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살짜리 내 딸은 생뚱하다. 문과 출신인 엄마를 곧잘 당황스럽게 한다. “엄마, 파리가 자동차 안으로 들어오면 어떻게 돼?” “잡으면 되지 ^^” 자동차는 달리고 있었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딸아이는 엄마를 무시하고 나를 보며, “아빠! 어떻게 되냐고?”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창문 닫아!! 시끄럽잖아!”로 끝낸다. 과연 내가 딸아이에게 관성을 설명할 수 있을까? 조금 더 지나야겠지….

63빌딩에서 물체를 떨어뜨리면 바로 연직 아래에 정확하게 떨어질까? 지구는 매순간 동쪽으로 약 1670㎞/h의 속력으로 자전을 하고 있다. 따라서 물체가 떨어지는 동안 지구가 동쪽으로 이동했다고 생각한다면, 물체는 정확히 아래쪽이 아닌 서쪽으로 치우쳐 떨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물체는 정확하게 탑의 연직 아래쪽에 떨어진다. 마치 이것은 일정한 속도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발밑으로 동전을 가만히 떨어뜨리면 바로 발 아래쪽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동전의 운동을 버스 밖에서 관찰했을 때 어떻게 운동하는 것으로 보일까? 동전은 처음부터 버스와 같은 속도로 운동하고 있었으며 버스 안의 물체는 모두 버스의 속도와 같기 때문에 자동차 안에서 가만히 물체를 떨어뜨린다면, 수평으로 던져진 물체와 같은 운동을 하게 된다. 재미난 것은 같은 사건도 관찰자가 사건과 동일한 공간에 있지 않을 때와 동일한 공간에 있을 때 다른 운동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꼭 알아둬야 할 것은 사건과 관찰자가 동일한 공간에 있다고 해도(여기서 그 공간은 버스 안이다) 그 공간의 운동이 등속 직선운동이 아니면 또 다른 운동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때는 뉴턴의 운동법칙이 적용되지 않아서 새로운 가상적인 힘(관성력)을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등속 직선운동 하는 공간에서는 정지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운동과 모두 같고, 뉴턴의 운동법칙이 잘 적용되는데 이와 같이 등속 직선운동 하는 공간을 관성계라고 한다. 시속 100㎞/h로 달리는 자동차 안에 있는 파리는 그 안에서 정지해 있기 위해 시속 100㎞/h로 날아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는 않다. 파리는 자동차라는 관성계 안에 있기 때문에 지상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정지 비행을 위한 날갯짓만 하면 된다. 버스 안에 있는 사람이 달리는 버스 안에서 걸을 때에 지상에서 걷는 것과 같이 걸을 수 있는 것도 같은 원리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돌아가 “한 자리에서 정지비행을 하던 파리가 달리는 자동차의 열린 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온다면 파리의 운명은 과연 어찌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해볼까. 정답은 “‘찍’ 소리와 함께 자동차의 뒤창에 쩍 들러붙은 처참함을 보게 됨”이다. 이 불쌍한 파리에게 처음부터 관성이 있었다면 여유롭게 차 안을 비행하며 딸아이의 초콜릿에 혀를 날름거리며 행복해 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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