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남성육아, 거창한 여성문제

 

최정현씨의 만화 에 나온 장면중 하나를 스크린에 담았다.
최정현씨의 만화 <반쪽이의 욱아일기>에 나온 장면중 하나를 스크린에 담았다.
7시 기상, 아침은 먹는 둥 마는 둥, 누가 아이를 맡길 것인지 티격태격하다 자는 아이를 들쳐업고 일단 집에서 나옴. 하지만 사정상 하루 쉰다는 놀이방, 여자는 친정으로 향하나 그날따라 여행가고 없는 엄마, 야속한 심정에 발만 동동 구르다가 시계를 보니 이미 지각. 급기야는 아이를 안고 출근.

아기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라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상황들을 스크린에 담은 90년대 육아일기<베이비세일>.

95년 제2회서울단편영화제에서 <모범시민>으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김본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진실·이경영이 주연해 시선을 모은 이 영화는 <여성신문>에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만화가 최정현씨와 영화평론가 변재란씨의 육아경험을 담은 <반쪽이네 가족일기1(도서출판 여성신문사 펴냄)>를 원안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화가 흐르는 동안 최정현씨의 만화장면이 종종 눈에 띄기도.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나 결혼하게 된 카피라이터 최성준(이경영), 이벤트 기획가 강지현(최진실). 결혼에 이은 임신 그리고 출산으로 인해 성준은 지현에게 아들 누리가 유치원에 갈때까지는 ‘사회생활 절대금지’라는 선포를 한다. 여자의 몫과 남자의 몫이 분명한 선으로 그어져 육아는 모두 지현의 책임이 되어버린다. 드디어 계략을 세운 지현은 술에 만취하는가 하면, 우는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여 재우려하는 등의 연극을 통해 성준에게 육아부적격자로 판정받는다. 직접 육아전선에 뛰어든 성준. 직장으로 돌아가 자신의 능력을 펼치는 지현. 오히려 지현보다 월등히 애보기를 잘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성준은 어느날 지현의 행동이 연극이었음을 알아차리고 신경전에 돌입하면서 영화는 클라이막스를 맞는다.

맞벌이 부부들의 가사분담이 예전에 비해 월등히 평등해진 반면, 유독 육아에 있어서만은 그 굴레를 여성에게 씌우려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코믹터치로 그린 <베이비세일>은 영화의 많은 부분을 애보는 남성을 묘사함으로써 남성의 육아를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있다.

한편, 사회, 가정 양쪽에서 모두 인정받아야 양쪽 생활을 편안히 유지할 수 있는 힘겨운 여성들의 모습을 육아문제를 통해 표출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눈에 띄기도 한다.

그러나 맞벌이 부부의 육아 문제에서부터 여성들이 직장에서 겪는 성희롱까지 많은 여성문제가 영화 전반에 걸쳐 제기되지만, 감독의 앞선 의욕에 반해 주인공들의 대사에 의존해 표출된 주제들이 일반화된 얘기들로 구성되어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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