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 아동은 총 6만9987명이며, 이중 미등록(소위 ‘불법체류’) 이주 아동은 8259명으로 추계되고 있다. 2005년도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미등록 이주 아동은 148명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등록 이주 아동의 취학률은 매우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가 2007년부터 2009년 12월까지 만 18세 이하 이주 아동에 대한 외국인보호소 구금 실태를 조사한 결과, 청주외국인보호소 및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총 48명의 아동을 구금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 시설은 아동을 위한 별도의 구금 거실이나 보호조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록’ 이주 아동은 누구인가? 태어나 보니 부모가 한국으로 노동 이주해온 경우, 부모를 쫓아 비행기 타고 한국에 와 살게 되었으나 부모 신세가 ‘불법’ 체류자가 되어 버린 경우, 난민 신청자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해서 본국에도 한국에도 출생신고를 할 수 없게 된 아이들이 이에 해당한다.

이 아이들에게 우리 사회는 ‘불법 체류자’라는 딱지를 붙여 단속의 대상으로, 강제 퇴거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때 말하는 ‘불법’이란 출입국관리법 위반을 뜻한다.

우리나라 민법은 만 20세에 달하지 않은 아동·청소년은 미성년자로서 스스로 행한 불법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형법은 만 14세가 되지 않은 아동의 범죄행위를 처벌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두 법의 공통된 취지는 일정한 연령에 달하기 이전까지 아동·청소년의 정신적·신체적 성장 변화 가능성을 존중하고 그 가능성을 사회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정신은 유엔아동권리협약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구현되고 있다. 동 협약은 아동을 권리의 객체가 아닌 주체로 인식하고 아동의 생존, 보호, 발달, 참여권 등의 권리를 규정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1991년 11월 20일에 아동권리협약에 가입하였고 이로써 아동권리협약은 헌법 제6조에 의해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게 되었다.

다시 미등록 이주 아동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현행 우리나라 민법, 형법, 헌법 그리고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비추어 볼 때, 과연 이주 아동에게 출입국관리법 위반의 책임을 물어 단속의 대상으로, 강제 퇴거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합법적인 법 집행인가,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하는가?

최근 현장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이주 아동 청소년의 권리 보장을 위한 법제정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2006년쯤에도 이주 노동자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법 제정 활동이 진행된 바 있으나 실패로 끝났다.

가장 큰 반대의 목소리는 이주 아동을 앞세워 ‘불법’ 체류자인 부모들이 체류 자격 합법화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되었으며,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구더기 무서워 장 담그지 말자는 말과 같다. 그런 이유로 이주 아동들이 스스로 책임 없이 우리 사회에서 교육 기회로부터 배제되고, 긴급한 의료보호 시스템으로부터 소외된 채 방치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반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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