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첫발을 뗀 딸에게
세상으로 첫발을 뗀 딸에게
  • 하점순 / 대졸 딸과 고3 아들을 둔 엄마, 강남구 개포동
  • 승인 2010.04.23 12:12
  • 수정 2010-04-23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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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이제부터는 스스로 네 길을 밝혀야 한다”

양재천에 개나리가 활짝 핀 걸 보니 이제야 완연한 봄이다. 나이 찬 딸이 꽃피는 3월 회사에 취직했다. 취업전선의 한파가 거센 때라 내심 걱정했는데, 한 우물을 판 것이 적중한 것 같아 내심 기분이 좋다.

대학을 졸업하고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보내서 16년 동안 학교 공부로 달려온 심신을 쉬게 한 후 출근했으면 좋을 텐데, 다시 세상으로 나가 황금 같은 젊음의 시간을 일로 보낼 녀석이 안쓰러웠다. 새로운 업무에 한창 마음이 바빠져 있을 내 딸. 처음 입사해서 일이 서툴러 힘들어한다. 어느 날은 밤 12시 가까운 시각에도 연락이 되질 않고 해서 걱정이 되어 딸을 기다리면서 편지를 썼다.

딸아 미안한 마음에 엄마가 해줄 것은 없고, 그저 마음을 실어 이렇게 몇 자 적어본다. 엄마는 그저 가끔 두 가지 생각에 잠긴다. 너는 지금 이 힘든 과정을 이겨내면 지금보다 더 큰 역경이 다가와도 너에겐 지금이 큰 버팀목이 될 거야. 엄마는 그저 네가 무사히 네 인생의 목표점을 향해 걸어가주길 바랄 뿐. 사랑하는 딸아 이제부터는 사랑하는 딸이 네 길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엄마나 아빠는 너를 지켜보는 눈밖에는 될 수가 없구나. 엄마라는 울타리는 변함이 없겠으나 이 좁은 울타리보다 더 넓은 세계에서 그보다 넓은 세계를 향해 가거라. 엄마는 언제나 너를 믿는다. 든든하고 사랑하는 내 딸. 어려움이 올수도 있고 절망과 희망이 올수도 있지만 그러나 그런 힘듦이 너를 위해 있고 능력 있는 사람으로 키워주는 것이란다.

내 딸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사람임을 자긍심으로 삼아라. 너는 언제나 사랑스런 아이였고 나는 언제나 너를 사랑했으며 영원히 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이다.

또한 엄마는 네가 부끄럽지 않은 삶을 당당하고 지혜롭게 살아가리라고 굳게 믿는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하면 된다’는 물러설 줄 모르는 굳은 신념을 세워 한결같이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되어다오. 그리고 뜨거운 가슴으로 너 자신을 사랑하길 바란다.

또 네 인생을 열정으로 가득 채워 넣는 딸이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엄마는 네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잠시 쉬어 갈 수 있는 그늘이 되어줄 준비가 돼있다. 힘들고 지칠 때는 언제든 엄마의 품에서 쉬어 가거라. 나의 분신아 너는 나의 두려움이고 또 감동이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너는 나의 가장 큰 용기였고 가장 아픈 사랑이었다. 끝없는 사랑을 선물로 보내본다. 힘내고 파이팅하자!

이른 아침 출근하는 딸을 깨우는 마음이 또 한 번 안쓰럽다. 그래도 좋아하는 일, 힘들어하면서도 꿋꿋이 해내는 딸이 자랑스럽다. 한편으론, 이젠 시집만 가면 정말 출가외인이겠구나 싶어 섭섭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첫 출근 하던 때가 벌써 30여 년이나 지났다. 내 딸, 내 분신이 잘 해주길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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