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도시대 앞두고 다양한 분야 진출가능으로 재입학생 증가

1899년 9월, 경인선 개통으로 시작된 우리나라 철도 역사 1세기를 앞두고 ‘철도 르네상스 시대’의 개막이 예고되고 있다. 1970년대 초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국내선 항공의 이용승객이 늘어나자 한동안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던 철도는 90년대 들어 교통관련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빠르고도 쾌적하며 안전하다고 재인식되어 국민들이 가장 선호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 중흥의 시기를 맞이하였다. 특히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면 우리의 철도는 시베리아 및 유럽으로까지 연결되어 대륙횡단 철도의 운행도 가능하며, 자동차 폭증에 따른 교통체증으로 인해 지하철과 도시철도는 단연 미래도시 교통의 총아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경기도 의왕시 부곡교육단지에 자리잡고 있는 국립철도전문대학은 1905년 철도요원양성소로 시작된 90여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유일의 철도전문 고등교육기관이다. 철도박물관과 한울타리 안에 자리한 철도대학 정문을 들어서면 1백년 철도의 역사를 미래로 이어갈 꿈나무를 키워낸다는 이 학교의 교육목표를 상징하듯,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증기기관차와 함께, 힘차게 도약하는 두 마리 말의 상이 눈길을 끈다.

과학기술처 차관과 KIST 과학기술정책연구소장을 지내고 1995년 철도전문대학 제5대 학장으로 부임한 최영환 학장은 철도중흥시대에 학장직을 맡아 발전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 자신은 행운아라며 말문을 연다.

“정부쪽 일만 20여년간 하다가 교육기관에 오니 분위기가 새롭습니다. 국가에서도 요즘 철도에 대한 인식이 달라져서 예산도 많이 늘었지만, 철도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를 키우는 일이죠. 그런 의미에서 뜻있는 여학생들을 위해 우리 대학의 문호를 활짝 개방했습니다.”

96학년도부터 여학생 할당제 실시, 여학생 비율 35%에 달해

95학년도에 철도운수과에 4명만을 뽑아오던 철도전문대학 여학생입학이 96학년도에는 정원의 20%, 97학년도에는 30%, 98학년도에는 40% 범위 안에서 여학생을 선발할 수 있도록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어 입학을 갈망하던 여학생들의 바람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다.

“제가 처음 부임해서 96학년도에 여학생 20% 할당제를 실시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학교 안에서도 반대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지요. 밤낮을 가리지 않고 근무해야 하는 철도의 특수성이 여성에게는 맞지 않는다는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3-4년이면 끝나는 순환근무제 기간은 대부분이 아직 미혼이거나 신혼 초일 때이므로 여성들이라도 그리 큰 문제는 없다고 봅니다. 요즘 전문직을 원하는 여학생들은 그 정도의 각오는 다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철도산업도 점차 소프트해지고 있기에 남성위주의 조직에서 여성에게 알맞는 일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지요. 무엇보다도 고객 중심의 경영을 위해서는 마케팅 감각과 서비스 개선이 꼭 필요한데 이 부분에서는 여성이 훨씬 능력 있습니다. 힘든 일로 인식되고 있는 기관사와 같은 경우도 컴퓨터로 조종되므로 여성이라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영국, 독일 등 철도 선진국에 가보면 기관사부터 시작해서 안내, 홍보, 전산작업 등 거의 모든 역무를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전교생중 3분의 일 넘어선 여학생들로 철도청 ‘새바람’기대

최학장은 여성들이 남성과 똑같이 권리 주장을 하려면 똑같이 의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경남지방 한 시청의 여성공무원들이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숙직을 같이 할테니 승진 기회도 동등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던 일을 든다.

현재 철도전문대학의 남,여학생 비율은 65 : 35로 여학생이 전체의 3분의 1을 넘어섰으며, 국비와 사비생의 비율은 52:48로 거의 비슷하다. 국비생은 등록금 전액이 면제되며 졸업후 철도청의 8급 공무원으로 임용된다. 사비생은 등록금을 내지만 워낙 등록금이 다른 전문대학의 3분의 1정도에 불과하기에 부담은 적다. 대신 사비생들은 지하철, 도시철도, 철도관련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사비생 지원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아무튼 졸업생 취업률은 매해 1백%를 기록하며 취업 1년을 넘기는 졸업생들의 보수는 보너스 없는 달에 야간수당 포함하여 1백20만원 정도로 대우도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직장에 다니다가 재입학하는 학생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 여학생의 경우는 철도청 기능직 공무원으로 근무하다가 한계를 느껴 다시 지원한 이들도 많다. 3만6천여명에 달하는 철도청 공무원 중에서 여성은1천1백여명으로 3%를 조금 넘는 수준이고 그나마 9백여명이 기능직이고 일반직 여성은 1백7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내년에 첫 할당제 여학생들이 졸업하면 철도청에 새바람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최고수준 달성 위한 발전기금조성사업 추진

과학기술처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최학장의 부임을 계기로 철도전문대학은 획기적인 비약을 위한 각종 계획을 수립, 시행해 나가고 있다.

“우선 교육시설 확충사업으로 최신 첨단시설을 갖춘 전산동(Digital House)이 지난 3월 준공되어 개관했습니다. 여기에는 신세대 학생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를 비롯해서 펜티엄 50대가 LAN으로 구축되어 있는 컴퓨터 실습실과 CAD/CAM 실습실을 갖추고 있으며 전자도서관과 철도가상대학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얼마전에는 기숙사 기공식을 가졌는데 이 건물이 내년 초에 완공되면 전교생이 기숙사에 입사 할 수 있게 됩니다. 또한 체육관,강당, 검도관 등이 들어설 다목적교육관도 착공될 예정이어서 내년에 우리 대학을 다시 방문하시면 아마 크게 달라져 있을 겁니다.”

지금은 재학생의 반 정도가 기숙사에 입주해 있는데, 기숙사비가 한학기당 5만원에 불과한데다가 도서관에서 상시 공부할 수 있고 헬스실, 음악감상실, 영화감상실이 완비되어 있으며, 구내에 테니스장, 조깅코스, 잔디축구장 및 야구시설이 있어 취미와 오락생활을 함께할 수 있다는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큰 재목으로 성장하려면 안목을 넓히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작년에 40만불의 UNDP 자금을 확보하여, 학생들을 유학보내기 위해 영국 쉐필드 대학을 비롯, 중국, 러시아의 관련대학과 협정을 체결하였으며 호주, 프랑스, 독일의 대학과도 추진중입니다. 졸업여행을 겸해 일본 철도를 견학시키며 세계철도연맹(UIC)에도 정식회원기관으로 가입하는 등 세계화를 위해서도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최학장은 또한 국내외에서 활동중인 교수 20명(96년 14명, 94년 6명)과 산업체 겸임교수 7명을 새로 임용하여 개편된 교과과정과 연계하여 교육하도록 하였으며, 작년부터 외국인 어학담당교수를 채용하여 어학교육에도 만전을 기하였다. 올해에 추가로 외국의 철도전문가를 초빙,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게 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명실상부한 철도교통분야의 세계일류화를 위한 내실을 다지고 있다.

“학교 발전을 위한 이런 모든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대학발전기금조성사업도 함께 진행되어 5개년 계획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사업 첫해에 롯데그룹으로부터 10억원의 발전기금을 기부받았으며 앞으로 3년안에 50억원의 기금을 조성하여 우리나라 철도교통과 관련한 교육체계를 세계최고 수준으로 올려 놓을 계획입니다.”

새내기들이 말하는 ‘탁월한 선택’

철도운수분야에 필요한 기본적인 전문지식과 이론을 가르치는 철도운수경영과, 철도 및 철도관련 산업체의 경영정보에 대한 전문지식을 학습하여 경영합리화에 이바지할 전문인을 기르는 철도경영정보과 등 경영관련 학과가 특히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최학장은 전한다. 그 외 기계 및 전기지식을 습득하여 운전업무를 담당할 철도운전기전과, 철도차량의 제작, 검수 및 운용에 종사하는 핵심전문인을 양성하는 철도 차량기계과, 각종철도건설공사 및 시설토목을 담당하는 철도토목과, 철도전기분야의 중견기술인을 육성하는 철도전기제어과 등의 학과에도 여학생들이 골고루 배치되어 철도분야 전문직업인으로 역량을 펼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며 배움의 길을 걷고 있다.

97학년도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의식조사 결과, 대단히 만족하는 학생이 60%이상, 보통 만족이 20%로 90%가까운 새내기들이 철도전문대학의 선택을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제 철도전문대학은 성큼 다가온 고속철도의 시대를 앞두고 우리나라 대동맥인 철도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여학생들의 도전을 적극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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