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조사위 8개월간의 조사 보고서 15일 발표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부토 위험 방치” 결론
에랄도 무노스 유엔 주재 칠레 대사가 이끄는 유엔 조사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부토 암살사건을 조사한 결과 보고서를 정식 공개했다. 65쪽 분량의 보고서를 통해 조사위는 “당시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 및 정부 당국이 부토에 대한 위협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적절하고 효과적인 보안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서 “사건이 일어난 후 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의도적일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정보기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조사위는 또한 “누구도 이 사건이 15세 소년의 단독 범행이라고는 믿지 않는다”라면서 “유엔의 조사활동에도 파키스탄 정보기관과 정부관리의 방해가 있었다”고 덧붙여 의혹을 가중시켰다.
이슬람 국가의 첫 여성 총리로서 1988년부터 1990년까지 파키스탄 총리를 역임했던 부토 전 총리는 2007년 12월 27일 재집권을 향한 선거운동 도중 15세 소년의 자살폭탄 테러 공격으로 암살됐다. 이에 대해 당시 경찰은 파키스탄 탈레반운동 최고지도자인 바이툴라 메수드를 사건의 배후로 지목하고 사건을 종결지었으나 이후 무샤라프 전 대통령이 암살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배후설이 제기되어 왔다. 이에 부토 전 총리의 남편인 아지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대통령이 유엔에 사건 조사를 요청, 지난해 1월부터 유엔 조사위가 꾸려져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파키스탄 정부는 이 사건의 조사를 위해 유엔에 500만 달러를 지불했으나 결국 이미 알려진 사실들을 수집하는 데 그칠 뿐 새로운 단서가 밝혀지지 못한 채 종결되고 말았다. 한편 유엔의 조사 보고서는 애초 지난 3월 31일에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기자회견 직전 자르다리 대통령이 부족한 내용에 이견을 보이며 긴급 연기를 요청, 15일 뒤에 발표됐다. 조사위는 파키스탄 당국에 이 사건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통해 책임 소재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