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담] 87년 이후 여성운동 10년 성과와 과제
[좌담] 87년 이후 여성운동 10년 성과와 과제
  • 사회·정리 최윤 진숙 기자
  • 승인 2017.09.25 14:58
  • 수정 2017-09-25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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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성’새로운 이슈.‘ 여성의 주류화’는 21세기 과제

87년 6월은 우리나라 여성운동사에도 큰 의미를 가진다. 여성운동이 현장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이다. 그리고 현장에 기반한 조직의 출범도 바로 이 때를 기점으로 한다. 87년 민주화 운동의 바람을 타고 함께 성장한 여성운동 10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좌담회를 마련했다. 10년치 여성운동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모색해보자는 취지에서이다. 토론에는 87년 당시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였던 이박 미경 민주당 의원과 현재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오 경숙 한국여성민우회 대표가 참석했다.

〈편집자 주〉

사회: 87년 6월 이후 10년입니다. 그동안 여성운동의 성과를 평가해 볼 만하다고 생각하는데요, 10년의 성과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이박미경 의원: 일단 지난 10년 동안 여성운동은 사회운동으로 뚜렷한 자리매김을 했다고 봅니다. 여성운동은 정말 필요한 운동이구나 하는 것을 인정받게 됐다는 것이지요. 그 이전에는 여성운동이 우리사회가 개혁해 가려는 방향으로 제역할을 하지못했고, 여성대중전체의 권익을 대변하는 데도 상당히 미진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냉소적인 비판까지도 받아 왔다고도 할 수 있구요. 그런 것에 비해 지난 10년간은 민주화와 통일의 과제 그리고 여성권익 신장이라는 과제를 자립적으로 생겨난 새로운 여성단체들이 자기운동의 목표로 삼으면서 뚜렷한 성과를 거둬들였다고 평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21세기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여성운동이 필요하구나 하는 인식으로까지 끌어올린 것이 큰 성과라고 봅니다.



87년 기점 조직적으로 대중여성조직 확산돼



이오경숙 대표: 87년을 기점으로 지식인 중심의 여성운동이 일반대중 중심으로 전환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성노동자, 농민뿐만 아니라 주부들도 이 시기에 전면으로 나섰고 지역까지 풀뿌리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 것도 87년부터라고 봅니다. 중산층, 상류층, 지식인 운동에서 일반여성의 참여를 유도했던 부분도 평가할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이박미경: 글쎄, 저는 당시로서는 전폭적으로 대중여성운동으로까지 성장했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90년대 중반들어서 비로소 대중여성운동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나 할까요. 87년을 기점으로 할 때는 여성운동의 지역화를 뚜렷한 현상으로 이야기해볼수 있을 것 같아요. 이것은 또 6월 항쟁의 덕분입니다. 6월 항쟁은 전국단위의 운동이었고, 해방이후 최대의 대중들이 여기에 참여했잖아요. 여성들도 전국적으로 국민운동본부나 청년단체, 종교단체에 참석했고, 6월항쟁 이후 여연이 발족하니까 지방의 여성들이 조직을 만들어 여연에 가입하자는 흐름이 만들어졌어요. 부산, 대구, 대전, 전주, 광주,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6월 항쟁을 기점으로 조직을 만들었지요. 이때부터 구체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한 조직이 출범하기 시작했다고 봐요. 현장성을 가진 조직이지요. 이것이 80년대 운동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노동자회, 여성농민회, 탁아소문제연합회, 성폭력상담소 등의 구성이 좋은 모델입니다. 여기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법과 제도의 개혁을 주장했던 것이지요.



고평법·영유아보육법제정

가족법개정성과




이오경숙: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거나 개정된 것이 남녀고용평등법, 가족법, 영유아보육법, 성폭력특별법이잖아요



사회: 그동안 법개정 운동에 치충하다보니 일반 여성이 부닥치는 문제에는 소홀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박미경: 저는 법개정 운동은 기본이라고 봐요. 법과 제도 개선은 우선 과제입니다. 여기에는 직업에 있어서의 평등, 그렇게 하기 위해 부닥치는 탁아문제, 여성을 대상화해서 생겨나는 성폭력문제 등의 개선이 포함되

겠지요. 장기적인 과제로서는 문화와 관행을 고쳐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여성에게 오랫동안 내면화되어있고 스스로 받아들 일 수밖에 없는 가부장적인 것을 깨뜨려나가는 일은 훨씬 장기적으로 남아있는 과제에요.



이오경숙: 80년말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에서 여성단체하면 무엇이 떠올려지는가하는 질문에 ‘소비자 문제’라는 응답이 태반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라고 봐요. 오히려 법제정이라고 답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런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는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부분에서는 자신이 없어요. 여성단체에 대한 관심도 문제라고나 할까요. 여성단체가 벌이는 일에 대한 인지도는 높아졌지만 자신의 일과는 무관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많은것 같습니다.



부모성 함께쓰기

새로운 운동의 모델




사회: 그렇다면 새로운 이슈가 필요한 건 아닐까요.



이박미경: 크게 운동의 과제로 보면 법하고 제도를 고치는 운동이 있고 그 다음 의식과 관행을 고쳐 나가는 것 두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법과 제도를 고치는 운동에 집중해왔고 그걸 하기 위한 현장중심의 활동을 해왔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고쳐야 할 법과 제도는 많이 남았습니다. 새로운 이슈가 필요하지 않느냐 하는 것은 이제까지 못해왔던 의식과 관행의 개선을 두고 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런일은 어떤 단체가 계몽하는 방식으로 해서 되는 일은 아니고 자발적인 움직임이 다양하게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그럴 수 있는 토대가 이제는 마련됐다고도 보구요. 10년 전이면 시도할수 없었던 일이 지금은 가능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가령, 부모성 함께 쓰기도 그런 예라고 봐요. 저도 ‘이박미경’이 찍힌 명함을 들고다니는데 명함을 건네줄때마다 사람들이 한마디씩 합니다. 그 때마다 부모성 함께 쓰기의 취지를 말해주는 거지요. 호적법 개정까지는 안돼도 하나의 문화운동차원으로 어느정도는 인식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얼마전 민우회가 벌인 사회주부대회도 새로운 방식의 한모델이라고 봐요. 주부들의 새로운 선언이었잖아요. 이런쪽으로 무게중심이 이동돼야 저변이 확대된다고 봅니다. 법개정이 소수정예의 운동이라면 부모성 함께 쓰기나 사회주부대회 같은 행사는 대중여성의 파워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의식과 관행을 바꿀 수 있는 자발적이고 발랄한 운동이 여기저기서 일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여성노동에만 치우쳐

가족·성문제 진지한 성찰 필요




이오경숙: 80년대는 여성노동문제가 논의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성문제가 또다른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서 여성단체에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작년에 저희가 매매춘 문제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한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의 반응이 대단했거든요. 요즘 젊은여성들은 성에 대한 연구에 일방적인 환호성을 지르는게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어요.



이박미경: 여성의 노동문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가족의 문제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잖아요. 이런 가족의 문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신세대가 있을 수 있고 또 성문제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중적인 윤리관에 살아왔기 때문에 이 갭을 메꿔야 한다는 요구를 전면적으로 내세울 수도 있다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굉장히 새로운 요구들이 나올수도 있고 기존 여성계가 굉장한 비난을 받을 수도 있어요. 급진적인 주장들이 나올 수 있다는 거지요. 지금까지의 운동이 남성들도 충분히 받아들여질수 있는 차원에서 지속됐다면 앞으로는 남성들의 거센 비난도 감수해야 할 것같은데요.



이오경숙: 여성운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카테고리가 노동, 가족, 성이라고 할 때 지금까지는 노동에만 치우져왔어요. 그동안 성문제나 가족문제에는 진지한 성찰을 못해 왔습니다. 요즘 신세대들은 결혼을 선택, 일은 필수라고들 하는데 이럴 경우 앞으로 새로운 가족형태에 대한 고민도 뒤따라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혼하거나 사별한 여성의 가정에 대한 여성주의적 접근도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들어요.



여성의 주류화는 다양한 영역 진출 의미



사회: 올해 초 여연이 발표한 “21세기중점과제”는 “여성의주류화”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각방면에서 주류를 이루자는 주장이지요? 하지만 ‘주류화’는 오해를 살 수 있는 문구라고 생각드는데요.



이오경숙: 처음에는 21세기 과제를 ‘정보화’로 하려고 했는데, 노동시장에서 계속 주변화되고 있는 여성인력이 문제라는 지적이 컸습니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48%가 참여하고 있으면서도 여기서 62.9%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근로기준법의 적용도 못받고 있는데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었어요. 주류화는 이런 주변화의 반대개념으로 나온 것입니다. 그리고 주류화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계 각층에서 여성의 영역을 넓혀보자는 차원이에요.

 

이박미경: 북경 여성대회 선언문 속에는 주류화라는 표현은 아니지만 “여성은 사회개혁과 21세기 발전에 통합, 일치되어 나아가야 한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여성이 동원의 대상이거나 수단이었지만 앞으로는 여성 스스로가 책임있는 주체로 참여하고 정책을 결정해나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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