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찾아온 계절의 섭리 속에 새 봄에 향기를 느껴보는 오후 한때입니다. 오늘도 수많은 이 나라 여성들의 부르짖음을 대변하고 여성의 지위 향상을 위해 애쓰시는 대표님과 여성신문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전 현재 사업을 하다 의지와는 다르게 이곳 교도소에서 형을 받고 남은 형기 약 5개월을 앞둔 자입니다. 과거 이곳에 오기 전에는 여성단체에 몸을 담고 나름 작은 힘이나마 정열을 쏟아 부었던 세월도 있었답니다. 원인 없는 결과란 없듯이 철저히 지난 삶을 되돌아보며 깨닫고 회개하며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주님 주신 축복에 단 1분도 헛되이 보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전 몇 번의 고심 끝에 용기를 갖고 사춘기 여학생 및 미혼인 여성들, 또한 주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 나라의 여성들 앞에 떨어진 문제라 생각 안 할 수 없는 ‘낙태’ 찬반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고하고자 몇 글자 드리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 교도소까지 여성신문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알고서는 놀랍고 반가워 신문을 꼼꼼히 들여다보며 동병상련의 아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동료 한 명이 고민할 수밖에 없는 사연을 털어놓아 이를 들었답니다. 이 분은 어려운 환경 속에 살고 있는 고등학교 2학년 조카아이가 있다는데, 이 조카가 최근 어쩌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하였는데 고민하며 이곳저곳 다니다 보니 도저히 낙태를 할 수 없다는 병원의 외면 속에 벌써 12주째로 접어들었답니다. 이 조카는 어렸을 적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랑 함께 살다 엄마가 화병으로 돌아가셨고, 현재는 외할머니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학생이랍니다.

이에 여러 동료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재 돌아가고 있는 낙태 문제에 대하여 모두가 “당연히 낙태에 찬성이지 반대는 뭘...프로라이프나 정부에서 어떻게 하겠다고 반대냐” 하면서 잠시 흥분했었습니다. 당장 이 학생이 처해 있는 상황과 지금도 비슷한 처지에 있어 황당한 어린아이들의 울부짖음을 어떻게 해결해나가야 할 것인지 물어보지 않을 수가 없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들딸 둘만 낳고 잘 길러보자”가 국가정책이었고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던 걸 잘 알고 있죠. 우리 여성들은 그로 인해 더 많은 교육을 시킬 수 있었고, 더 나아가서는 외국으로 유학까지 시켜가며 국가가 필요한 인재육성에 이바지, 인재들이 탄생됐습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로 오늘날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 여성들이 이렇게 한 몫을 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므로 이제는 대책 없이 아이를 낳아서 키워야 한다며 여성들에게 강요할 게 아니라 국가가 책임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 놓은 상태여야 프로라이프란 곳에서도 목소리 낼 때 호응을 얻게 될 것이며, 긍정적 흐름으로 갈 수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개인 소수로 이루어진 ‘프로라이프’가 무엇인데 언론이나 정부가 우리 여성들을 혼란케 하며 소수의 힘에 눌려서 가타부타 오랜 시간을 끌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몇몇 수용자들의 의견을 듣다보니, 바깥사회 돌아가는 분위기가, 이 답답한 곳에서조차도 더욱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현실인지라 이 글을 전하게 됐습니다. 저의 글을 읽고 여성단체 등을 통하여 한 목소리로 우리 여성들의 권리와 자율권 및 지위향상을 위하여 입법화하고 제도화하는 일에 늘 앞장서주는 여성신문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4월 11일 교도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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