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대 국회에는 의회사상 가장 많은 여성의원이 진출했다. 지역구 의원 2명, 전국구 의원 7명, 총 아홉이라는 숫자는 우리나라 의회사상 최다이다. 그러나 이들 여성의원들은 지나온 1년을 평가하며 “수적 열세에서 오는 구조적 한계”를 가장 많이 아쉬워했다. 비록 ‘최다’진출의 기록을 세우긴 했지만 다수결의 논리에 뒷전으로 밀리는일이 안타까웠다는이야기이다.

 

여성의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1년을 평가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질문

1. 지난 1년간 가장 성공적인 의정활동

2.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 일

3. 국회에서 개선되어야 하는 제1항목

4. 여성계에 하고 싶은 말

“수적 열세에서 오는 한계 많아”

 

권영자 신한국당 의원
권영자 신한국당 의원
1.행정위에서 총무처를 통해 여성공무원의 지위와 역할을 확대하도록 촉진한 것을 가장 큰 성과로 꼽는다. 세계화추진위원회가 2천년까지로 하고 있는 20% 목표채용은 오히려 상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여성관련법안의 제 개정 움직임을 이끌어낸 것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특히 여성특위 법률심사소위원장으로 각 당에서 제출된 법안을 놓고 합의를 도출해 낸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이밖에 서울에서 열린 IPU 여성의원회의 위원장으로 활동했던 일도 큰 기억에 남는다.

2. 9명이라는 숫자에서 오는 한계가 가장 많았다. 여성특위에서도 과반수를 채우지 못했고 국회 상임위원회에도 골고루 들어가지 못했다. 한 상임위에 적어도 2명 이상이 포진돼 있고 여기서 논의된 내용이 여성특위에서 종합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또 큰 법에만 신경쓰다 보니 여성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부딪치는 작은 문제에는 손 쓸 시간이 없었던 것이 무엇보다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3. 토론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일방적인 발언으로 끝나는 경우라든지 필요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일을 많이 본다. 진지하게 말을 하고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 더 많이 필요하다.

또 의원들이 전문가로 모든 걸 갖출 수 없기 때문에 국회 전문연구관들과의 신속하고 긴밀한 연계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가령, 여성문제를 묻고 싶어도 보좌진밖에 없다. 아이디어만 있으면 충분히 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춰나가야 한다고 본다.

4. 여성들의 연대가 강화돼야 한다. 여성들의 연대보다는 목소리 큰 사람들의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여성들, 현장의 활동가들, 다양한 분야에 속한 여성들 전체가 서로를 포용하는 노력들이 있어야 한다.

“독점고발권 폐지 관철 못시켜 아쉬움”

 

김영선 신한국당 의원
김영선 신한국당 의원
1. 신한국당 영세소기업지원소위원회 활동을 통해‘영세 소규모 기업지원을 위한 특별법’을 입안한 것이 가장 큰 성과이다. 이 밖에 공정거래위 국정감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2.작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할 때 공정거래위의 독점고발권 폐지를 관철시키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여성의원으로서의 한계라기보다는 초선의원이기 때문에 정치적 힘의 부족을 느꼈다.

3.의원들이 정책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정치 풍토로 개선되는 것이 가장 먼저다. 동시에 정책 지원체제의 정비가 뒷받침돼야 한다.

4. 여성단체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여성관련 법들이 많이 제 개정되면서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활성화되고 있고 최근 할당제 등을 통해 여성들의 정치세력화도 많은 부분 진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회 전체 의석의 3%인 9명의 여성의원들도 제각기 열심히 하려고 한다. 여성의원들을 지나치게 개별적으로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려 하지 말고 여성의원들이 연대해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고평법 개정안 아직 상정 안돼 안타까워”

 

오양순 신한국당 의원
오양순 신한국당 의원
1. 보건복지위 위원으로 여성복지 문제와 식품의 안정성 문제, 소외계층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갖고 의정활동을 펼쳤다. 구체적으로 관광호텔 및 관광식당에 수입식품을 납품하는 관광용센터 수입식품검사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이에 따라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이 개정됐다.

2. 여성의원이기 때문에 가진 한계는 별로 없었다. 다만 당과 정부의 입장을 조율하는 과정이 어려워 그동안 추진해온 남녀고용평등법이 아직 상정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3. 당리당략에 의한 명분싸움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실리를 찾지 못하는 정치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과거 투쟁적인 시대는 극복된 만큼 여야 선명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국익을 우선하는 의정활동을 펼쳤으면 한다.

4. 이제는 이상론을 바탕으로 한 무조건적인 요구보다는 현실적 판단에 근거해 합리성을 갖춘 요구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얻어낸 정책에 대해서는 전업주부를 비롯한 일반여성에게서도 공감을 얻어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성의원 연대부족 아쉬워”

 

임진출 신한국당의원
임진출 신한국당의원
1. 청소년 보호법, 영화진흥법, 공연법 개정 관련 부분에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

2. 여성의원이기 때문에 부딪친 한계는 없었다. 가장 큰 아쉬운 점은 여성의원들이 정당의 차이로 연대성이 부족했던 점이다.

3. 대안을 만들어 내는 분위기로 바꿔나가야 한다. 국민우선이 아니라 당리당략에 치중하다보니 대안보다는 폭로위주의 의정활동이 많은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4. 적극적인 사회진출의 길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여성특위 활성화 주요한 성과”

 

신낙균 국민회의 의원
신낙균 국민회의 의원
1. 가정폭력방지법, 성폭력특별법, 사회복지사업법, 공직자윤리법 등의 제 개정을 위해 많은 힘을 쏟았다. 가장 최근에는 ‘소득세법중 개정법률안’과 ‘특별소비세법중 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국회여성특위 위원장의 입장에서 볼 때 여성특위가 활성화된 것도 주요한 성과라고 본다.

2. 가장 아쉬운 점은 여성과 아동복지 시설의 실사를 통해 보다 더 내실있는 감사의 정책활동을 펴려고 했지만 시간과 인력의 부족으로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 2백99명 의원 중 9명이 여성의원이라는 것은 ‘구조적인’한계를 이미 갖고 있는 셈이다. 일차적으로는 여성관련 사안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사회의 평등과 균형의 문제를 제기할 때 ‘소수여성’들의 문제인 양 치부된다든가 하는 문제들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3. 가장 민주화된 곳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의회내에서 가장 극심한 불균형을 보이는 것은 바로 성의 불균형이다. 이것은 국민의 대표성 확보와 생활정치 발전에 큰 장애 요인으로서, 성의 균형을 회복하는 것은 민주화된 성격을 상당히 국회에 부여할 것이다.

4. 여성의 정치진출을 포함해 정치에 다양한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한다. 지금의 한국 정치가 왜곡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세심한 관심과 지원 및 성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여성계의 오랜 열망과 지원으로 의회내에 여성특별기구를 만들어 놓은 것이 바로 여성계인데 막상 구성된 이후에는 적극적인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물론 여성계의 인력 등 많은 어려움을 감안하면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성계의 관심이 없으면 현재 여성특위가 갖는 기능과 역할의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

“보좌진 확충 시급한 과제”

 

한영애 국민회의 의원
한영애 국민회의 의원
1.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으로 갈수록 심각해져가는 환경문제와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생활하고 있는 노동자의 노동기본권이 침해되서는 안 된다는 신념으로 보낸 의정 활동이었다고 생각한다.

2. 개원 초기부터 심혈을 기울여 발의한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이 아직까지 심의조차 되지 않은 점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다.

3. 보좌진의 확충이 시급한 과제이다. 현행 국회법상 의원 1인당 5명의 보좌진을 둘 수 있으나 여기서 기사와 사무실, 실무 여비서를 제외하면 겨우 3명의 인력이다. 이들이 일상적인 업무보좌, 정책보좌, 정치보좌, 행사준비 등등 모든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입법활동을 위한 자료조사, 현장조사는 커녕 자료수집도 제대로 하지 못하기 일쑤이다.

4. 올해 치러지는 대선에서는 지역과 직업, 연령의 차이를 넘어 능력과 자질에 의해 대통령이 선출될 수 있도록 여성계가 큰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바른 대통령을 뽑는 것이 바로 우리 여성문제를 해결하는 첩경이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제기 가장 큰 성과”

 

이미경민주당의원
이미경민주당의원
1. 이제까지 의회에서 다루지 못했던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제기한 일이 가장 큰 성과로 기억된다.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올바른 책임이행 촉구성명에 국회의원 2백70명의 서명을 받아냈고 이를 일본 수상과 각 정당에 전달했다. 또 피해자들의 생활보조금을 1백% 인상한 것과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위한 의원모임을 결성한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

2. 의정활동에서 여성으로서의 한계는 별로 느끼지 않았다. 만약 지역구를 관리해야 했다면 조직관리나 재정등의 면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본다. 상임위원회의 소위원회에 소속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3. 비교섭 단체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 없어져야 한다. 여야의 정략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상임위 소위원회에서 배제되는 문제가 특히 그러하다. 14대에는 비교섭단체의 참여를 보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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