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캄보디아에 끌려가 일본 군국주의에 의해 희생된 ‘훈’ 할머니가 발견된 사실은 우리 근대사에서 해결되지 못한 역사를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다. 훈할머니는 지난 50여년 동안 자신의 이름도 잊고 부모형제도 잊고 고향이름도 잊은 채 살아왔다.

한 인간의 생을 송두리째 빼앗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일본의 정신대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훈할머니는 자신의 고국을 찾아온 것이다. 물론 그를 버린 쪽은 일본군국주의였지만 그를 잊은 쪽은 우리라는 생각이 든다.

훈할머니와 같은 처지에 있는 할머니들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여태까지 만족할 만한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적이 없었다. 정신대 관련 회원들이 일본의 국가적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6년째 벌여오고 있지만 그에 대한 호응은 매우 미미하다.

일본 정부가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을 앞세워 정신대 문제를 해결하려는 파렴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에 대한 소극적인 우리의 자세는 더욱 답답해 보인다. 이 문제는 물론 일본 정부가 사죄하고 배상해야 할 것이지만 우리가 나서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도 틀림이 없다.

국민 모두의 관심과 이를 위한 지지로 제2, 제3의 훈할머니가 하루빨리 조국을 찾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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