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의 섬세함으로 러시아 정서에 한국색 덧입혀요”
캔버스에 유화기법으로 지점토작업, 연말쯤 전시회 계획

주홍색 홍시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하얀 눈, 한국 전통탈을 연상시키는 마스크 위에 번진 웃음, 희망, 슬픔 등 가지각색의 표정들. 그런가 하면 잔뜩 찌푸려 곧 눈이라도 내릴듯한 잿빛 겨울 하늘의 이국적 애수도 있다.

한국생활 4년째를 맞이하고 있는 나타샤 쿠다소프씨. 모스크바에서 치과전문의로 20여년간 활동하다가 남편 세르게이 쿠다소프(러시아통신 <노보시티> 서울지국장)씨를 따라 한국에 온 후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 계속 치과전문의로 활동하고 있는 전문직 여성이다. 그런데 이런 그가 2년전부터 한국생활의 재미를 하나 더 발견했다. 그것은 바로 지점토 공예를 독학해서 이젠 웬만한 작품 하나쯤은 너끈히 만들어내게 된 것. 사실 치의학은 치아를 정교히 만드는 작업이기에 이런 공예작업으로의 전환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그는 서점에서 지점토 공예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을 계기로 모처럼 여유로운 한국생활의 이점을 한껏 살려 어떤 수강과정도 없이 의욕과 타향생활에서 느끼는 정서를 바탕 삼아 본격적으로 지점토 공예작업에 돌입하게 되었다. 게다가 작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어 한호텔에서 열린 주한외국인 부인 주최의 바자회에서 출품작들이 전부 팔려나가고 집에 방문하는 벗들이 그의 작품을 선물로 달라고 조를 만큼 큰 호응을 얻자, 이에 힘입어 50여점이 완성되는 대로 연말쯤 전시회를 열 계획까지 구체적으로 세우게 됐다.

그의 지점토 작품이 여느 작품들과 크게 구별되는 점은 바로 캔버스 위에 유화를 그리듯 지 점토 작업을 한다는 것과 주로 꽃과 과일 등 정물을 소재로 극히 섬세하고 화려한 터치를 펼쳐보인다는 것.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느낌을 표출하기가 가장 어렵다. 그래서 며칠동안 생각에 생각을 거듭할 때도 있다. 일단 이 과정을 거치면 그 다음 작업 하기는 의외로 수월하고 시간도 적게 걸리는 편이다. 게다가 한국, 독일 등지에서의 생활이나 여행을 통해 샘솟듯 생기는 이국적 정서가 작품의 활력소가 되는 것 같다.”

나타샤 쿠다소프씨의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난 작품에 대한 열정과 포부는 러시아와 한국 사이의 정서가 교차되고 재화합되는 과정에서 한층 빛을 발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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