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물건엔 손도 대지 말라
남의 물건엔 손도 대지 말라
  • 문용린 / 서울대 교수(교육학), 전 교육부 장관
  • 승인 2010.04.23 12:39
  • 수정 2010-04-23 12: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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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해이(解弛)란 옳고 바른 행위규칙을 어기는 행동과 태도를 가리킨다. 이른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라 불리기도 하는 이 현상은 개인과 사회 그리고 민족과 국가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규칙의 부패 현상이다. 기둥이 썩으면 집이 무너지듯이, 사람 사이에서 행위규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와 국가가 무너진다.

여러 가지 행위규칙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소유의 행위규칙이 무너지면 그 파급 효과는 엄청나게 크다. 의식주를 포함한 생존행위 자체가 개인 또는 가족 단위로 철저히 분화된 사회이기 때문에, 소유의 행위규칙이 지켜지거나 혼동이 오면, 의식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소유의 불안이나 분쟁이 생기게 된다. 즉, 재산 싸움이 일고, 뇌물을 매개로 한 매관매작과 부정부패가 극성을 이룬다.

이런 불안과 분쟁이 대들보를 흔들어 커다란 집과 빌딩을 허문다. 로마제국도 그래서 망했고, 통일신라와 조선도 그것 때문에 힘을 잃어 외세에 대항할 국력을 키우지 못해 망했다. 영국의 산업혁명으로 세계의 경제 규모는 커졌으나, 그 덕분에 소유의 분쟁은 더 많아졌고 더 심각해졌다. 20세기에는 소유의 행위규칙을 놓고 온 세계가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로 양분되어 피 흘리는 전쟁까지 치렀다.

21세기인 현재엔 이념적 갈등은 약화됐으나, 소유를 에워싼 분쟁은 여전히 어느 국가, 어느 사회, 어느 집안을 막론하고 골칫거리다. 빈부 간의 양극화, 뇌물이 오가는 부정부패 등은 선진국이나 후진국을 막론하고 수시로 발생하는 골치 아픈 문젯거리다. 돈이 많은 부잣집일수록 유산 배분을 에워싸고 형제자매 간에 재산 분쟁이 거세다. 남의 돈과 재산을 탐내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재산을 에워싼 범죄가 전체 범죄 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다. 절도에서부터 강도 살인까지 저지르고, 부모나 조부의 재산을 탐낸 가족들 간의 존속상해와 살인도 부지기수다.

그래서 건강한 소유의식이 중요하다. “남의 물건엔 손도 대지 말라”는 명제가 중요해진다. 최영 장군의 어법을 차용(借用)하면, 남의 물건은 비록 황금일지라도 손대지 말라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소유의 엄정한 행위규칙은 소유의식이 건강할 때 지켜진다.

건강한 소유의식이란 무엇인가? 제 물건과 남의 물건을 엄격히 구분하고, 제 물건 아닌 것에는 욕심을 내지 않으며, 노력을 통해서 얻은 정정당당한 가치만을 자신의 소유로 받아 들이는 태도를 가리킨다.

이 세상에는 가치 있는 물건이 무수하게 많이 있는데, 소유로 보면 세 종류가 있다. 내 것이거나 우리 것이거나 남의 것이다. 이 세 범주에 속하지 않는 물건은 이 세상에 없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데, 우리 주변에는 네 가지로 소유를 분류하는 사람도 있다. 내 것, 우리 것, 남의 것, 그리고 임자 없는 것의 네 가지다.

그러나 과연 임자 없는 물건이 있을 수 있을까? 땅과 하천 그리고 바닷물조차도 금이 그어져 소유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북극과 남극대륙 그리고 몇 사람만 발을 디딘 달(月)조차도 소유권이 설정되어 있다지 않은가? 하물며 우리 주변의 가치 있는 물건에 왜 주인이 없겠는가? 도대체 이 지구상 어디에 임자 없는 물건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소유의 혼란이라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

소유의 혼란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내 것과 우리 것 그리고 남의 것을 바르게 구분하지 못하는 혼란이며, ‘임자가 없어 보이는 물건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혼란이다. 이러한 혼란은 너무 흔하게 일어난다. 한 예를 들어 보자.

유치원 다니는 꼬마가 길을 걷다가 땅에 떨어져 있는 1만원짜리 지폐를 발견한다. 놀란 꼬마가 “엄마, 저기 돈” 하고 외친다. 그러자 엄마가 대답한다.

“뭐해, 빨리 줍지 않고….”

길에 떨어진 물건은 빨리 집어야 할 물건이 아니라, 주인이 와서 찾아가기 좋게 도와주어야 할 물건이다. 그 떨어진 돈은 임자 없는 물건이 아니라, 임자가 있는데 잠시 잃어버린 돈일 뿐이다. 소유의 혼란은 이렇게 우리의 행위규칙에도 혼란을 일으킨다.

이런 혼란을 우리는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가? 내가 노력해서 얻은 소유만이 진정한 내 것이며, 우리 것이든 남의 것이든 합법적으로 내 것이 아닌 이상 절대로 손을 대면 안 된다는 분명한 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구약성경의 10계명에도 남의 물건을 탐하지 말라는 명령이 있지 않은가?

현대사회의 많은 병폐, 특히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는 이런 소유의 혼란에서 야기된다는 점을 깊이 통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사회 엘리트층이 그렇다. 내 것과 남의 것에 대한 모호하고 애매한 경계의식, 임자 없는 물건이 있다는 생각, 그리고 임자 없는 물건은 먼저 본 사람이 임자라는 착각과 혼동은 기성세대에 의해서 사회적으로 조장된 것이고 학습되는 것이다. 이런 착각이 사회를 어지럽게 만든다.

“남의 물건엔 손도 대지 말라”는 단호한 명령을 우리 자신과 후대들에게 분명히 전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 모두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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