운을빌어.”

“다른 사람 덕분에 한단계 점프하고 싶은 너와 나는 그런 의미에서 형제야. 한달 뒤에 여기서 만나자.”

그들은 헤어졌다.

신데렐라는 어떤 남자를 만났다. 달콤한 유혹은 뱀처럼 그녀를 휘감았다.

그러나 남자는 진실이 없었다. 아니 유리구두가 없었다. 종이구두 하나도 갖고 있지 않았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리야? 너 허황된 꿈 좀 깨라! 지금이 어느 시댄데 유리구두 타령이냐? 환상이 밥 먹어주냐?”

바보온달 역시 어느곳에도 공주가 없었다. 그는 공주는커녕 대통령의 딸도 재벌의 딸도 만날 수 없었다.

공주 덕분에 임금님의 사위가 되려 했던 바보온달.

맨 처음엔 그의 근육질을 보며 “어머, 터프 가이!”하며 다가오던 여자들도 그의 골이 대부분 함량미달인 것을 알아채고는 이내 떠나 버렸다.

남자에겐 뭐니뭐니 해도 압도하는 지성미가 최고야. 바보온달은 압도라는 의미도, 지성미라는 의미도 이해하질 못했다.

“뭘 그렇게 어렵게 산담? 아무 생각없이 그냥 살수는 없을까?”

한달이 되어 바보온달은 신데렐라와 약속한 장소로 나갔다.

먼저 와 있던 신데렐라가 바보온달을 반겨주었다.

“어머, 너 약속은 꼭 지키는구나?”

“그럼, 약속이 곧 목숨 아니겄냐?”

“약속이라면 목숨까지 바치겠다는 말이니?”

“너는 당연한 말을 왜 자꾸 물어보냐?”

“약속 같은 건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사람들만 보다가 니가 희한해서 그래.”

“나도 니가 희한하긴 마찬가지야. 당연한 것 가지고 감동해서 뻑, 가고. 그래, 유리구두는 찾았냐?”

“얘, 말도 말아라. 이 세상 어디에 처박혀 있는지 왕자님 코빼기도 안 보이더라.”

“나하고 똑같구나. 임금님의 사위는 커녕 재벌의 사위되기도 정말 힘들다. 여자들이 똑똑해서 나 같은 맹탕은 싫다는 것 아니냐?”

“그래, 니가 맹탕은 좀 맹탕이야. 책 좀 봐라.”

“누군 책보기 싫어서 그러냐? 책만 보면 골이 지끈지끈 쑤시고 안 오던 잠까지 오니까 그렇지. 그러는 너는 책깨나 보냐?”

“유리구두에 관한 책은 열심히 보고 있다. 마차, 드레서, 파티, 이런책들도.”

“나도 한심하지만 너도 참 한심하다.”

“넌 신문도 안 보냐? 요즘 네오(新)온달족, 네오신데렐라족이 유행이라는 것도 모르게? 남의 덕에 쉽게 한번 살아보자 이거지 뭐.”

“우리 다시 헤어져서 각자 찾아다니는 거 찾고 일년후에 또 만나자.”

그들은 다시 세상속으로 돌아왔다.

바보온달은 막노동도 했고 도배일도 배웠다. 이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은 공주를 찾아 다닐 때보다 몸은 고달펐지만 마음은 훨씬 상쾌했다.

“역시 몸은 돌려야 가뿐혀.”

신데렐라 역시 유리구두 찾기를 포기했다.

아니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구두가 모두다 유리구두다.’라고 한단계 성숙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왕자님은 이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아니 설사 존재한다 하더라도 왕자님이 신겨주는 우리구두는 신지 않으리라. 왜냐하면 그 구두는 12시종이 울리면 어디론가 사라질 환상이 아닌가. 나의 삶은 나의 노력으로 살아야하리라.

일년이 되어 그들은 다시 만났다.

신데렐라는 건강한 생활인이 되어 있었고 바보온달은 구릿빛 건강미로 빛나 보였다.

“야, 너 아주 달라졌구나? 몰라보게 늠름하다야?”

“너야말로 매혹적인데?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게 그야말로 샛별이야. 유리구두가 눈으로 다 들어간거 아니냐?”

“온달총각님, 책좀 읽으셨군 그래. 유머가 제법인 걸 보니.”

“그래, 일하는 틈틈이 책을 많이 읽었지. 책이야말로 진짜 재미있더라야. 그속에 인생이 있더라구.”

“인생속엔 또 뭐가 있는데?”

그렇게 묻는 신데렐라의 눈을 바라보던 바로 그 순간. 바보온달의 눈가에 천둥번개가 휙!하고 스쳐갔다.

“내 인생속에 바로 너, 니가 있었어!”

그들은 그제서야 깨달았다.

행복은 저 먼곳이 아니라 바로 그들 곁에 있었음을. 두 사람이야말로 평생 파트너였음을….

어디선가 잔잔한 시가 들려왔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들려주는 시, 제목은 ‘충고’였다.

 

너는 왜, 자꾸 멀리 가려느냐?

보아라, 좋은 것은 가까이 있다.

다만 니가 잡을 줄만 안다면.

행복은 바로 니 곁에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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