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의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
한은의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
  • 홍승기 / 동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 승인 2017.09.25 14:00
  • 수정 2017-09-25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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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사태의 재발을 막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금융체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금감위와 한은에 감독권·검사권을 분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개혁 위원회(금개위)의 최종보고서가 지난 6월 3일 발표되고 김대통령이 이의 입법화를 지시함에 따라 금융개혁의 큰 흐름이 진행되고 있다. 금개위안은 대체로 ▲중앙은행 및 금융감독제도의 개편 ▲은행의 소유구조 개선 ▲금융정보의 효율성 제고 등의 분야에서 개혁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우선 금개위안에는 금융통화위원회를 한국은행의 최고의사결정기구로 하고 의장은 임기 5년의 한은총재가 겸임토록 되어 있다. 또한 한국은행을 물가안정을 위한 통화신용 정책의 수립 및 집행기관으로 격상시켰다. 한편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를 국무총리 직속으로 신설하여 전반적인 금융규제와 감독기능을 수행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감위 산하에 은행·증권·보험감독원을 통합한 금융감독원을 설치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단, 은행감독에 대해서만은 한국은행에 건전경영지도와 규제업무 등 제한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한편, 금융산업에의 진입을 자유화하고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서 시중은행·전환은행· 합작은행의 소유지분 기본한도를 4%로 통일하되 금감위의 사전승인을 얻을 경우 10%로 상향조정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의 신용정보 투명화를 위해 전체은행으로부터 총여신 잔액이 5천억원 이상인 계열기업군에 대해서는 결합재무제표의 작성을 의무화하도록 되어 있다.

이와 같은 금개위의 최종안은 최근의 우리나라 경제현실을 고려할 때 타당한 방안이라고 여겨진다.

그러나 이의 입법화과정에서 재경원과 한은 간에 해묵은 밥그릇싸움이 재연되고 있어 보는 이들을 딱하게 하고 있다. 지금 문제의 초점은 중앙은행 및 은행감독제도의 개편에 모아져 있다.

우선 재경원은 한국은행에 통화신용정책에 대한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되 은행감독권은 금감위가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의 금융겸업화추세 등에서 감독업무의 일원화는 시대적 요청이며 한은도 감독권에 의존한 통화신용정책의 관행을 벗어나야 된다는 것이 재경원의 주장이다.

이에 반해 한은은 통화신용 정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감독기능권은 가지고 있어야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기관의 주장이 모두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보사태와 정치금융으로 만신창이가 된 우리나라 금융산업을 재건하고 금융시장개방에 따른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금융감독권을 어느 기관에서 갖게 되는가도 중요하지만 금융감독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선결 과제이다.

현재 재경원의 복안은 거시경제정책은 재경원, 통화신용정책은 한은, 그리고 금윰감독권한은 금감위가 분담하여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통합된 금융감독기관은 거대한 공룡조직이 되어 감독업무의 전문성·효율성 보다는 각종 규제를 양산하는 정부기관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여태까지는 그나마 분리된 감독기관을 통해 간접규제를 해왔으나 이제부터는 금감위를 통해 직접규제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국내외적인 금융겸업화 추세 속에서 필요한 것은 은행·증권·보험 업무 및 감독의 연계성이지 통합된 기구에서 금융감독의 전권을 행사하라는 것은 아니다.

차라리 감독의 효율성과 중립성을 위해서는 감독 및 검사 기능의 전문화·다변화가 필요하다. 한보사태의 재발을 막고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금융체계의 구축을 위해서는 금감위와 한은에 감독권·검사권을 분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재경원과 한은을 같은 정부기관으로 취급하고 한은을 재경원의 산하기관 정도로 인식해서는 진정한 금융개혁을 이룰 수 없다. 지금의 밥그릇싸움도 기능상 재경원 산하기관인 한은에 통화신용정책과 은행감독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맡길 수 없다는 데서 시작되고있는 것 아닌가.

개방화시대, 더구나 정치금융의 관행을 마무리해야 될 현시점에서는 한은의 기능과 역할은 재점검해야 될 필요성이 있다.

부언할 필요도 없이 중앙은행은 금융결제망의 한가운데 위치한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항상 결제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며 은행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자금의 최종공급자로서 이를 신속히 지원하여 금융시장 전체로 혼란이 파급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중앙은행이 이러한 기본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서도 은행의 경영상태와 영업내용을 상시 관찰하여 은행이 전체 결제시스템에 혼란을 초래할 영업활동을 하지 않도록 지도 감독하여야 한다. 이것은 바로 통화신용정책의 효율성과 직결되며 중앙은행이 은행경영의 건전성을 감독해야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다.

중앙은행으로서 한은이 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감독권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위상 자체도 정부의 산하기관이 아닌 중립적인 국민기관으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더욱이 지금의 금융개혁은 재경원이 입법을 담당하고 시일에 쫓기고 있는 만큼 그 진행과정에 있어서도 졸속으로 처리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현실적으로 임시국회 일정이나 회기 내 처리가 불투명한데 다 금융개혁 같은 중차대한 사안이 정권말기에 나눠먹기식으로 졸속처리되서야 되겠는가.



한보사태의 쓰라린 경험 등으로 대내외적으로 웃음거리가 된 한국금융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집단적 한국금융의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국민들이 피땀 흘려 저축한 금융자금은 국민경제를 위해서 제대로 쓰여져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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