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수재머리보다 평범한 두 사람의 머리가 낫다”
이민 1세대로 미국의 교육·행정 중심부 진입에 성공

송경숙 박사는 현재 남가주대학(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의 부총장보(副總長補, Assistant Vice President)로 있으면서 같은 대학의 시정지역사회 연계사무소(Civic and Community Relations)의 상임소장직을 맡고 있다. 이 사무소에는 1백명이 넘는 직원이 일하고 있으며 27개 프로젝트를 수행한바 있다. 이민 1세면서 미국의 교육 및 행정계의 중심부에 진입할 수 있었던 비결을 송박사에게 직접 들어 보았다.

- 이력을 간단히 얘기해 달라.

“1953년 부산 출생이다. 부모님의 고향은 이북이다. 나는 딸 다섯을 낳고 아들을 낳은 집의 다섯째 딸이다. 내가 국민학교 2학년때 서울로 전학왔다. 이화여중고를 나와 이화여대 사회사업과를 1975년에 졸업했다. 졸업하던 해 전가족이 이민을 갔다. 언니 셋은 이미 결혼해 미국에 정착해 있었다.”

- 전공으로 사회복지학을 하게 된 이유는 ?

“원래 우리 어머니는 나를 조신한 주부로 키우려 하셨다. 여자가 유능하면 남편이 기대려 한다고 생각하셨다.그래서 동양화과를 가기를 원하셨으나 언니가 사회복지과를 권했다.”

- 미국에 가서는 어떤 경력을 쌓았나 ?

“가자마자 석사학위를 서부에서 끝냈다. MSW(Masterof Social Work)라는 사회복지학 전문 석사학위이다. 사회복지학은 개인이나 가족 상담을 공부하는 미시(micro)사회복지학과 사회정책수립과 지역사회개발을 연구하는 거시(macro) 사회복지학으로 나뉜다. 보통 1학기에 12학점을 이수하는데 한 과목이 4학점이니까 3과목을 듣는 셈이다. 이중 한 과목은 인턴십 과정으로 사회복지기관 현장에 실습을 나간다. 역시 4학점이지만 일주일에 20시간 실습장에 나간다. 성적은 실습기관의 장(長)이 평가한다. 물론 무급이다. 이 현장 실습이 가장 중요하고 많이 배운다.”

- 석사 후에 곧바로 박사과정에 진학한 것인가?

“아니다. 시카고의 한인봉사센터 취업 알선부 담당자로 갔다. 시카고 시정부의 위촉기관이었는데 MSW를 가진사람이 관장 외엔 나밖에 없어서 인정을 받았다. 여기서 1979년에서 1980년까지 일했다. 그리고나서 샌디에이고의 한인 협력 프로젝트의 소장으로 1981년까지 일했다. 1981년부터는 범아시아 아동교육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 당시 좋은 평가를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사회 복지란 돈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기금 조성에 전력을 기울였다. 나 스스로 돈이 모이는 일에는 적극적으로 참가했다. 법정 통역을 나가 기금을 얻어오기도 하고 한인 무역상담의 통역도 했다. 그 외 백만불 이상의 기금도 여러차례 얻어냈다.”

- 어떻게 그런 것이 가능했는가?

“자세한 이야기는 작년에 나온 나의 자서전 <네 속의 신데렐라를 죽여라>에 다 썼다. 그 당시 내 소장이 유럽계 백인 남성이었는데 퍽 그런 작업에 능통해 있었다. 그의 일을 거들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 요약한다면?

“우선 인맥관리가 중요하다. 인맥만들기를 영어로는 네트워킹(Networking)한다고 하는데 여기엔 포멀 네트워킹(formal networking)과 인포멀 네트워킹(informal networking )이 있다. 포멀, 즉 공식적 인간관계는 회의나 파티 등 공식적 만남을 통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소개받는 것이며 비공식적 관계는 동료나 친구, 친지를 통해 만남을 이루는 것이다. 이들을 전화나 팩스, 전자메일 등을 통해 꾸준히 관계를 이어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을 수단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진심으로 대하고 나도 그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어야 관계가 오래 간다.

물론 나도 다른 사람에게 사람들을 소개해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아무나 소개하지 않는다. 닥터 송이 소개하는 사람이면 괜찮다는 보증서가 붙게끔 우수하고 믿을 만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그 후에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연락도 종종 해본다.

문제가 생기면 그들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러면 또 중개로 나서서 돕기도 하고… 정신없이 바쁘다.”

- 인간 관계로만 다 해결되나?

“물론 인간 관계 이전에 실력이다. 업무 능력이 좋아야 한다.”

-영어가 아무래도 서툴었을텐데?

“물론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약점을 숨기는 전략을 개발 해냈다. 학생때부터 다른 아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했다가는 진다는 것을 진작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슬라이드나 차트, 프리젠테이터 등을 이용해 설명했다. 미리 준비해 간 자료를 보여줌으로써 내가 직접 말할 시간을 줄인 것이다.

설명을 듣는 사람들도 일목 요연한 브리핑에 감탄하고 나는 좋은 점수를 받고 유능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컴퓨터도 잘 다루어야 가능한 일 아닌가?

“나는 내가 필요한 프로그램만 잘 다룬다. 뭐든지 다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 예를 들자면 ?

“내가 박사학위를 딸 때 논문 제목이 <아동학대 연구: 미국내 한인 사회와 백인 사회의 비교 연구>였다. 이때 한국어 및 영어 설문지를 사용해서 통계적으로 접근했다. 그 당시만 해도 그런 연구 방식이 흔치 않을 때였다. 주임교수가 논문을 즉석에서 합격 통과 시켜주면서 이 방면으로 계속 같이 일하기를 원했으나 나는 교수직에는 흥미가 없었다.”

- 업무를 잘 하려면 어떤 것이 중요하다고 보나?

“우선 자신이 능동적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다행히도 난 성격이 좋다. 그리고 팀웍을 잘해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 사람의 수재머리에서 나오는 것보다 두 사람의 평범한 머리를 합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경험을 많이 한다. 대인관계가 중요한 것은 조금전에 이야기한 바와 같다.”

- 팀웍을 잘하는 요령은?

“같이 일하는 사람을 믿어라. 그리고 그 사람이 잘하는 분야로 배치하라. 그 사람의 능력을 공공석상에서 인정하라.”

- 학교에 있으니 한국 학생들도 많이 보겠다.

“그들은 원서 내기 전에 나부터 먼저 찾아 온다. 물론 선물을 들고 온다. 나는 그럴 때마다 선물을 돌려 보내며 ‘이런 식으로 하면 내가 앞으로 당신을 도울 수가 없다’고 분명히 말해준다. 그리고 원서부터 갖추어서 제출하라고 한다. 그들은 자신이 갖추어야 할 부분은 생각지 않고 남의 도움부터 먼저 바라는 것 같다. 인간 관계 이전에 실력이라는 것을 알고 왔으면 좋겠다.”

- 장시간 솔직한 조언에 감사드린다. 그토록 내놓을 수 있는 자신감이 존경스럽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내가 더 고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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