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토론회 후 이를 방송사와 공동주최했던 신문사들은 각 후보들의 지지율 변화에 대해 크게 보도했다. 그 중 가장 주목을 받는 이는 단연 이인제 경기도지사.

그는 조선일보 조사에선 6.7%, 중앙일보 조사에선 18.2%나 지지율이 올랐다. 신한국당만 놓고 보면, 토론회 후 이인제 지사는 이회창 대표, 박찬종 고문에 이어 지지율 3위에 올랐다(조선일보 6월 15일). 이에 대해 60대 이상의 타 후보에 식상한 시청자가 박대통령을 닮은 40대 이 지사의 참신한 이미지에 끌렸을 것이라는 분석이 따랐다.

반면 TV토론회로 손해를 본 후보도 있다. 김덕룡의원은 ‘김대중 후보를 용공세력으로 몰아 붙인 적이 있지 않냐’는 등 인신공격성 질문을 받아 곤욕을 치렀다. 결국 김의원은 ‘토론회가 국민들에게 나쁜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며 방송공사에 해명을 요청했다. 참고로 말하자면 토론회 후 김의원의 지지율은 0.5%에 그쳤다.

TV는 이미지 제조기다. 브라운관을 통해 안방으로 쏘아지는 영상은 그 실체를 닮은 허상이지 실체는 아니다. 다만 우리는 허상을 통해 실체를 유추해낼 뿐이다. 가끔 아니, TV를 보는 시간 대부분 그 사실을 잊곤 하지만.

TV토론회 시청은 은연 중 시청자가 가지고 있던 해당후보의 이미지에 변화를 가지고 온다. 시청자는 잠정 유권자다. 이미지 변화는 곧 지지율 변화로 이어진다. 후보 본연의 모습을 제대로 봤건 창조된 허상에 속았건.

그럼에도 TV토론회가 썩어빠진 선거판을 바꾸리라는 예측에는 이견이 없다. 대선자금 부분과 관련해서는 더욱 그러하다. 심지어는 ‘TV토론 한 번에 2백억씩 버는 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청률 25%면 5백만명이 시청하는 셈인데 이는 여의도에서 1백만명 동원유세를 5번 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는 것이다. 동원집회 한번에 40억원씩 든다니까 2백억을 번다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다.

TV토론회로 얻는 정치 경제적 효과가 어떻든 유권자의 옳은 선택을 이끄는 것은 언론의 ‘공정한’태도다. 그러나 시청률을 의식해 토론회가 흥미위주로 흐를 위험이 있는 데다 자사가 주관하는 토론회 관련 보도의 객관성을 잃을 우려도 있어 언론사의 토론회 주관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방송관계자들조차 ‘방송사가 토론회를 주최할 경우 과열경쟁이 촉발되고 공정성 시비가 재연될 것’이라 지적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당, 언론단체, 시민, 사회단체로 구성된 독립적 ‘TV토론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그래서 설득력있다.

그러나 TV토론회의 공정성이 확보된 후에라도 중요한 것은 브라운관의 허상에서 실체를 가려내는 유권자의 안목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