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 최고 통수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가진 ‘천안함 희생 장병 추모 연설’ 도중 눈물을 훔쳤다. 비록 시기는 늦었지만 대통령의 연설은 철저한 원인 규명, 단호한 대처, 재발 방지의 의지를 밝혔다는 점에서 적절했다. 더욱이, 천안함 사고의 원인 규명과 대응을 놓고 일부 국론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론을 하나로 모은다는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문제는 이러한 대통령의 취지와는 달리 사회 일각에서는 국민의 격앙된 감정을 자극하는 ‘안보 포퓰리즘’의 위험성이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여당 의원은 “국방부는 유엔 헌장 51조가 규정하고 있는 자위권에 대해 검토했어야 한다”며 군사적 대응을 주문했다. 대표적 보수 논객인 조갑제 대표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이 대통령의 ‘결과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대처할 것입니다’라는 표현은 너무 약하다”면서 “최소한 ‘그 결과에 대해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단호하게 응징할 것입니다’라고 말했어야 했다”고 글을 올렸다. ‘대처’는 행정적인 것이고 ‘응징’은 징벌적이며 군사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아무리 신념에 찬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북풍을 거론하면서 안보 포퓰리즘으로 국론을 몰고 가는 것은 위험한 것이다. 어떠한 포퓰리즘도 결국은 나라를 두 동강 내고 파멸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을 다루는 데는 순서가 있고 때가 있는 법이다. 이 대통령도 3당 대표와 청와대 간담회에서 “최종 물증이 나올 때까지는 뭐라고 대답할 수 없고, 신중하게 가는 게 좋다”면서 “북한의 개입 여부는 오래 가지 않아 규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북풍을 생각했다면 처음부터 얘기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정확한 증거 없이 북한의 개입을 기정사실화해서 국민을 자극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중을 밝힌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천안함 사고가 정략적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천안함 변수가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쪽에 유리할 것인가를 전망해 보는 것과 이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당장, 여당의 강경론자들은 “‘대북 퍼주기’를 일삼던 지난 진보정권의 잘못된 햇볕정책으로 남한에 어뢰가 되어 돌아왔다”면서 야당의 신중한 대응을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천안함 사고가 정부의 경직된 대북정책 때문이며, 보수정권이 그토록 강조했던 안보에 구멍이 났다는 비판에 날을 세우고 있다. 지금은 누가 책임이 있느냐고 정쟁을 벌일 때가 아니다. 엄청난 국가적 재난인 천안함 사건이 국민 모두에게 고통을 안겼지만 국민통합이라는 소중한 결실을 맺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여야 공조가 절실히 요구된다. 무엇보다 여당은 ‘안보 포퓰리즘’의 유령을 쫓아 배회하려는 유혹을 과감히 끊어야 한다. 한편, 야당의 태도 변화도 요구된다.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부시 대통령의 경쟁자였던 앨 고어 전 부통령은 “부시는 나의 최고 사령관”이라면서 “부시 대통령의 선언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 부실과 초기 대응의 미숙함이 분명 존재했지만, 야당도 이런 잘못만을 지적하지 말고,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힐 필요가 있다. 국가 안보에는 여야, 진보와 보수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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