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의 존재 이유는 시청률 높은‘문화상품’의 생산에 있지 않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국민주방송 설립을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는‘공익’을 다시 방송의 원칙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6월 4일, 성공회 대강당에서는 ‘국민주방송설립 보고대회’가 있었다. 언론관계자 및 시민단체의 대표 2백여명이 모인 이 자리에서는 소유구조와 설립 비용, 프로그램 편성, 현안과 과제 등 국민주방송의 청사진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국민주방송’이란 그야말로 국민이 주식을 소유하고 경영하는 대안적 방송이다. 국민주방송은 8월부터 국민주주를 모집하여 내년 2월 방송 허가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계획대로라면 99년 9월부터는 국민주방송을 볼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을 두고도 대안적 방송매체를 설립하려는 걸까?

국민주방송 설립을 위한 움직임은 그 자체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방송에 대한 질책이다.

방송의 존재 이유는 ‘공익’에 있다. 현행 방송법에는 ‘방송은 공익 사항에 관하여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하여야 하며 사회 각계 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수렴…그 공적 임무를 수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방송이 충실히 따르고 있는 원칙은 ‘공익’이 아니라 ‘시청률’같다. 방송의 공익성을 재는 척도라고도 볼수 있는 보도프로그램까지 시청률 신화에 빠져 있다. KBS 9시 뉴스가 건강관련 보도로 높은 시청률을 유지한다는 분석이 있자 나머지 2개사도 경쟁적으로 뉴스에 건강관련 보도를 편성하고 있는 형편이다.

방송사가 이처럼 시청률에 연연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방송이 기업화되면서 또는 기업이 방송을 운영하면서 공기로서의 방송보다는 산업으로서의 방송이 더 강조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방송도 국내외 방송시장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요자의 구미에 맞는 ‘상품’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방송의 존재 이유는 시청률 높은 ‘문화상품’의 생산에 있지 않다.

여러 시민단체들이 국민주방송 설립을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는 ‘공익’을 다시 방송의 원칙으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1%의 시청자라도 존중하는 방송, 다양한 시각의 차이를 허용하는 방송. 현행법 정도의 상식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동의와 참여가 뒤따른다면 그리 먼 얘기만은 아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